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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易行簡

solpee 2016. 6. 16. 17:41

樂天

 

자기가 처한 경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일컬을 때 樂天이라는 말을 쓴다. 좋거나 나쁘거나, 기쁘거나 슬프거나 간여치 않는다. 있는 상황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가다듬는 사람의 자세를 가리킨다. 그런 사람들을 樂天的이라고 표현한다.

 

당나라 시인으로서 李白杜甫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이 白居易. 그의 시문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노년에 친구 여덟과 함께 동호회 비슷한 모임을 만들어 바람직한 말년 생활을 보냈다고 해서 붙인 이름 九老會라는 명칭은 한국의 지하철 1호선 九老역의 역명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이름 居易가 흥미를 끈다. 그의 친동생 이름은 行簡이다. 두 이름은 뭔가 메시지를 담은 듯해서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목한다. 편하게 살고, 간소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두 이름은 제법 족보가 있는 단어로 볼 수 있다.

 

형의 이름 居易는 유교 경전 <中庸>에 나온다. 그 문장의 맥락은 이렇다. 위에 있을 때 아랫사람 업신여기지 않고, 아래에 있을 때는 윗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옳게 다스려 남에게 손 벌리지 않으니 원망함이 없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않으며, 밑으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

 

그런 흐름으로 이어진 문장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따라서 군자는 편안히 처신해 하늘의 명을 기다리며, 소인은 아슬아슬하게 굴면서 요행을 바란다(故君子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徼幸).” 권세와 영달을 위해 서성거리지 말고, 소박한 마음으로 제 본분을 지키면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行簡이라는 이름도 공자의 어록인 <論語>에 나온다. 공자와 제자의 문답에서다. 그 흐름은 居敬行簡이라는 성어로 자리를 잡았다. ‘의젓한 예법으로써 처신하되(居敬) 일의 처리는 번잡하게 하지 않는다(行簡)’는 뜻이다.

 

간단하게 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보다는 더 심오한 뜻도 담겨 있을 듯하다. 그러나 두 사람 이름의 배경을 깊이 들여다보려면 그 둘의 를 살피는 게 좋다. 본명에 따르는 副名에 본인의 가치관이 충분히 담겨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거이의 자는 樂天이고 동생 백행간의 자는 知退. 제 본분을 잘 알아 세속의 권세나 가치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뜻이 전자에 담겼다. 뒤의 知退에는 물러설 때를 알아 제 자리에 돌아오는 행위라는 뜻이 들어 있다.

 

따라서 백거이와 백행간 두 형제의 이름과 자는 사람으로서 살아갈 때 욕망의 무한한 확산을 경계하자는 진지한 각성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두 형제는 그렇게 삶을 살았고, 중국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진정성으로 빛나는 이름을 얻었다. -유광종의 한자 칼럼에서

 

中庸 14章

 

1.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군자는 현재의 위치에 따라 행하고, 그 밖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

 

2.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

현재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에서 행하며,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에서 행하며, 夷狄에 처해서는 이적에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에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자연스럽지 않음이 없느니라.

3.在上位不陵下 在下位不援上 正己而不求於人則無怨 上不怨天 下不尤人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잡아당기지 않고, 자기 몸을 바르게 하고 남에게 요구하지 않으면 원망하는 이가 없을 것이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아래로는 사람을 허물하지 않는다.

 

4.故君子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徼幸

고로 군자는 평이함에 처하여 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을 행하여 요행을 바란다.

 

5.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그러므로 군자는 평이함에 처하여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것을 행하면서 요행을 바란다.

 

子曰 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공자가 말하였다. “활쏘기는 군자와 같음이 있으니, 활을 쏘아 正鵠을 맞히지 못하면 자기 몸에 돌이켜 찾는다.”

 

居敬而行簡

 

論語 雍也

 

子曰 雍也 可使南面 仲弓 問子桑伯子 子曰 可也 簡 仲弓曰  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 子曰 雍之言 然.

 

공자께서 말했다. “은 임금으로서 南面할 만하다.”

중궁(옹의 자)이 자상백자를 물었다.

이에 공자께서 대답했다. “좋다. 소탈하고 걸림이 없다[].‘

중궁이 거듭 물었다. “마음과 몸가짐이 공경스럽고 행동이 소탈하여[居敬而行簡] 그 백성을 대한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몸가짐이 소탈하면서 행동마저 소탈한다면[居簡而行簡] 지나치게 소탈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대답했다. “옹의 말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