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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皐子와 鹿皮翁

solpee 2007. 12. 10. 09:01

<씨뿌리기>

 

동고자(東皐子)가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산골짜기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었다. 

몇 년이나 곡식이 익지 않자 농기구를 던지면서 탄식하였다.
 “다른 사람의 땅은 모두 풍년이 드는데 내 땅만 유독 흉년이 드니, 

어찌 하늘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단 말인가?”
 녹피옹(鹿皮翁)이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어찌 그대는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오? 

땅은 비옥하고 척박해서 똑같지 않고 그 토질도 각기 다르다오. 

한 지경 안을 두고 말하더라도 높은 곳에는 기장을 심는 것이 마땅하고 가운데 

땅에는 피를 심는 것이 알맞으며 낮은 땅에는 벼를 심는 것이 마땅하지요. 

 

드넓은 천하를 가지고 말하자면 위천(渭川)에는 천 무(畝)의 대나무가 있고, 

연(燕)나라와 조(趙)나라 땅에는 천 그루 대추나무가 있지요. 

촉(蜀)땅에는 생강과 토란이, 형(荊) 땅에는 귤나무가 각기 지질에 맞게 자라고 있지요. 

그 마땅한 바를 따라 씨를 뿌려야 뿌린 씨가 결실 맺는 법입니다. 각기 적당한 바를 잃는다면 한 해 내내 부지런히 일하며 힘을 쏟더라도 소득이 없겠지요. 

 

이제 저 벼는 물이 많은 진흙땅이 알맞은데도 그대는 메마른 언덕에 

씨를 뿌려 흰 가루가 생길 정도로 쉽게 말라버리게 되었고, 

개울이 막혀 물을 댈 수가 없게 된 것이오. 

그러니 남들은 다 풍년인데 나만 흉년을 맞았다고 

한탄하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결과가 이니겠소? 

그대는 그저 산수(山水)의 즐거움만 알고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이익은 생각지 않은 것이오. 

그러면서도 자신이 어리석은 줄은 모르고 하늘만 탓하고 있으니, 

그래야 되겠소? 

세상 사람들 중에 스스로의 계획을 잘 이루지 못하는 자들은 다 그대 같은 사람들이오.”
 
 『부휴자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