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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9일 오후 12:07

solpee 2013. 3. 29. 12:07

 

송파수작(松坡酬酢)

남호사 삼 수를 지어 현 사백에게 부치다[南湖詞三首寄玄詞伯]

 

                                                             茶山

 

남호의 한 굽이에 푸른 잔 물결 일 적에 / 南湖一曲碧*漪風/남호일곡벽의풍
그 연 잎새 연꽃을 꿈속에 본 것 같구려 / 荷葉荷花似夢中/하엽화화사몽중
흐르는 세월 어느덧 삼십 년이 되었어라 / 彈指流光三十載/탄지유광삼십재
옛 성 동쪽 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 / 依*俙官道古城東/의희관도고성동


남호의 가곡은 만 마디나 길기도 한데 / 南湖歌曲萬言長/남호가곡만언장
남호에서 씻어 내어 곱게 단장을 하였네 / 洗出南湖作*靚粧/세출남호작정관
기억하나니 베개맡에 책 놓고 보던 날에 / 記得枕頭留卷日/기득침두유권일
저녁 바람이 연꽃 향기를 불어 보냈지 / 暗風吹送*藕花香암풍취송우화향

뛰어난 문장 기개가 노쇠함에 이르러서는 / 高文傑氣到龍鍾/고문걸기도룡종
이 남호에 물을 대고 늙은 농사꾼이 되었네/漑此南湖作老農/개차남호작노농

슬퍼라 깨끗한 둑에 진흙이 찬 뒤로는 / *怊悵白堤泥塞後/초창백제니색후
아무도 와서 푸른 연을 캐는 이가 없구려 / 無人來採碧芙蓉/무인래채벽부용


*漪: 잔물결 의.
*俙:비슷할 희. *靚:단장할 정. *藕:연 뿌리 우. *怊悵:초창,슬퍼할 초, 원망할 창. 슬프다.

 

옛 책을 읽는 것이 으뜸가는 멋
그 좋다는 고기 맛도 잊어버린다.

 

春日城山偶書(춘일성산우서)

봄날 성산에서

                              ―김성일(金誠一·1538~1593)

 

誰謂吾生窶(수위오생구)누가 우리 살림살이 가난하다더냐?
春來事事奇(춘래사사기)봄 되면 모든 것이 기이한 것을.
山鋪紅錦障(산포홍금장)하늘은 푸른 비단 휘장을 친다.
天作碧羅帷(천작벽라유)하늘은 푸른 비단 휘장을 친다.

拂石雲生袖(불석운생수)바위 스치자 소맷자락에서 구름이 피어나고
呼樽月滿危(호준월만위)술잔을 드니 달빛은 잘람잘람 넘친다.
古書還有味(고서환유미)옛 책을 읽는 것이 으뜸가는 멋
芻豢可忘飢(추환가망기)그 좋다는 고기 맛도 잊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