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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生者命也/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렸다.

solpee 2017. 6. 30. 16:41

《說苑 卷17 雜言18

孔子困於陳、蔡之間,居環堵之內,席三經之席,七日不食,藜羹,弟子皆有饑色,讀詩書治禮不休。子路進諫曰:「凡人為善者天報以福,為不善者天報以禍。今先生積德行,為善久矣。意者尚有遺行乎?奚居隱也!」孔子曰:「由,來,汝不知。坐,吾語汝。子以夫知者為無不知乎?則王子比干何為剖心而死?以諫者為必聽耶?伍子胥何為抉目於吳東門?子以廉者為必用乎?伯夷、叔齊何為餓死於首陽山之下?子以忠者為必用乎?則鮑莊何為而肉枯?荊公子高終身不顯,鮑焦抱木而立枯,介子推登山焚死。故夫君子博學深謀不遇時者眾矣,豈獨丘哉!賢不肖者才也,為不為者人也,遇不遇者時也,死生者命也;有其才不遇其時,雖才不用,苟遇其時,何難之有!

故舜耕歷山而逃於河畔,立為天子則其遇堯也。傅說負壤土、釋板築,而立佐天子,則其遇武丁也。伊尹,有莘氏媵臣也,負鼎俎調五味而佐天子,則其遇成湯也。呂望行年五十賣食於棘津,行年七十屠牛朝歌,行年九十為天子師,則其遇文王也。管夷吾束縛膠目,居檻車中,自車中起為仲父,則其遇齊桓公也。百里奚自賣取五羊皮,伯氏牧羊以為卿大夫,則其遇秦穆公也。沈尹名聞天下,以為令尹,而讓孫叔敖,則其遇楚莊王也。伍子胥前多功,後戮死,非其智益衰也,前遇闔廬,後遇夫差也。夫驥厄罷鹽車,非無驥狀也,夫世莫能知也;使驥得王良、造父,驥無千里之足乎?芝蘭生深林,非為無人而不香。故學者非為通也,為窮而不困也,憂而不衰也,此知禍福之始而心不惑也,聖人之深念獨知獨見。舜亦賢聖矣,南面治天下,唯其遇堯也;使舜居桀紂之世,能自免於刑戮固可也,又何官得治乎?夫桀殺關龍逄而紂殺王子比干,當是時,豈關龍逄無知,而比干無惠哉?此桀紂無道之世然也。故君子疾學修身端行,以須其時也。」

 공자께서 진채지간에서 곤액을 당하여 좁고 누추한 곳에 거쳐하시고 삼경을 펼쳐놓은 자리에 앉아 계시며, 7일 동안 밥을 먹지 못하시고 쌀을 넣지 않은 명아주나물국(藜羹不糝)을 드셨다. 제자들이 모두 굶주린 기색이 있었으나 공자는詩·書를 읽고 禮를 연구하는 일을 쉬지 않았다. 자로가 와서 뵙고 말했다.

 "선행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으로 갚아주고, 불선을 행하는 사람은 하늘이 재앙으로 갚아준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선생께서는 덕을 쌓고 선한 일을 행하신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생각컨대 도리어 잘못하신 행위가 있습니까? 어찌 이처럼 곤궁한 처지에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유야, 이리오너라. 너는 알지 못한다. 앉거라. 내 너에게 말해주리라. 너는 지혜가 있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여기느냐. 그렇다면 왕자 비간은 어찌하여 심장이 쪼개져서 죽었느냐? 간하는 말은 반드시 따른다고 여기느냐? 오자서는 어찌하여 눈알이 뽑혀 오나라 도성의 동쪽 문에 걸렸느냐? 너는 청렴한 사람은 반드시 등용된다고 여기느냐? 백이·숙제는 어찌하여 수양산에서 굶어죽었느냐? 너는 충성하는 사람은 반드시 임용된다고 여기느냐. 그렇다면 포장은 어찌하여 살이 말라 죽었느냐? 형공 자고는 죽을 때까지 현달하지 못하였고, 포초는 나무를 안고 죽었으며, 개자추는 산에 올라가 불에 타 죽었다. 그러므로 군자는 학식이 넓고 계획이 깊으나 때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 많으니, 어찌 나만 그렇겠느냐.

 현명하고 불초한 것은 재주에 따른 것이고, 큰일을 하고 못 하는 것은 사람에 따른 것이며, 기회를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때에 달린 것이고,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매인 것이다. 재주는 있으나 때를 만나지 못하면 재주가 있어도 펼치지 못하지만 만일 때를 만나면 재주를 펼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느냐.

 그 때문에 순이 역산에서 농사짓고 황하 가에서 질그릇을 구웠으나 즉위하여 천자가 된 것은 요를 만났기 때문이고, 부설이 흙을 져서 담을 쌓다가 담틀과 공이를 버리고 천자의 보좌가 된 것은 무정을 만났기 때문이며, 이윤은 유신씨의 잉신이니, 솥과 도마를 짊어지고 오미로 음식을 조리하여 천자를 보좌한 것은 성탕을 만났기 때문이고, 여망이 나이 50에 극진에서 밥을 팔고 70에 조가에서 소를 잡다가 나이 90에 천자의 스승이 된 것은 문왕을 만났기 때문이고, 관이오가 결박을 당하고 눈이 가려진 채 함거 안에 있다가 함거에서 일어나 중보가 된 것은 제 환공을 만났기 때문이며, 백리해가 스스로 다섯 마리 양가죽에 팔려가 진백의 양치기가 되었다가 경대부가 된 것은 진 목공을 만났기 때문이고, 심윤이 천하에 명망이 드러나 영윤이 되었으나 손숙오에게 양보한 것도 초 장왕을 만났기 때문이다. 오자서가 전에 많은 공을 세웠으나 뒤에 죽음을 당한 것은 그의 지혜가 전보다 많이 쇠퇴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에는 합려를 만났고 뒤에는 부차를 만났기 때문이다.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끄는 액운을 만나 피폐해진 것은 천리마의 형상이 없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천리마가 왕량과 조부를 만났다면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천리마의 발이 없겠느냐? 芝蘭이 깊은 숲속에 자랄 적에 감상하는 사람이 없다하여 향기를 발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학문하는 사람은 현달하기 위해 학문하는 것이 아니라, 빈궁에 처해도 곤궁을 표하지 않으며, 우환 중에 있어도 지기가 쇠퇴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화복이 시작되는 조짐을 미리 알아 마음이 현혹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은 깊이 생각하여 그 만이 이를 알아보는 것이다. 순도 성현이지만 남쪽을 향해 앉아서 천하를 다스린 것은 다만 요을 만났기 때문이다. 가령 순이 걸·주의 시대에 살았다면 스스로 형륙에서 벗어나는 것은 진실로 가하지만 또 어떻게 벼슬을 얻어 천하를 다스리겠느냐?

 걸은 관룡방을 죽였고, 주는 왕자 비간을 죽였다. 당시에 어찌 관용방은 무지하고 비간은 지혜가 없어서 죽었겠느냐? 이걸 걸·주의 무도한 세태가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학문을 쌓고 몸을 수양해 행실을 단정히 하여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