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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처학자

solpee 2011. 5. 29. 13:53

매처학자 - 梅妻鶴子[매화 매/ 아내 처/ 학 학/ 아들 자]

 

 

[의미]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음. 풍아한 생활.

[출전]『시화총귀(詩話總龜)』

 

 

 

[내용]

송나라에 임포라는 자가 살았다. 임포는 평생 동안 장가도 들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고달픈 삶을 살아간 시인이다.

 

그는 영리를 구하지 않는 성격을 흠모하여 그의 시 또한 청고하면서 유정한 풍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시명으로 평가되는 것을 꺼려서 지은 시를 많이 버렸고 자신의 시가 후세에 전해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기록하지도 않았다.

 

임포는 서호 근처의 고산에서 은둔 생활을 했는데, 자주 호수에 조각배를 띄워 근처 절에 가서 노닐었으며, 동자는 학이 나는 것을 보고 객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임포는 아내와 자식이 없는 대신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곳에 수많은 매화나무를 심어 놓고 학을 기르며 즐겁게 살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포는 매화아내에 학 아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이후로 후세 사람들은 '매처학자'라는 말로써 풍류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정약용(丁若鏞)

가흥강에 배를 띄우고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 계곡 길 험하여 싫증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편리한 뱃길편으로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의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 풍경 수려하고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중류에 이르니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엔 자색 풀싹 뽑혀있고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개울에는 횡경나무에 튼 노랗고 예쁜 움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고 새소리 유창한데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이 따뜻하여 둑에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모래 위의 아지랑이 너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면 수면은 둥근 파문 이룬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예쁘장한 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한 버드나무가 휙휙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물 센여울로 흐르고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란 샘물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친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저 멀리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명랑한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계로다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연기가 자욱하고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바뀌어 나타난다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 언제나 서로 끌리어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조잡하여 시속 슬퍼한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놀면서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내 이제 강해에 뜻을 펼치어 보리라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시조와는 잠시 인연 끊어버리고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처럼 된다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선도 있지 않았다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큰 박은 쓰이기 어려운 것이며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먹는 새와 같도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 찾기 조심스럽도다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 가의 밭으로 돌아갈 생각이도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둬들여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세월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런 마음 항상 있어 왔었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들은 말이지만, 요순 시대에는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도다

 

체우숙이애(滯雨宿梨厓)   비에 갇혀 이애에서 묵다

風起靑楓亂(풍기청풍란) : 바람 일어 푸른 단풍잎 흩날려
江鳴白雨來(강명백우래) : 소나기 내리자 강물 소리들려온다
蕭蕭吹面入(소소취면입) : 쌀쌀하게 얼굴로 불어드니
細細作紋回(세세작문회) : 잔잔하게 파문이 일어 도는구나
煙火依隣艓(연화의린접) : 이웃 거룻배에 밥 짓는 연기
維纚近釣臺(유리근조대) : 낚시터 가까이에 배 매두었도다
朝袍憐最困(조포련최곤) : 벼슬아치 너무 피곤하여 가련하니
潦倒濁醪盃(료도탁료배) : 느슨하게 탁주잔을 기울여보세나

 

증성수(贈惺叟)          깨어있는 늙은이에게

老朽猶奇骨(노후유기골) : 늙어 허약해도 뛰어난 풍골
丰茸憶舊髥(봉용억구염) : 푸짐하던 옛 수염이 생각난다
水程千嶂窅(수정천장요) : 물길의 노정은 천 길이나 깊은데
山閣一燈尖(산각일등첨) : 산 속의 집에는 뾰족한 등불 하나
辰弁音猶在(진변음유재) : 진한과 변한의 소리 아직도 남아
庚申涕共沾(경신체공첨) : 경신 년에는 모두 눈물 흘렸으리라
明朝泛淸壑(명조범청학) : 내일 아침 맑은 계곡에 배 띄우면
秋色滿汀蒹(추색만정겸) : 가을빛이 물가 갈대숲에 가득하리라

 

차운렬수단오일견기(次韻洌水端午日見寄)

열수가 단오일에 보내온 시에 차운하다

仲夏滔滔草樹香(중하도도초수향) : 오월에는 온 세상 풀과 나무 향기 가득
楝花風盡麥朝涼(련화풍진맥조량) : 봄바람마저 다하고 보리는 아침에 서늘하다.
秧田閣閣鳴蛙鼓(앙전각각명와고) : 못자리논엔 개구리가 울고
葦箔重重結繭房(위박중중결견방) : 갈대잠박에 누에는 겹겹이 집을 짓는다.
老病那堪天向熱(로병나감천향열) : 늙고 병들어 어찌 더워지는 기후 견디며
幽憂仍與日俱長(유우잉여일구장) : 숨은 근심은 해와 함께 길기만 하도다.
何當掃盡蟲蟲氣(하당소진충충기) : 어찌하면 무더운 기운을 쓸어버리고
催遣陰官決土囊(최견음관결토낭) : 서둘러 비를 내리어 땅구멍을 터뜨릴까
田翁時作小沈冥(전옹시작소침명) : 촌 늙은이 수시로 얼마씩 취하여
薄薄茅柴缺缺甁(박박모시결결병) : 초가 못생긴 단지에 맛없는 막걸리로다.
餘肄丰茸桑更綠(여이봉용상경록) : 남은 싹 무성해라 뽕잎은 다시 푸르고
初香輕輭艾猶靑(초향경연애유청) : 첫 향기 부드러워라 쑥은 더욱 푸르다.
天時已見開重午(천시이견개중오) : 천시는 이미 오월 오일이 되었는데
老物何堪作半丁(노물하감작반정) : 늙은 나는 어찌 장정의 절반이나 할까.
政恐詩人歌鮮飽(정공시인가선포) : 시인이 배부르기 어렵다 노래한 게 두려워
愁看魚罶映三星(수간어류영삼성) : 통발에 삼성이 비춤을 시름겨워 바라본다.
七扶庭上一筵堂(칠부정상일연당) : 칠부 길이의 대청 위 한 자리의 마루
兀兀中安缺足床(올올중안결족상) : 한가운데 발 없는 걸상만을 안치했도다.
畏日偏添殘客熱(외일편첨잔객열) : 뜨거운 햇살은 나그네에게 더위 더하고
雌風分與庶民涼(자풍분여서민량) : 습한 바람은 서민들과 서늘함을 나누는구나.
一年長束迎人榻(일년장속영인탑) : 일 년 동안 길이 손님 맞는 걸상을 묶었으나
萬事全空結客場(만사전공결객장) : 손님과 사귀는 일이 전혀 없었도다
塵俗幫纏安用此(진속방전안용차) : 세속을 따르자면 어찌 이래서 되겠는가
不如閉眼且回光(불여폐안차회광) : 눈 감고 신선되는 회광 하는 것만 못하다.
閒人酒盡卽愁初(한인주진즉수초) : 한가한 사람 술 다하면 시름이 생기나니
終日無聊坐隱蒲(종일무료좌은포) : 종일토록 무료히 포단에 기대 앉았노라.
簾額周旋惟燕子(렴액주선유연자) : 주렴 위에 왕래하는 건 오직 제비들
樹陰團伏總鷄雛(수음단복총계추) : 나무 그늘에 모여앉은 건 병아리들이로다.
繞階草長何曾植(요계초장하증식) : 뜨락의 풀 절로 자라나니 누가 심었는가
排闥山來不待呼(배달산래부대호) : 부르지 않았는데 문만 열면 산이 다가온다.
試覓此心那個是(시멱차심나개시) : 시험 삼아 찾노니 이 마음이 어떤 것인가
公然言語□虛無(公然言語□허무) : 공연스레 말만하나 진정 허무하니라.
是人疾疹與生生(시인질진여생생) : 이 사람의 질병은 생명과 생겨났으니
流水浮雲一任情(류수부운일임정) : 흐르는 물 뜬구름처럼 일체를 뜻에 맡긴다.
浥雨榴花開造次(읍우류화개조차) : 비에 젖은 석류꽃은 창졸간에 피어나고
引風匏蔓走縱橫(인풍포만주종횡) : 바람 끄는 박넝쿨은 종횡으로 뻗어난다.
桑田日永鷄鳴午(상전일영계명오) : 해 긴 뽕나무밭에선 낝에 닭이 울고
芹徑泥深鳥叫晴(근경니심조규청) : 진흙탕 미나리 길엔 새가 갠 날에 지저귄다.
惆悵美人天末遠(추창미인천말원) : 슬프다 내 님, 하늘 끝에 멀리 있어
朅來余目幾時成(걸래여목기시성) : 서로 만남이 어느 때나 이뤄질런가.
不把他家較自家(불파타가교자가) : 다른 집 사람 끌어다 자신에 비교한다.
蚊虻草樹共生涯(문맹초수공생애) : 모기같은 벌레나 초목도 생애는 한가지
少猶澹泊惟啖菜(소유담박유담채) : 젊어서도 담박하여 채소만 먹었도다.
老益淸虛不啜茶(노익청허불철다) : 늙어서 더욱 청허하여 차마저 안 마시어
流水何妨循屈曲(류수하방순굴곡) : 흐르는 물, 굴곡을 따르니 무엇에 어려울까.
亂山端合鏟谽谺(난산단합산함하) : 봉우리들은 골짜기를 감추기에 합당하고
今辰果祭陳君否(금신과제진군부) : 이번 단오절에 과연 진군을 제사지냈을까
西瀝南苞莫謾誇(서력남포막만과) : 서력과 남포를 부질없이 자랑하여
駸駸一病在冥間(침침일병재명간) : 위급해지는 질병으로 저승길을 헤매다가
自得君詩舊觀還(자득군시구관환) : 그대 시를 얻고부터 옛 모양을 되찾도다.
煙雨門臨西折水(연우문림서절수) : 안개와 비 속의 문, 서쪽 꺾인 물에 닿고
雲霞坐擁北來山(운하좌옹북래산) : 운하 속에 앉아 북쪽 산을 포옹하는구나.
固窮免被心神擾(고궁면피심신요) : 곤궁함을 견디어 심신의 동요를 면하고
久臥從敎手脚頑(구와종교수각완) : 오래 누웠으니 팔다리가 뻣뻣해지는구나.
滿眼風光消受好(만안풍광소수호) : 눈에 가득한 좋은 경치에 즐거움 누리며
試從何處另求閒(시종하처령구한) : 어느 곳으로 좇아 따로 한가함을 찾으리오.
萬事全無可更嘗(만사전무가갱상) : 만사가 다시 경험할 것이 전혀 없어
風輪眩轉玩流光(풍륜현전완유광) : 바람 바퀴 도는 속에 세월을 즐기도다.
仙姑老去蓮俄白(선고노거연아백) : 선녀는 늙어가매 연꽃은 이미 희어
鬼叟歸來石是黃(귀수귀래석시황) : 귀신 노인 돌아오니 그게 바로 누런 돌이라.
五畝猶存容歇泊(오무유존용헐박) : 집 한 칸 아직 있으니 생활하기 편하고
三聲長在寄歡康(삼성장재기환강) : 삼성이 길이 있어 즐거움과 평안함 부쳤다.
年來是事消除盡(년래시사소제진) : 근년에는 이런 일이 씻은 듯이 없어지니
不向時人說短長(시인설단장) : 시인들을 향하여 좋고 나쁨을 말하지 말어라.

족부이부공산장부득정전괴석(族父吏部公山莊賦得庭前怪石)

족부 이 부공 산장에서 뜰 앞에 있는 괴석을 읊다

夫子不好怪(부자불호괴) : 선생은 괴이한 것 좋아하지 않았는데
胡爲蓄怪石(호위축괴석) : 어찌하여 괴석을 저렇게 쌓아 두었을까
卑險莫如禹(비험막여우) : 검소하기 우임금과 같은 이도 없었으니
猶然充貢額(유연충공액) : 일정량을 공물의 금액으로 정하였도다.
鬱林亦廉士(울림역렴사) : 울림 역시 청렴한 선비였으니
鎭船非瓦礫(진선비와력) : 배에 실을 것은 기와 조약돌이 아니었던가.
譎詭多竅穴(휼궤다규혈) : 진기하게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
離奇有骨骼(리기유골격) : 이리저리 이상한 뼈대를 갖추고 있도다
雲根侵淸泉(운근침청천) : 구름 뿌리 맑은 샘에 잠기고
淋淋帶蒸液(림림대증액) : 방울방울 물방울이 맺히어 있구나.
觚稜潑淺紫(고릉발천자) : 모난 곳에는 옅은 자색이 돌고
苔髮滋鮮碧(태발자선벽) : 이끼가 더욱 선명하게 푸르구나
峯崿森成列(봉악삼성열) : 산봉우들은 높고 길게 늘어서고
厓谷細相闢(애곡세상벽) : 언덕과 골짜기 좁다랗게 열려있도다
泥黏一株松(니점일주송) : 진흙에 붙여진 한 그루 소나무
遠勢似千尺(원세사천척) : 멀리 보아 천척이나 되는 듯하도다.
渾如古木根(혼여고목근) : 흡사 해묵은 나무 뿌리 같고
擁腫縐襞積(옹종추벽적) : 울퉁불퉁 주름잡혀 있는 것 같도다
頑肥槩見黜(완비개견출) : 모양이 오동통하면 대개 다 내버리니
所崇在癯瘠(소숭재구척) : 좋은 것이 살이 없이 수척한 것이로다.
三峯特崷崒(삼봉특추줄) : 유독 뾰족한 봉우리 셋
舊載豐川舶(구재풍천박) : 옛날 풍천에서 실어온 것인가
豐川扼浿口(풍천액패구) : 풍천이 패강 어귀에 위치하니
湊集多金帛(주집다금백) : 황금과 비단이 많이 모여드는구나.
黃金與翠石(황금여취석) : 황금과 취석 두 가지 중에서
智者知所擇(지자지소택) : 슬기로운 자는 고를 것을 스승으로 알고있다네

 

 

가흥강방선(嘉興江放船)    가흥강에 배 띄우고

久厭山谿險(구염산계험) : 산길 험한 것 싫증 나
翻思水路便(번사수로편) : 뱃길 편리하다 생각 바꾸었다
悵違丹穴約(창위단혈약) : 단양 동굴 가자던 약속 어기고
獨上蘂州船(독상예주선) : 홀로 예주가는 배에 올랐다
兩岸風煙麗(양안풍연려) : 양 언덕의 풍경이 수려하여
中流顧眄專(중류고면전) : 물 한가운데서는 사방이 다 보인다
沙茸抽紫穎(사용추자영) : 모래밭 부들에서 자색 풀싹 뽑아드니
澗蘗綴黃姸(간벽철황연) : 계곡의 횡경나무 노랗게 들어찼구나
山晩禽吭滑(산만금항골) : 산에 해 지면 새들의 노랫소리 부드럽고
堤暄馬戲儇(제훤마희현) : 날씨도 따뜻하여 둑에는 말들도 잘 논다
游絲沙氣盛(유사사기성) : 아지랑이 모래 위에 아른거리고
移櫓水紋圓(이노수문원) : 노 저으가면 물에는 둥근 파문이 진다
娟妙飛峯出(연묘비봉출) : 고운 산봉우리 날 듯이 나타나고
逶迤臥柳遷(위이와류천) : 비스듬히 누운 버드나무 지나간다
盤渦趨急瀨(반와추급뢰) : 소용돌이치는 여울물 세차게도 흘러
惡石吼驚泉(악석후경천) : 울퉁불퉁 바위에 부딪쳐 놀라서 소리친다
拂拂風醒酒(불불풍성주) : 씽씽 부는 바람에 술이 깨고
搖搖水擊舷(요요수격현) : 찰랑찰랑 넘치는 물 뱃전을 때린다
悠然出平地(유연출평지) : 아득히 먼 곳에서 평지가 나타나고
開朗見靑天(개랑견청천) : 눈 앞에는 훤히 푸른 하늘이 보인다
世界重重豁(세계중중활) : 가도 가도 드넓은 세상
人煙曲曲連(인연곡곡연) : 굽이굽이 안개가 자욱하다
險夷常遞換(험이상체환) : 험하고 평탄한 길 늘 서로 바뀌고
憂樂每相牽(우락매상견) : 걱정과 즐거움도 언제나 서로 끄는구나
狹陋傷時俗(협루상시속) : 마음이 좁아 세상 풍속 슬퍼하다
優遊謝罪愆(우유사죄건) : 한가히 놀면서 나의 허물 사죄하노라
庶將江海志(서장강해지) : 바라노니, 이제 강해에 뜻을 두고
暫絶市朝緣(잠절시조연) : 세상 풍조와는 잠시 인연 끊으리라
去國鴟夷子(거국치이자) : 나라 버리고 떠난 치이자 되고
能詩賈浪仙(능시가랑선) : 시 잘하는 가랑 선인처럼 되리라
未應容大瓠(미응용대호) : 아직은 큰 박처럼 수용되기 어렵고
久已怯虛弦(구이겁허현) : 빈 활만 보고도 겁 먹는 새 같은 신세로다
愼索長安米(신색장안미) : 장안의 쌀조차 조심스럽게 찾아
謀歸潁尾田(모귀영미전) : 영수가의 밭으로 갈 생각이로다
沈潛收銳氣(침잠수예기) : 침착하게 젊은 예기 거두어 두고
放達送流年(방달송유년) : 방달하게 자유롭게 세월을 보내고 싶도다
此計心常有(차계심상유) : 이러한 마음 항상 있어 왔지만
今朝興渺然(금조흥묘연) : 오늘 아침 따라 흥취가 야릇하도다
曾聞堯舜世(증문요순세) : 일찍이 들었노라, 그 옛날 요순임금 시대에도
猶有隱箕巓(유유은기전) : 기산머리에 숨어 산 자 있지 않았던가

남자주타어(藍子洲打魚)   남자주에서 고기를 잡다

打魚每趁麥黃天(타어매진맥황천) : 매 번 보리누름에 고기를 잡으니
巨網橫流一字連(거망횡류일자련) : 세찬 물결에 큰 그물 일자로 연했다
立表始愁驅貉遠(입표시수구맥원) : 표지를 세우자니 오소리 달아날까 걱정
括囊方識籠鵝全(괄낭방식농아전) : 고기를 담으매 그제야 고기 잡은 것을 알았다
茶爐亂眼風中沸(다로난안풍중비) : 차 화로에는 어지러이 바람 속에 차가 끓는데
葡架明珠露共懸(포가명주로공현) : 시렁 위의 맑은 포도는 이슬처럼 매달렸구나
不有威靈由地主(불유위령유지주) : 이 지방 원님의 위령이 아니었다면
銀鱗那得滿歸船(은린나득만귀선) : 은빛 물고기를 어찌 배에 가득 잡을 수 있을까

 

독좌음(獨坐吟)    혼자 앉아서

世云棄我我忘身(세운기아아망신) : 세상 나를 버리고, 나는 내 몸 잊었구나
七尺浮沈付與人(칠척부심부여인) : 일곱 자 내 몸을 남에게 맡겨 버리는가
偶落江湖明月夜(우락강호명월야) : 밝은 달밤, 우연히 강 호수에 나오니
水晶界上不生塵(수정계상불생진) : 수정 같은 세계에는 먼지 하나 생기지 않아
村南村北百花光(촌남촌북백화광) : 마을 남북쪽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翁意逢春欲變郞(옹의봉춘욕변랑) : 늙은이가 봄을 만나 소년이 되고 싶구나
笑問壚婆連日債(소문로파연일채) : 선술집 노파에게 연일 진 빚 웃으며 물으며
鷄毛筆記枕邊牆(계모필기침변장) : 닭털 붓으로 베개 머리 벽에다 적어두노라
從古脩名向此求(종고수명향차구) : 예로부터 좋은 명성을 여기에서 구하나니
窮途天許可人由(궁도천허가인유) : 하늘이 허락한 궁한 길을 사람에서 찾을까
靈均若使身榮達(영균약사신영달) : 굴원이 만일 자신이 영달을 누리게 했다면
未必離騷在案頭(미필리소재안두) : 이소경이 반드시 지어지기는 않았으리라
園收橡栗禦窮冬(원수상률어궁동) : 정원의 상수리와 밤을 거두어 겨울 대비했는데
還怪春來懶作農(환괴춘래나작농) : 도리어 이상하구나, 봄날엔 농사짓기 싫증난다
但遣村隣操耒耜(단견촌린조뢰사) : 다만 이웃 사람 보내어 쟁기 대신 잡혀
不妨忘食獨搘筇(불방망식독지공) : 식사도 잊고 홀로 지팡이 의지함을 방해마라
悲歡回互變三飧(비환회호변삼손) : 슬픔과 기쁨 서로 돌아 끼니마다 변하고
龍爛泥沙海化鯤(용란니사해화곤) : 용은 진흙에서 시들고, 바다 새는 붕새로 변한다
至竟人間無好事(지경인간무호사) : 필경에는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없으리니
不須招返未歸魂(불수초반미귀혼) : 돌아가 오지 못하는 넋을 불러 올 것도 없도다
樂事元來轉眼空(락사원래전안공) : 즐거운 일은 원래 순식간에 없어지고
臨分却恨有相逢(임분각한유상봉) : 헤어지며 문득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한하는구나
遙憐客散樽空後(요련객산준공후) : 아득히 가련하다, 손님들 가고난 뒤 술통은 다 비고
矮屋悲吟臥孔融(왜옥비음와공융) : 낮은 집에 홀로 누워서 슬피 글을 읊던 공융이여
曾業文章擬代耕(증업문장의대경) : 일찍이 글을 업으로 삼아 농사 대신 벼슬 하려 하였으나
誤尋徑路入愁城(오심경로입수성) : 지름길 잘못 찾아 근심의 성에 들었구나
田翁常做閑閑樂(전옹상주한한락) : 시골 늙은이는 항상 한가하고 여유 있는 것은
賴是平生不識丁(뢰시평생불식정) : 곧 평생에 고무래 정자도 모르는 무식 때문이로다
海山休說路三千(해산휴설로삼천) : 동해의 봉래산이 삼천 리 밖 있는 것 말하지 말라
已作陳人六十年(이작진인육십년) : 이미 진부한 인생 육십 평생이 다 되었도다
肯逐劉安鷄犬後(긍축유안계견후) : 즐겨 유안의 닭과 개의 뒤를 따라
金丹滿握不昇天(금단만악불승천) : 단약을 가득 쥐고 하늘에 오르지 않으리오
雨後遙山別樣孤(우후요산별양고) : 비 온 뒤의 먼 산은 유별나게 고적하니
故人天末見頭臚(고인천말견두려) : 옛 사람 하늘 끝에서 머리를 내밀었구나
雲窓做得搘頣夢(운창주득지신몽) : 구름 창에 기대어 턱 받치고 꿈꾸니
百尺樓前萬頃湖(백척루전만경호) : 백 척의 누각 앞에는 만 이랑의 호수로다
水盡南天信使稀(수진남천신사희) : 물 다한 남쪽 하늘가엔 소식도 드물어
秋來誰製芰荷依(추래수제기하의) : 가을이 오면 누가 은자의 옷을 지어주리
無因鼓枻江潭去(무인고설강담거) : 뱃전 두드리며 강호로 떠나가려니
遙唱滄浪對夕暉(요창창낭대석휘) : 석양을 마주보며 멀리 창랑가를 부르노라
騎牛不到況乘驄(기우불도황승총) : 소 탄 사람도 안 오는데 더구나 말을 탄 사람 오랴
隱几蕭然草屋中(은궤소연초옥중) : 쓸쓸히 초막집에 와상에 기대앉으니
隔紙非無寬世界(격지비무관세계) : 종이 창 밖으로 더 넓은 세계 없지 않지만
平生羞作鑽窓蜂(평생수작찬창봉) : 평생에 창문 뚫는 벌 되기는 부끄럽구나
休將言說惹賓筵(휴장언설야빈연) : 빈객이 모인 자리에서 언설을 일으키지 말고
妨我閒中撫一絃(방아한중무일현) : 한가로이 일 현금 타는 나를 방해 놓지 말아라
謂傲謂狂都任汝(위오위광도임여) : 오만하다 미쳐다 하더라도 모두 네게 맡겨 두고
西風無樹不鳴蟬(서풍무수불명선) : 가을 바람에 매미 울지 않는 나무는 없도다
平生求友少蘭金(평생구우소란금) : 평생 친구를 찾았으나 진정한 친구 드물고
身後何人識碣陰(신후하인식갈음) : 죽은 뒤에 그 누가 묘갈비 기록을 알아보리오
不爲傳玄留篋草(불위전현유협초) : 양자운처럼 상자 속에 태현경을 갖춰놓고
子雲千載待知音(자운천재대지음) : 천 년 뒤에 알아 줄 이 있길 기다리겠노라
窮居未必友朋疏(궁거미필우붕소) : 곤궁해도 꼭 친구가 멀어지지만은 않으니
將夢爲眞覺屬虛(장몽위진각속허) : 꿈을 참인 줄 알았는데 깨고 보니 허무한 처지로다
記得山中前夜雨(기득산중전야우) : 기억하건대, 산 속의 지난 밤 내린 비에
同心騎馬到階除(동심기마도계제) : 친한 친구가 말 타고 마당가에 이르렀구나
柴荊終日爲誰關(시형종일위수관) : 가시 사립문 종일토록 누굴 위해 닫아놓고
抱得群窮不放還(포득군궁불방환) : 여러 궁한 귀신들을 품에 안고 내보내지 않아
已料展禽官合黜(이료전금관합출) : 전금이 벼슬길에서 쫓겨날 줄 이미 알았도다
那堪牧犢老因鰥(나감목독로인환) : 소 먹이는 늙은이 홀아비 신세를 어찌 견디며
循階㶁㶁水悲鳴(순계괵괵수비명) : 섬돌 돌아 콸콸 흐르는 물소리 슬피 울리는구나
惆悵淸宵獨坐情(추창청소독좌정) : 서글프다, 맑은 밤에 홀로 앉은 이내 마음이여
只有空山一片月(지유공산일편월) : 오직 사람 없는 텅 빈 산에 조각달이 밝아
天涯分與故人明(천애분여고인명) : 하늘 저 편의 친구와 밝음을 나누고 있도다
今古乾坤閒靜身(금고건곤한정신) : 고금천지에 한가롭고 조용한 이내 몸
爲僧悔作下山人(위승회작하산인) : 중이 됐다가 하산한 사람 된 것을 후회하노라
春過喚醒看花夢(춘과환성간화몽) : 봄이 지난 뒤, 불러 꽃구경하는 꿈 깨어났다
一上禪牀滿地塵(일상선상만지진) : 선상에 한번 오르니 온 세상에 티끌 가득
若將煙水論嚴光(약장연수론엄광) : 강호에 은거한 일을 엄광과 논한다면
不若無名杜五郞(불약무명두오랑) : 이름 없던 저 두오랑보다 못할 것이다
一室坐來三十載(일실좌래삼십재) : 한 방에 삼십 년이나 가만히 앉아
更無一步到東牆(경무일보도동장) : 한 발짝도 동쪽 담장 밖을 나가지 않았다
吾生無用亦無求(오생무용역무구) : 나의 인생 쓸모없고, 또한 바라는 것도 전혀 없어
吾在吾廬吾自由(오재오려오자유) : 나는 내 집에서 내 자유대로 지낼 뿐인데
今日偶看庭草長(금일우간정초장) : 오늘은 우연히 뜰에 자라난 풀을 보았노라
門前無客罷梳頭(문전무객파소두) : 문전에 오는 손 없어 머리도 빗지 않으며
歸來不覺過三冬(귀래불각과삼동) : 돌아온 뒤로는 어느덧 삼동이 지났구나
我學無生兒學農(아학무생아학농) : 나는 삶이 없길 배우고 아이는 농사를 배우니
聞說錫山山路改(문설석산산로개) : 들으니, 석산에는 산길을 고쳤다하니
要尋蹊徑懶携筇(요심혜경나휴공) : 좁은 길 찾아 천천히 지팡이 끌고 간다
悠悠晨夕廢饔飧(유유신석폐옹손) : 아득한 나날을 아침저녁 끼니 폐하고
六魄如登北海鯤(육백여등북해곤) : 여섯 넋이 마치 북해의 곤어를 탄 듯하구나
出世也須無異法(출세야수무이법) : 출세하는 게 응당 다른 방법 전혀 없나니
虛無無處不神魂(허무무처불신혼) : 허무한 곳에 있으니 신령하지 않은 곳이 없구나
鬱蒸自合多陰雨(울증자합다음우) : 무더우면 저절로 장마가 많은 법
涼月淸宵不易逢(량월청소불역봉) : 서늘한 달빛 맑은 밤을 만나기 쉽지 않다
龍井玉壺天籟靜(용정옥호천뢰정) : 차와 술에는 자연의 소리 고요하고
瀟湘露下竹融融(소상로하죽융융) : 소상강 이슬 아래에는 대숲이 무성하다
婦餉新菑子出耕(부향신치자출경) : 며느리는 새밭으로 밥 내가고, 아들은 밭을 가니
山窓花木自東城(산창화목자동성) : 산창의 꽃나무들은 동성에서 피어난다
老傖已向勤中過(로창이향근중과) : 이 늙은이도 부지런히 일하며 살아 왔는데
力役初除籍上丁(력역초제적상정) : 호적상에 장정의 부역이 이제 막 면제되었구나
種桃何必歲三千(종도하필세삼천) : 어찌 씨앗하나 심는데 삼천 년이나 필요하며
一核剛投十八年(일핵강투십팔년) : 씨 하나를 심은 지 바야흐로 십팔 년이나 쓰리오
方丈小庭千尺樹(방장소정천척수) : 방장산 작은 뜰엔 천척의 나무가 있고
吾廬亦有洞中天(오려역유동중천) : 나의 집에도 또한 신선 세상이 있도다
病鶴歸來瘦影孤(병학귀래수영고) : 병든 학이 돌아오니 파리한 형상 외롭구나
濠梁淸淺照頭臚(호양청천조두려) : 호량의 맑은 물에 머리가 환히 비치니
求魚何不隨鷗鷺(구어하불수구로) : 고기를 잡는자가 어찌 갈매기를 따르지 않으리오
無數鰷鱨在五湖(무수조상재오호) : 피라미 자가사리가 오호에 무수히 많은데
我愛花紅紅便稀(아애화홍홍편희) : 나는 붉은 꽃 좋아하는데 붉은 꽃은 드물구나
經年綠暗暗人衣(경년록암암인의) : 지나온 여러 해에 녹음이 내 옷을 어둡게 하니
日光不識何時過(일광불식하시과) : 세월은 어느 새, 다 지나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노라
有客到門常落暉(유객도문상락휘) : 손이 문 앞에 이르면, 언제나 저녁 해는 지고
南隣有客繫靑驄(남린유객계청총) : 남쪽 이웃에 손님이 있어 청총마 매어두었다
京洛風光邸報中(경락풍광저보중) : 서울의 풍광이 관보 안에 실려 있으니
聽說新聞皆似舊(청설신문개사구) : 듣자 하니, 새 소식이 모두 옛 소식 같구나
南柯庭蟻午衙蜂(남가정의오아봉) : 남가군의 뜰의 개미요 일하는 벌이로다
靑樓珠箔綺羅筵(청루주박기라연) : 청루의 구슬 주렴, 화려한 비단 자리
鶯鷰爭春傍管鉉(앵연쟁춘방관현) : 관현악 연주 속에 꾀꼬리 제비가 봄을 다툰다
終歲未曾嫌寂寞(종세미증혐적막) : 한해가 다가도록 적막함을 싫어 않으니
何煩吾樹有新蟬(하번오수유신선) : 어찌 번거로이 내 나무에 새 매미 울어대는가
中天亦日耀黃金(중천역일요황금) : 중천의 붉은 태양 황금빛으로 빛나니
始見黃鸝在綠陰(시견황리재록음) : 비로소 녹음 속의 꾀꼬리를 보는구나
頭白不禁啼一句(두백불금제일구) : 머리 희어져 울음 금치 못한다는 한 글귀
去將嬌滑向知音(거장교골향지음) : 가서 좋은 소리로 친구를 향해 울어야지
力弱元來種植疏(력약원래종식소) : 힘 약해서 원래 나무 심는 일 거의 없는데
紫薇花早碧窓虛(자미화조벽창허) : 백일홍 꽃나무는 일찍 창틈에 푸르러 있구나
機心猶與蠨蛸角(기심유여소소각) : 간사한 마음 오히려 갈거미와 서로 겨루는구나
枝上牽絲自起除(지상견사자기제) : 가지 위의 거미줄을 스스로 일어나 없애나니
見說胡塵暗九關(견설호진암구관) : 듣건데, 오랑캐들 소란하여 대궐이 캄캄하니
鷦鷯何幸早知還(초료하행조지환) : 뱁새가 어이 다행히 일찍 돌아올 줄 알겠는가
鰥官似我人皆笑(환관사아인개소) : 나같이 외로운 벼슬아치를 남들이 다 비웃는다
今日方知人不鰥(금일방지인불환) : 오늘에야 비로소 사람은 외롭지 않음을 알고
三更推枕聽雷鳴(삼경추침청뢰명) : 삼경에 베개 밀쳐내고 천둥소리 듣는다
風雨南來亦動情(풍우남래역동정) : 남녘서 몰아 온 비바람에 또 마음이 움직이니
自是要將星斗洗(자시요장성두세) : 이는 본디 수많은 별들을 깨끗이 씻으려하는구나
去爭山月半輪明(거쟁산월반륜명) : 반 둥근 산 위 달과 밝음을 겨루려 함이로다
紛總總中剩此身(분총총중잉차신) : 수다히 많은 사람 중에 이 몸이 남아 돌아
不知還是鬼邪人(불지환시귀사인) : 이 몸이 귀신인지 사람인지 알지 못하겠다
憑將窓明窓暗色(빙장창명창암색) : 장차 하루하루 흐르는 세월
一刹那間了一塵(일찰나간료일진) : 어느 한순간에 한 티끌이 되고 말리라
收拾歸來冷眼光(수습귀래냉안광) : 수습하여 돌아오매 눈빛이 늙었구나
曾經塗抹做新郞(증경도말주신랑) : 일찍이 어린 시절에 신랑이 되었다가
此身已似菩提樹(차신이사보제수) : 이 몸은 이미 저 보리수와 같아
分付枝柯莫出墻(분부지가막출장) : 가지만 나눠 주고 담장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天地何嘗廢蚓鳴(천지하상폐인명) : 천지가 어찌 지렁이 울음소리 없애어
物生那得盡無情(물생나득진무정) : 모든 생물, 어찌 제 뜻을 다 펴지 못하는가
此心炯炯常如日(차심형형상여일) : 이 마음은 항상 저 태양처럼 맑아
想像重泉夜亦明(상상중천야역명) : 아마도 죽은 구천의 밤 또한 밝도다
窮老應無分外求(궁로응무분외구) : 궁한 늙은이 응당 분수 밖의 요구가 없고
霽行潦止摠悠悠(제행료지총유유) : 비 개면 가고, 비 오면 머뭄이 한가로다
光光來得光光去(광광래득광광거) : 빛나게 오고, 빛나게 가는구나
只個靑天在我頭(지개청천재아두) : 푸른 하늘만 내 머리 위에 있을 뿐
回薄天時屬大冬(회박천시속대동) : 시절이 돌고 돌아 한겨울에 이르렀구나
吾衰不復夢羲農(오쇠불부몽희농) : 이 몸 노쇠하여 복희씨 신농씨 꿈꾸지 않는다
衡門自足洋洋樂(형문자족양양락) : 초막집에서 절로 양양한 즐거움 족하니
肯向焦原更著筇(긍향초원경저공) : 어찌 다시 지팡이 짚고 불탄 언덕 향하리오
書生談治慕罋飧(서생담치모옹손) : 서생이 정치를 논하면서 끼니를 연연하니
何異南人說北鯤(하이남인설북곤) : 남쪽 사람이 북해의 곤어를 논함과 어찌 다른가
我自逍遙蚊睫上(아자소요문첩상) : 나는 스스로 모기 눈썹 위에 소요하는 자니
不敎門弟賦招魂(불교문제부초혼) : 제자들에게 <초혼부>를 짓지 않게 하여라
餘生已覺萬緣空(여생이각만연공) : 남은 생애, 이미 온갖 인연 헛되었음을 알아
媿殺今秋菊再逢(괴살금추국재봉) : 올 가을에 국화를 다시 만나 부끄럽도다
臥想黃泉團骨肉(와상황천단골육) : 생각건대 황천에 가서 혈육들이 서로 만나면
冥間應自樂融融(명간응자락융융) : 저승에서 응당 절로 즐거움이 넘치리라
本無一畝可躬耕(본무일무가궁경) : 본래 한 이랑도 몸소 농사지을 땅 없어
朶却空頣舊在城(타각공신구재성) : 헛 입맛만 다시면서 그 옛날 성 안에 있도다
一斥窮鄕身便老(일척궁향신편로) : 궁향에 한번 버려져 몸이 문득 늙고
不堪與國更充丁(불감여국경충정) : 나라 위해 다시 병사로 충원될 수도 없구나
恒沙世界渺三千(항사세계묘삼천) : 항하의 모래 세상 아득한 삼천 년
淵谷城隍遞萬年(연곡성황체만년) : 못과 골짝 성과 해자가 만년을 번갈았구나
莫道人人均賦授(막도인인균부수) : 사람마다 똑같이 주어졌다 말하지 말라
本無聲臭可尋天(본무성취가심천) : 하늘은 본디 소리도 냄새도 찾을 수 없으니
炎海氷山跡也孤(염해빙산적야고) : 더운 바다, 얼음 산은 자취도 외롭다
老年明白舊頭臚(로년명백구두려) : 늙어서도 그 머리는 분명 그 머리구나
江山在處無賓主(강산재처무빈주) : 강산은 있는 곳마다, 손님도 주인도 없으니
免向君王乞鑑湖(면향군왕걸감호) : 군왕께 감호를 구걸하는 일은 면하였다오
地冷柴門鳥雀稀(지냉시문조작희) : 싸늘한 가시 사립문에는 새들도 날지 않고
芰荷秋盡返初衣(기하추진반초의) : 마름과 연잎 가을에 다 시들어 처음 옷으로 바꿔 입었다
待看庭樹東西影(대간정수동서영) : 정원의 나무 동서의 그림자를 기다려 눈여겨 바라보니
消却前榮冉冉暉(소각전영염염휘) : 석양은 뉘엿뉘엿 앞 처마를 넘어가는구나
騎牛較好舊乘驄(기우교호구승총) : 소 타는 일이 말 탄 것보다 좋기만 하다
隨分狂歌草澤中(수분광가초택중) : 분수에 따라 풀 우거진 못에서 소리쳐 노래하다
至竟蠕蠕唯待化(지경연연유대화) : 결국엔 꿈틀거리다 죽을 때만 기다리노라
人生何異入窠蜂(인생하이입과봉) : 인생살이가 집에 든 벌들과 무엇이 다르리오
權將草席代芳筵(권장초석대방연) : 임시 거적자리로 꽃다운 자리 대신하니
亦有江禽勝管鉉(역유강금승관현) : 물새의 소리 또한 관현악보다 낫구나
萬事不生間計較(만사불생간계교) : 온갖 일 생기지 않고 간간이 생각할 일 생기니
老年淸寂似枯蟬(노년청적사고선) : 노년의 맑고 적막함이 매미 허물 벗은 매미 신세로다
月出波心萬濤金(월출파심만도금) : 물결에 달 떠오니, 온 물결이 금빛지고
水天晴碧解雲陰(수천청벽해운음) : 물과 하늘 맑고 푸르러 구름이 그늘 걷힌다
翛翛忽覺淸人聽(소소홀각청인청) : 우수수 이는 소리가 문득 귀를 맑게 하니
問是風音是樹音(문시풍음시수음) : 묻노니, 이것이 바람 소리인가 나무 소리인가
說仙說佛計全疏(설선설불계전소) : 신선이나 부처에 대해선 전혀 생각함이 없어
都把吾身寄太虛(도파오신기태허) : 이 내 몸 몽땅 가져다 태허에 부치노라
透得局中休歇法(투득국중휴헐법) : 세상을 쉽게 사는 법을 터득하니
亂紛紛地玩乘除(란분분지완승제) : 수다히 어지러운 곳에서 그 틈을 즐기노라
天生萬物不相關(천생만물불상관) : 하늘이 내린 만물, 서로 상관할 일 없어
妙法單傳是八還(묘법단전시팔환) : 이심전심의 오묘한 법이 바로 팔환의 방법이로다
說與先生休計較(설여선생휴계교) : 선생에게 말하노니, 계교 쓰지 마시고
人鰥何必勝官鰥(인환하필승관환) : 사람 외로움이 어찌 반드시 벼슬 외로움 이기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