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班彪의 王命論

solpee 2020. 1. 10. 08:04

 

紀33 光武帝 建武 5 (己丑, 29)

 

 

 12.외효가 반표에게 물었다.

 "과거에 주나라가 망하고 전국시대에 여러 나라들이 아울러서 다투다가 수세대가 지난 다음에야 안정되었소. 생각하건대 합종과 연횡하는 일들이 장차 오늘날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겠소?"

 12. 隗囂問於班彪曰:「往者周亡,戰國並爭,數世然後定。意者從橫之事將復起於今乎,從,子容翻。復,扶又翻。將承運迭興,在於一人也?」

 

 반표가 말하였다.

 "주가 일어나고 망했던 것과 한과는 아주 다릅니다. 옛날 주는 작위를 5등으로 나누었고, 제후들이 스스로 정치를 하게 되어 줄기와 뿌리가 벌써 쇠약해졌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되었으니 그러므로 마지막에는 합종과 연횡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는 형세와 운수가 그러했습니다.

 彪曰:「周之廢興,與漢殊異。昔周爵五等,諸侯從政,師古曰:言諸侯之國各自爲政。本根旣微,枝葉強大,本根,謂王室。枝葉,謂諸侯。故其末流有從橫之事,勢數然也。

 

 한은 진의 제도를 이어받아서 바꾸어 군현제도를 세웠으며, 군주는 오직 자기만의 위엄을 갖고 있고, 신하는 백 년 정도가는 권한을 갖는 일이 없었습니다. 성제시대에 이르러서 외가의 힘을 빌리게 되어 애제, 평제의 조정이 단명하였고, 후사는 세 번이나 끊겼으니 그러므로 왕씨가 조정을 멋대로 다루다가 이름과 지위를 훔칠 수가 있었고 위험한 일이 위에서부터 일어났지만 상처는 아래 사람들에게 이르지 아니하였습니다. 이리하여서 왕망이 진짜로 황제에 즉위한 뒤에 천하 사람들은 웅크리고서 탄식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漢承秦制,改立郡縣,主有專己之威,臣無百年之柄。至於成帝,假借外家,師古曰:假,音工暇翻,又工雅翻。哀、平短祚,國嗣三絕,故王氏擅朝,能竊號位,危自上起,傷不及下,賢曰:成帝威權借於外家,是危自上起也。漢不得罪於百姓,是傷不及下也。朝,直遙翻。是以卽眞之後,天下莫不引領而歎。

 

 십여 년간 내외가 소란스러워졌고, 먼 곳이나 가까운 곳에서 모두 군사를 일으켜서 이름을 빌려쓰니 구름처럼 몰려들고, 모두 유씨라고 말하였으니 서로 상의를 하지도 않고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의 영웅호걸들이 한 주 정도의 지역을 갖고 있지만 모두 6국처럼 대대로 내려온 대업의 기틀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백성들이 노래하고 우러러 바라고 있으니, 한나라는 반드시 부흥된다는 것을 이미 알 수 있습니다."

 十餘年間,中外騷擾,遠近俱發,假號雲合,咸稱劉氏,不謀同辭。方今雄桀帶州域者,皆無六國世業之資,而百姓謳吟思仰,漢必復興,已可知矣。」

 

 외효가 말하였다.

 "선생이 주와 한의 형세에 대하여 말한 것은 좋지만 다만 어리석은 사람들ㅇ니 유씨라는 성의 명호에 익숙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한 왕조가 부흥된다고 하는 것은 거친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진이 그 나라의 사슴을 잃어버리자 유계가 쫓아가서 그 한쪽 다리를 잡았습니다. 그때 백성들이 다시 한나라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까요?"

 囂曰:「生言周、漢之勢可也,至於但見愚人習識劉氏姓號之故,而謂漢復興,疏矣!昔秦失其鹿,劉季逐而掎之,師古曰:掎,偏持其足也;居蟻翻。時民復知漢乎?」

 

 반표가 마침내 그를 위하여 《王命論》을 지어 넌지시 바로 잡아주었다.

 彪乃爲之著《王命論》以風切之,爲,于僞翻。風,讀曰諷。曰:

 

 "옛날에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을 하면서 '하늘의 운수가 네 몸에 있다.'고 하였다. 또 순임금 역시 우임금에게 천명을 말하였다. 후직과 설 시절에 이르러서도 모두가 당, 우를 보좌하였지만 탕임금과 무왕 때에 이르러서야 천하를 갖게 되었다.

「昔堯之禪舜曰:『天之曆數在爾躬。』舜亦以命禹。《論語》所載。洎于稷、契,咸佐唐、虞,至湯、武而有天下。洎,其冀翻。契,息列翻。

 

 유씨는 요임금의 자리를 이어받았고, 요임금은 화덕에 근거하였는데, 한이 이를 이어서 적제의 아들이라는 표시를 갖고 있었으니 그러므로 귀신이 복을 내려주는 바가 되었고, 천하 사람들이 귀부하여 갔다. 여기서부터 말한다면 운세에 아무런 근본이 없거나 공덕이 기록되지 않은 것이 보이지 않으니 특히 일어나서 이러한 지위에 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劉氏承堯之祚,堯據火德而漢紹之,有赤帝子之符,事見七卷秦二世元年。故爲鬼神所福饗,天下所歸往。由是言之,未見運世無本,功德不紀,師古曰:不紀,言不爲人所記。而得屈起在此位者也!屈起,特起也。屈,求勿翻。

 

 세속에서는 고조가 포의의 신분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은 그 연고를 다 알지 못한 것이고, 천하를 얻은 것을 사슴을 쫓는데 비유하고는 그가 다행스럽게 재빨리 그것을 잡았다고 한다. 신성한 그릇은 천명을 갖고 있어서 지혜나 힘으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른 것이다.

 俗見高祖興於布衣,不達其故,至比天下於逐鹿,幸捷而得之。不知神器有命,不可以智力求也。劉德曰:神器,璽也。李奇曰:帝王賞罰之柄也。師古曰:李說是也。仲馮曰:神器,「聖人之大寶曰位」是也。

 

 슬프다! 이 시대에 난신적자 같은 자들이 많이 나타나게 한 까닭이다. 무릇 주려서 허덕이는 사람이 천하에 널려 있고, 배고프고 추워서 떠는 사람이 도로에서 바라는 것은 한 푼의 돈뿐인데, 그러나 끝내 구렁텅이에서 굴러다니며 죽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가난하고 궁핍한 것도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하물며 천자와 같은 신분이나 사해와 같이 많은 부유함과 신명이 내려주는 운명을 아무 곳에서나 얻을 수 있겠는가?

 悲夫,此世所以多亂臣賊子者也!夫餓饉流隸,師古曰:隸,賤隸。飢寒道路,所願不過一金,然終轉死溝壑,何則?貧窮亦有命也。況乎天子之貴,四海之富,神明之祚,可得而妄處哉!處,昌呂翻。

 

 그러므로 비록 어려운 고비를 만나서 그 권력의 칼자루를 훔쳐서, 예컨대 용기에 있어서는 한신이나 영포 같고, 강하기로는 항량과 항적 같으며, 성공하기로는 왕망과 같다고 하여도 그러나 끝내는 목이 베이거나, 팽을 당하게 되어 젓 담가져서 몸이 갈기갈기 찢기게 되었다. 또한 하물며 시시하여 오히려 앞에서 예시한 몇몇 사람들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암암리에 천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들다니!

 故雖遭罹阨會,竊其權柄,勇如信、布,強如梁、籍,謂項梁、項籍也。成如王莽,然卒潤鑊伏質,師古曰:質,鍖也。伏於鍖上而斬之也。卒,子恤翻。亨醢分裂;亨,與烹同。又況幺麼尚不及數子,師古曰:幺麼,皆微小之稱也。幺,音一堯翻。麼,音莫可翻。而欲闇奸天位者虖!奸,音干。

 

 옛날에 진영의 어머니는 진영의 집안이 대대로 가난하였으므로, 갑자기 부귀하게 되면 상서롭지 못하다고 하여 진연에게 왕이 되는 것을 중지시켰다. 왕릉의 어머니는 한왕이 반드시 천하를 얻을 것을 알고 칼에 엎어져 죽으면서 왕릉을 굳게 격려하였다.

 昔陳嬰之母以嬰家世貧賤,卒富貴不祥,止嬰勿王;卒,讀曰猝。事見八卷秦二世二年。王陵之母知漢王必得天下,伏劍而死,以固勉陵。事見九卷高祖元年。

 무릇 보통 여자의 밝음으로도 오히려 사리가 어디에 이를 것을 추리할 수 있고, 화가 되고 복이 되는 기틀을 살펴서 무궁한 역사 속에서 종족과 제사를 온전히 보존하게 하여서 이를 《춘추》에 길이 쓰이게 하였는데, 하물며 대장부의 경우에서야!

 夫以匹婦之明,猶能推事理之致,探禍福之機,而全宗祀於無窮,垂策書於春秋,師古曰:凡言匹夫、匹婦,謂凡庶之人。春秋,史書記事之總稱。而況大丈夫之事虖!

 

 이러한 연고로 가난해질 것이냐 현달할 것이냐 하는 것은 천명에 있는 것이지만 길할 것이냐 흉할 것이냐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니 진영의 어머니는 폐하게 될 세력을 알았고, 왕릉의 어머니는 흥할 사람을 알아보았으며 이 두 사람을 살펴보면 제왕의 몫은 결정되어 있다.

 是故窮達有命,吉凶由人,嬰母知廢,陵母知興,審此二者,帝王之分決矣。分,扶問翻;下同。

 

 그 위에 고조는 관대하고 밝으며, 어질고 용서할 줄 알고, 사람됨을 볼 줄 알아서 잘 맡겨 부리며, 밥을 먹다가도 먹던 음식을 뱉으면서도 장자방의 계책을 받아들이었다. 발을 씻다가도 얼른 일어나서 역생의 말을 듣고 읍하는 예를 차렸다. 군사들의 대오 속에서 한신을 들어냈고 망명한 사람 가운데서 진평을 거두어 들였다. 영웅들이 그들의 힘을 다 펼치고, 수많은 계책을 다 들어 썼으니 이것은 고조의 큰 지략이며, 황제의 대업을 이룩한 까닭이다.

 加之高祖寬明而仁恕,知人善任使,當食吐哺,納子房之策;拔足揮洗,揖酈生之說;舉韓信於行陳,洗,息典翻。行,戶剛翻。陳,讀曰陣。收陳平於亡命;事並見《高帝紀》。英雄陳力,羣策畢舉,此高祖之大略所以成帝業也。

 

 만약 이에 신령한 상서로움이나 영험한 징조에 부응한 것을 든다면 그러한 일이 아주 많다. 그런고로 회음후와 유후가 이것을 '하늘이 내려 준 것이지 사람이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영웅은 진실로 깨닫고 초월하여 멀리까지 보며 깊숙이 들어가서 깊게 알아서 왕릉과 진영이 자기 분수를 밝힌 것을 받아들였고, 한신과 영포가 가졌던 야심을 끊어버리고, '사슴을 쫓아가 잡으면 된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막아버렸다.

 若乃靈瑞符應,其事甚衆,故淮陰、留侯謂之天授、非人力也。英雄誠知覺寤,超然遠覽,淵然深識,收陵、嬰之明分,絕信、布之覬覦,覬,音冀。覦,音俞。距逐鹿之瞽說,

 

 신기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살피고, 바랄 수 없는 것을 탐내어 앞서 예시한 두 어머니의 비웃음을 사지 않는다면 복된 일이 자손에게 전하여질 것이고, 하늘이 주는 녹을 영원히 향유할 것이다."

 외효는 이 말을 듣지 않았다.

 審神器之有授,毋貪不可冀,爲二母之所笑,則福祚流于子孫,天祿其永終矣!」囂不聽。

 

 반표는 드디어 그곳을 피하여 하서 지역으로 갔는데 두융이 그를 종사로 삼고 아주 예의를 갖추며 중하게 생각하였다. 반표는 드디어 두융을 위하여 계책을 세우고 그로 하여금 오로지 뜻을 다하여 한나라를 섬기게 하였다.

 彪遂避地河西;竇融以爲從事,漢制,將軍府及司隸、刺史、郡守皆有從事。甚禮重之。彪遂爲融畫策,爲,于僞翻。使之專意事漢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