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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심징려(齊心澄慮)

solpee 2013. 3. 13. 05:25

오늘은 癸巳年(桓紀9210,神紀5910,檀紀4346) 陰 乙卯(2) 初이(틀)日 水曜日 戊寅 驚蟄(19:15)節 中候 倉更鳴(창경명:꾀꼬리가 운다)候입니다. 小寒에서 穀雨까지 부는 妬花風(투화풍;꽃샘바람) 중에서 棲棠風(서당풍;산사자꽃 바람)이 부는 候이기도 합니다.

 

제심징려(齊心澄慮)

마음을 가지런히하고 생각을 맑게하다. 

                                                          정민의 세설신어

 

연암 박지원이 열하에서 요술 구경을 했다. 요술쟁이는 콩알만 하던 환약을 점점 키워 달걀만 하고 거위알만 하게 만들더니 장구만 하고 큰 동이만 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놀라 빤히 보는 중에 그것을 쓰다듬고 어루만져 잠깐 사이 손안에 넣고 손바닥을 비비니 그마저도 없어졌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는 기둥에 제 손을 뒤로 묶게 했다. 피가 안 통하는지 손가락 색이 검게 변했다. 요술쟁이는 순식간에 기둥에서 떨어져 섰다. 손은 어느새 가슴 앞에 와 있고, 끈은 애초에 묶인 그대로였다. 일행 중 하나가 성을 내면서 돈을 주고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제 채찍으로 직접 요술쟁이의 손을 꽁꽁 묶었다. 절대로 속지 않겠다고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하지만 요술쟁이는 벌써 기둥을 벗어났고, 묶은 채찍은 그대로였다.

이런 수십 가지 요술을 구경한 후 연암이 말했다. "눈이 시비를 분별 못하고 참과 거짓을 못 살핀다면 눈이 없다 해도 괜찮겠다. 요술쟁이에게 속는 것은 눈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 똑똑히 보려다가 도리어 탈이 된 것이다." 곁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아무리 요술을 잘하는 자도 소경은 못 속일 테니, 본다는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환희기(幻戱記)'에 나온다.

주자가 늘 눈병을 앓았다. 말년에 어떤 학자에게 준 편지에서 '좀 더 일찍이 눈이 멀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썼다. 눈을 감고 지내자 마음이 안정되고 전일(專一)해져서 지켜 보존하는 공부에 큰 도움이 됨을 느꼈던 것이다.

조선 후기 조희룡(趙熙龍·1789~1866)이 누군가에게 보낸 짧은 편지는 또 이렇다. '눈에 낀 백태가 나아지지 않으신다니 걱정입니다. 이런저런 약을 잡다하게 시험하지 마시고, 다만 제심징려(齊心澄慮), 즉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맑게 한다는 네 글자를 처방으로 삼으시지요. 약을 안 쓰고도 절로 효험이 있을 겁니다.' '우봉척독(又峰尺牘)'에 보인다.

눈을 똑바로 뜰수록 더 속는다. 제심징려! 마음의 끝자락을 가지런히 모으고, 생각의 찌꺼기를 걷어내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것은 헛것이 더 많다. 이 소리 듣고 옳다 하다가 저 말을 듣고는 침을 뱉는다. 진실은 무엇인가. 외물에 현혹되어 우왕좌왕 몰려다닌 마음만 부끄럽다.


 

☞.出典: 조선시대 후기의 서화가, 조희룡의 <우봉척독又峰尺牘>에 나온다.

 

眼眚無減 안생무감: 눈에 낀 백태가 나아짐이 없다시니,

恐慮殊深切 공려수심절 :염려가 크실까 걱정입니다.

勿以雜試萬藥 물이잡시만약: 이런저런 약을 잡다하게 시험하지 마시고,

惟以齊心澄慮四字爲篦 유이제심징려사자위비:다만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생각을 맑게 한다’는 ‘제심징려’ 네 글자를 처방으로 삼으시지요.

自有勿藥得中之效耳 자유물약득중지효이: 약을 쓰지 않고도 절로 들어맞는 효과가 있을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