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偶吟

solpee 2016. 4. 30. 05:43

 

偶吟 -竹西

 

黃昏獨坐竟何求 / 황혼 무렵 홀로 앉아 무얼 그리 그리는가.
咫尺相思悵未休 / 지척에 임을 두고 안타깝기 그지 없네.
月明夜沈千古夢 / 달이 밝아도 깊은 밤엔 천고의 꿈에 들고
好花春盡一年愁 / 꽃 고와도 봄 다할까 깊은 시름에 젖네.


心非鐵石那能定 / 쇠도 돌도 아닌 이내 마음 어찌 진정해야 할까
身在樊籠不自由 / 새장같은 이내 신세 훨훨 날지 못하네.
歲色背人長焂忽 / 세월은 날 등지고 벌써 훌쩍 떠나는 데 
試看橋下水東流 / 다리 아래 흐르는 물 동쪽으로 흘러가네.

竹西 朴氏(1820~1851)

본관은 潘南. 호는 竹西. 半啞堂. 朴宗彦의 서녀이며, 徐箕輔의 소실이다. 대략 1817년(순조 17)∼1851년(철종 2)에 생존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버지로부터 글을 배워 어려서부터 經史와 古詩文을 탐독하였고, 蘇軾·韓愈를 숭모하였다. 10세에 이미 뛰어난 시를 지어 천재성을 발휘하였는데, 시문은 매우 서정적이며 대개 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여심과 기다리다 지친 閨怨을 나타내는 내용이다.

미모가 뛰어나고 침선에도 능하였다 하며, 동시대의 여류시인인 錦園과는 같은 원주사람으로 시문을 주고 받으며 깊이 교유하였다. 병약하여 30세 전후에 죽었다. 저서로는 ≪죽서시집≫ 1책이 있다.

 

寄呈

 

鏡裏誰憐病己成 / 거울 속 병든 이 몸 그 누가 가여워하랴

不須醫藥不須驚 / 원망으로 생긴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오.

他生若使君如我 / 저승에서 님과 내가 바꾸어 태어난다면

應識相思此夜情 / 님 그리운 이 밤 마음을 그 땐 아마 아시겠지요.

 

夜吟

 

一札飄然到曉時 / 새벽에 바람처럼 님 편지 오느라고 

靑燈花落喜蛛垂 / 청사초롱 꽃이 지고 거미줄 쳤었던가

兩邊情緖誰相念 /  둘이서 그리는 정 그 누가 더 간절할까

明月慇懃知未知 / 밝은 달만 은근히 아는지 모르는지

 

春鳥

 

窓外彼啼鳥 /  창밖에 우는 저 새야

何山宿便來 / 어느 산에서 자고 이제야 왔느냐  

應識山中事 / 응당 산중의 일을 네가 알려니  

杜鵑開未開 / 두견화는 피었든 안 피었든  

 

暮春書懷

 

落花天氣似新秋 / 꽃 지는 날씨가 초가을 같아 

夜靜銀河淡欲流 / 밤은 고요하여 은하수 마저 흐를 것 같네.

却恨此身不如雁 / 恨스럽다. 이몸은 기러기 보다도 못해 

年年未得到原州 / 해마다 님 계신 원주에도 갈 수 없으니.

 

「죽은 벗에게 고함」 - 芙蓉堂  金雲楚(1804?∼1859?)

 

물가에 피어난 꽃을 꺾어가는 배를 세워두고

문득 백로주 한 잔과 함께 그대를 떠나 보내네

이별주 마시고는 미친 듯이 노래하니

이번 가을 만날 것을 달빛에 다짐했네

밀물은 넓디 넓어 바다에 가깝고

빈 누각에 달님만 찾아와 밤낮으로 머물러 있구나

명승지에 있으니 정신이 맑기만 한데

그대는 어찌하여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는가 

 

芙蓉堂 金雲楚

 

성천에서 출생하여 그곳에서 성장, 성천의 명기로서 가무와 시문에 뛰어났다. 金履陽의 인정을 받아 종유하다가 1831년(순조 31)에 기생생활을 청산하고 김이양의 소실이 되었다. 그뒤 시와 거문고로 여생을 보냈다. 우아한 천품과 재예를 지니고 있어 당시 명사들과 교유, 酬唱하였고, 특히 김이양과 동거하면서 그와 수창한 많은 시를 남겼다.

三湖亭詩壇의 동인이다.

문학적인 자부심이 대단하여 자신은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였다고 한다. 발랄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지어 남자를 무색하게 한다는 평을 들었다.

작품집인 《운초집》에 실려 있는 시는 규수문학의 정수로 꼽히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憶家兄〉·〈五江樓小集〉·〈待黃岡老人〉 등이 있고, 시문집으로는 《운초당시고》(芙蓉集)이 있다

용산강 일대에 있었던 삼호정은 서울에서는 유일하게 여류시인들이 모여 시문을 지으면서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錦鶯, 金雲楚(1812? - 1861?) , 瓊山, 朴竹西 (1817년경~1851년경), 瓊春 高魯玉 등은 이 정자를 무대로 三湖亭詩壇을 만들고 자주 만나기도 하고 혹은 편지를 통해 시를 주고받으며 조선 후기 여성들의 한시문학을 꽃피운 곳이다. 이들은 각각 시문집을 낼 정도로 활발한 동인활동을 하였다. 조선 후기 여성들의 사회적 인식이나 의식이 상당 부분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며 여성 문학사에서도 매우 의미가 깊은 곳이다.

 

金淵泉八十七叟。以席上三女史詩屬和

和雲楚女史韻 芙蓉。成都人。
吮墨含毫興不闌。巫山十二曲欄干。深閨近日妨詩思。針線忩忩句未完。

和瓊山女史韻 洛仙。碧城人。
粉臉嫣然不染泥。藕花生在碧城西。高樓翠過▦帆影。高樓人上過帆影。瓊山句子。 傍有丫鬟彩筆携。
和錦園校書韻 錦鶯。蟾江人。
何意嬌鶯恰恰啼。撩人心事倐東西。春風十二街楊柳。揀遍高枝不肯捿。

 

宿檢秀

검수에서 묵다 

 

寒雁高飛遠 / 찬 하늘에 높이 날아가는 저 기러기

浮生半異鄕 / 덧없는 반평생을 타향에서 사는구나.

誰堪山杵響 / 산촌의 떡 찧는 소리 그 누가 견딜소냐

犬吠月蒼蒼 / 푸른 하늘 달을 바라보며 개가 짖누나.

 

悼如水觀主人

여수관 주인의 죽음을 애도함

 

逝者胡爲不復還 / 죽은 이는 무슨 일로 다시 못 오나.
秋來黃葉滿空山 / 가을오니 빈 골에 단풍만 홀로 곱구나.
人情如水終無極 / 내 마음은 물길처럼 끝이 없는

之子遊魂獨去閑 / 그대는 어이 그리 편히 쉬는가.

 

諷詩酒客

 

酒過能伐性 / 술이 과하면 사람의 품성을 해칠수 있고, 

詩巧必窮人 / 시를 잘하면 사람을 궁핍하게 만든다네. 

詩酒雖爲友 / 비록 시와 술을 벗으로 삼을 지라도, 

不疎亦不親 / 너무 멀리도 가까이도 하지마오. 

 

自寬

스스로 관대히

 

鏡裏容物外身 / 거울 속 야윈 얼굴 물외의 인간

寒梅影子竹精神 / 매화 그림자에 대쪽 같은 정신이라

逢人不道人間事 / 사람을 대해도 인간사 말하지 않으니

便是人間無事人 / 이 곧 세상을 탈 없이 사는 사람이로라.

 

春風

 

垂楊深處依開窓 / 수양버들 늘어진 창을 열고 기대서니

小院無人長綠苔 / 님 없는 작은 뜰엔 푸른 이끼만 자라고

簾外時聞風自起 / 주렴 밖에 가끔 봄바람 절로 일면

幾回錯認故人來 / 님 오시나 속은 것이 몇 번인고?

 

落梅

 

玉貌氷肌冉冉哀 / 옥 같은 얼굴 얼음 같은 살결이 애틋하게 여위고

東風結子綠生枝 / 봄바람에 열매 맺고 푸른 가지도 돋았네.

纏綿不斷春消息 / 그치지 않고 봄 소식을 알려주니

猶勝人間恨別離 / 인간세상의 한스런 이별보다 오히려 나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