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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山 / 消暑八事

solpee 2016. 7. 7. 19:34

茶山 / 消暑八事 - 더위를 식힐 여덟 가지 방법

李慶胤-高士濯足圖 부분, 화첩/비단에 담채, 국립중앙미술관

 

 

茶山 / 消暑八事

 

조선의 시인 가운데 여름철의 경물과 서정을 잘 읊은 이로는 茶山

 

 丁若鏞(1762 ~ 1836)이 으뜸 아닐까. 귀양 가기 이전에는 竹欄詩

 

社 동인들과 여름을 노래한 연작시를 지었고, 강진에 귀양 간 뒤에

 

도 여름철의 경물을 즐겨 읊었으며, 귀양에서 풀린 뒤 소내([召川],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머물 때에도 여름날의 정취를 즐긴 시를

 

많이 남겼다.

 

57세에 18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다산은 63세이던

 

1824년 여름에 더위가 심하자 '더위를 물리치는 여덟 가지 멋진 일

 

(消暑八事)'을 구상하여 일련의 시를 지었다.

 

 

다산은 이 때 63세의 노인으로 강진 귀양지로부터 돌아온 지 7년째

 

였다. 저술에 몰두하는 여가에 그는 더위를 괴롭게 생각하기보다는

 

즐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러한 16가지 방법을 고안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방법은 그가 살던 소내[召川]에서 즐겼을 법한

 

일이다. 다산은 그 하나하나에 멋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거듭거듭 시

 

를 지어 더위가 절로 물러가게 하였다.

 

 

 

 

消暑八事

 

 

 

1.松壇弧矢/솔둑에서 화살을 쏘는 놀이

 

 

양쪽 계단 짝지어 올라라 살그릇 가운데 있고 / 兩階升耦楅當中

오얏 담그고 오이 띄워라 술동이도 가득한데 / 沈李浮瓜酒不空

깁 휘장으론 솔 틈의 햇볕을 가렸고 / 紗帳交遮松罅日

과녁의 베는 정히 밤숲 바람에 배가 불렀네 / 布帿正飽栗林風

 

들 자리 더 넓히어 길 가는 손을 맞이하고 / 增開野席容賓雁

서늘한 시렁 매어서 늙은 곰 흉내도 내나니 / 且設涼棚學老熊

모두 말하길 뜨거운 여름도 소일하기 좋은데 / 總道炎曦消遣好

하필 추운 때에 활쏘기를 과시하려고 하네 / 雪天何必詫鳴弓

 

 

 

 

2.槐陰鞦遷/홰나무 그늘에서 그네 타기

 

 

홰나무 큰 가지 방초 언덕에 가로로 누워라 / 槐龍一桁偃芳隄

그넷줄을 드리우니 두 가닥이 가지런한데 / 垂下鞦遷兩股齊

바위 틈을 번개처럼 스쳐 가는 게 두렵고 / 直怕巖中飛電掣

하늘 밖의 푸른 구름 나직함도 언뜻 보이네 / 忽看天外碧雲低

 

굴러서 올 땐 자못 허리 굽은 자벌레 같고 / 跼來頗似穹腰蠖

세차게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닭과 같아라 / 奮去眞同鼓翼鷄

솔솔 부는 서늘 바람이 온 좌석에 불어 오니 / 習習涼颸吹四座

어느덧 뜨거운 해가 벌써 서쪽으로 기울었네 / 不知紅日已傾西

 

 

3.虛閣投壺/ 빈집에서 투호놀이

 

 

구리병의 두 귀가 자리 앞에 편평히 놓이고 / 銅壺兩耳席前平

물가의 대각엔 솔바람이 진종일 맑아라 / 水閣風松盡日淸

한점 한점씩 뚝뚝 누수 방울은 떨어지고 / 一點丁東銀漏滴

뭇 사람들 떠드는 소리는 죽루를 울리는데 / 衆聲鏜鎝竹樓鳴

 

따라가는 두 말이 세 말을 이루기도 하고 / 從行二馬成三馬

모여 선 붉은 기에 푸른 기도 섞이어라 / 簇立紅旌雜翠旌

격효에 대한 점수는 갑절로 계산하면서 / 就把激驍要倍算

온 좌중이 떠들썩하게 태감생을 웃는도다 / 哄堂一笑太憨生

 

 

4.淸簟奕棋/대자리 깔고 바둑두기

 

 

 

더운 날에 졸음이 와서 책 보기는 싫어라 / 炎天瞌睡厭攤書

 

손님 모으고 바둑 구경 그 계책이 괜찮구려 / 聚客看棋計未疏

대추씨로 요기한단 건 해자의 괴담이거니와 / 棗核療飢諧者怪

귤 속에서 세상 피한 건 사실인가 거짓인가 / 橘皮逃世理耶虛

 

뜨거운 햇볕 잊었는데 어찌 주미를 휘두르랴 / 已忘火傘寧揮麈

생선회 생각 간절하여 또 고기 내기를 해라 / 思切銀絲且賭魚

대국자나 방관자가 똑같이 배부르니 / 對局旁觀均一飽

물욕 끊고 한담이나 나누는 게 어떻겠는가 / 息機閒話復何如

 

 

 

5.西池賞荷/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

 

 

수양버들 비 뒤의 바람이 푸른 못에 불어라 / 垂柳光風轉碧池

부용의 자태가 사람을 머뭇거리게 하누나 / 芙蓉顔色使人遲

막고의 빙설에다 생각은 세속을 뛰어나고 / 藐姑氷雪超超想

월녀의 치마 저고리에 자태도 얌전하구려 / 越女裙衫澹澹姿

 

술 마시기에 알맞은 코끼리코 술잔도 겸하였다네 / 一榼兼宜彎象鼻

온갖 꽃이 어찌 미인을 시샘할 수 있으랴 / 百花那得妬蛾眉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머물려 두어 / 天心留此娉婷物

더위로 고통받는 속인을 조용히 기다리었네 / 靜俟塵脾苦熱時

 

 

6.東林聽蟬/동쪽 숲에서 울어대는 매미소리 듣기.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 하늘에 / 紫霞紅露曙光天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 萬寂林中第一蟬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 苦境都過非世界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 鈍根淸脫卽神仙

 

묘한 곡조 높이 날려라 허공을 능가하는 듯 / 高飄妙唱凌虛步

다시 애사를 잡아라 바다에 둥둥 뜬 배인 듯 / 旋搦哀絲汎壑船

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 聽到夕陽聲更好

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 移床欲近老槐邊


 

 

7.雨日射韻/비오는 날에는 시 짓기.

 

 

구수의 해학으로 장마 염천을 지내노라니 / 窶藪詼諧度潦炎

미인의 안색이 겹친 주렴으로 막혀 있는데 / 美人顔色隔重簾

경병이 온전히 율격 따른 것만 알았는데 / 唯知競病全依律

갑자기 과파가 끝을 반쯤 드러냄이 놀랍네 / 忽訝戈波半露尖

 

생각을 할 땐 눈으로 천 리를 다 바라보고 / 思路望窮千里目

의심이 날 땐 두어 가닥 수염을 꼬아 끊나니 / 疑山撚斷數莖髥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시 천 수를 짓고서 / 不如自作詩千首

어려운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내는 거로세 / 難字還宜信手拈

 

 

8.月夜濯足/달 밝은 밤에 물가에서 발을 씻기.

 

 

나직한 집에서 걱정 풀고 석양을 보내노니 / 矮簷排悶送殘陽

하얀 달빛이 낚시터에 비추어 서늘하구려 / 素月流輝釣石涼

노야의 어부가에는 물 흐린 것이 걱정되고 / 魯野漁歌愁水濁

진정의 계 닦는 일엔 난초 향기가 생각나네 / 晉亭禊事憶蘭香

 

빙 돌아라 물결 따르는 오리를 배우려 하고 / 瀊回欲學隨波鴨

닦아 말림은 다시 물 싫어하는 염소 같아라 / 晞挋還如畏濕羊

친구들 서로 이끌고 모두 깊이 잠들었나니 / 社友相携渾睡熟

명아주 와상에 아침 해 비추는 것 안 부끄러워 / 不羞紅旭照藜牀

 

☞.
激驍 
:
投壺할 적에 병 안으로 세차게 던져 넣은 살[矢]이 튕겨서 다시 나오면 이를 손으로 받아 내는 것을 이름. 漢武帝때에 郭舍人이 투호를 매우 잘 하였는데, 그가 살을 세차게 병 안으로 던져 넣어 그것이 튕겨 다시 나오는 것을 손으로 받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太憨生: 귀여우면서도 어리석은 태도를 표현한 말이다.

 

☞.대추씨로 …… 괴담이거니와 : 대추씨로 요기한다는 말은 곧 後漢 때 方術士인 郝孟節이 대추씨만 입에 머금은 채, 밥을 먹지 않고도 5년, 10년을 지낼 수 있었다는 데서 온 말이고, 諧者의 怪談이라는 것은 《莊子》 逍遙遊에 “《齊諧》란 괴이한 말들을 적은 책이다.” 한 데서 온 말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해자’를 괴담을 잘하는 사람의 뜻으로 쓴 것이다.《後漢書 卷82》

 


☞.귤 …… 피한 건 : 옛날 巴邛 사람이 자기 집 마당의 귤나무에서 귤 하나를 따다가 쪼개어 보니, 그 속에서 세 노인이 바둑을 두며 즐기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麈尾 : 고라니 꼬리로 만든 먼지떨이를 이름. 晉 나라 때에는 특히 淸談을 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청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藐姑의 氷雪 : 藐姑射山에는 神人이 사는데, 그 살결이 마치 얼음이나 눈 같고 자태가 마치 처녀와 같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莊子 逍遙遊》

 


☞.코끼리코 술잔 : 줄기가 붙은 연잎을 이용한 술잔. 魏의 正始 연간에 鄭慤이 삼복 더위에 賓僚들을 데리고 使君林으로 피서를 가서 큰 연잎을 硯格 위에 올려놓고 술을 따른 다음 잎 가운데를 비녀로 찔러서 줄기로 술이 흘러내리게 하고는, 그 줄기를 마치 코끼리의 코 모양과 같이 굽혀서 이를 빨아먹었는데, 그 이름을 碧筩杯라고 하였다 한다. 《西陽雜俎 酒食》

 


☞.哀絲 : 슬픈 音調를 내는 絃樂器를 이름.

 


☞.窶藪의 해학 : 漢 나라 때 東方朔이 해학에 매우 뛰어났는데, 한번은 郭舍人이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나무에 붙어 있는 寄生을 보이지 않게 가리고서 이를 동방삭에게 알아맞히라고 하자, 동방삭이 이를 ‘구수’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구수는 곧 동이를 머리에 받쳐 이는 또아리이므로, 곽사인이 그에게 알아맞히지 못했다고 말하자, 동방삭이 말하기를, “나무에 붙어 있으면 기생이지만, 동이 밑에 받치면 또아리가 된다.”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기생이란 곧 나무에 붙어 있는 버섯으로, 그 모양이 또아리처럼 동그랗게 생겼기 때문에 한 말이었다.《漢書 卷65》

 


☞.競病 : 이 글자들은 險韻에 해당하므로, 시를 지을 때 험운을 달아 짓는 것을 이른 말.

 

☞. : 이 두 글자는 書法의 戈法 과 波法 : 丿삐침별과 乀파임불을 가리키는 말로서, 글씨 쓰는 것을 이른 말이다.


 

☞.魯野의 …… 걱정되고 : 어떤 孺子가 어부가를 노래하기를, “滄浪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르면 내 발을 씻을 것이다.” 하자, 공자가 말하기를, “小子들아, 들어 보아라. 맑으면 갓끈을 씻게 되고, 흐리면 발을 씻게 되는 것이니, 모두가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孟子 離婁 上》


☞.晉亭의 …… 생각나네 : 진정은 晉 나라 때 會稽의 山陰에 있었던 蘭亭을 이르는데, 당시 名士들로 王羲之ㆍ謝安 등 41인이 3월 3일에 이곳에 모여 禊事를 치르고 詩賦를 지으면서 풍류를 즐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