《顔氏家訓 第9篇 文章8》
文章當以理致為心腎,氣調為筋骨,事義為皮膚,華麗為冠冕。今世相承,趨本棄末,率多浮豔。辭與理競,辭勝而理伏;事與才爭,事繁而才損。放逸者流宕而忘歸,穿鑿者補綴而不足。時俗如此,安能獨違?但務去泰去甚耳。必有盛才重譽,改革體裁者,實吾所希。
문장은 마땅히 이치를 핵심이 되는 심장이나 콩팥으로 삼고, 기운과 재주를 뼈와 근육으로 삼고, 내용을 이루는 소재를 피부로 삼으며, 화려한 수사를 관으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너나 할 것 없이 말단을 좇고 근본을 내버리면서 다들 실속없이 겉만 아름답다. 수사와 이치가 다투면 수사가 이겨서 이치는 숨어버리고, 내용을 이루는 소재들이 작가와 재기를 다투면 내용은 번잡해지고 재기는 손상을 입는다. 멋대로 쓰는 이들은 방탕으로 흘러 돌아올 줄을 모르고, 用事에 천착하는 이들은 이것저것 덧대어 꿰매고서도 만족하지 않는다.
시속이 이와 같으니 어떻게 혼자 거스를 수 있겠는가? 다만 지나치고 심한 것만이 라도 없애려고 애쓸 뿐이다. 반드시 문장의 체재를 개혁할 뛰어난 재주와 명망을 지닌 이가 나오는 것이, 실로 내가 바라는 바이다.
《顔氏家訓 第9篇 文章9》
古人之文,宏材逸氣,體度風格,去今實遠;但緝綴疏朴,未為密緻耳。今世音律諧靡,章句偶對,諱避精詳,賢於往昔多矣。宜以古之製裁為本,今之辭調為末,並須兩存,不可偏棄也。
옛사람들의 글은 웅대한 재능과 빼어난 기상, 풍채와 태도, 풍격 등이 지금보다 실로 원대하다. 단지 짜임새가 거칠고 소박하며 치밀하지 못할 뿐이다. 오늘날은 음율이 멋지게 어울리고 장구가 댓구를 이루며 피해야 할 원칙들이 정밀하고 상세하여, 예전보다 뛰어난 점이 많다. 마땅히 예전의 체재를 근본으로 삼고 오늘날의 수사와 음조를 말단으로 삼아, 반드시 둘 다 함께 살려야지 한쪽만 내버려서는 안 된다.
《顔氏家訓 第9篇 文章11》
沈隱侯曰:「文章當從三易:易見事,一也;易識字,二也;易讀誦,三也。」邢子才常曰:「沈侯文章,用事不使人覺,若胸憶語也。」深以此服之。祖孝徵亦嘗謂吾曰:「沈詩云:『崖傾護石髓。』此豈似用事邪?」
심약이 말했다.
"문장은 마땅히 三易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글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 셋째는 낭독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형소는 늘 말했다.
"심약의 문장은 남들로 하여금 用事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여, 마치 가슴속에서 나온 독창적인 말 같다. 이 점에 깊이 탄복한다."
조정도 일찍이 나에게 말했다.
"심약의 시에서 '기울어진 낭떠러지 석수를 감싼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典故를 쓴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