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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5일 오후 04:16

solpee 2016. 1. 25. 16:17

고전산문- 사백열한 번째 이야기


빚 갚는 사회

 
예로부터 이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현은 가르침을 세워 세상에 드리우는 것이 빚이고 학자는 옛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을 잇는 것이 빚이며,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이 빚이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빚입니다. 고금의 논객들은 장자방(張子房)*을 두고 빚을 다 갚은 사람이라고 합니다만 그 궁극을 따져 말한다면 어찌 다 갚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빚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이 있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저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할 뿐입니다. 저는 마음속에 빚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아직 한 푼도 청산하지 못하여 늘 개탄하고 있습니다.

* 자방은 張良의 字이다. 본래 韓나라에서 대를 이어 정승 벼슬한 사람으로, 한나라가 秦나라에 멸망당하자 조국의 원수를 갚기 위해 家財를 털어 秦始皇의 암살을 도모하였다. 후에 漢高祖를 도와 項羽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공을 다 이룬 뒤에는 물욕을 버리고 물러나 신선의 도를 즐겼으므로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원문]

從古以來, 天下無無債人. 聖賢以立敎垂世爲債, 學者以爲去聖·繼絶學爲債, 臣之於君·子之於父,以忠孝爲債. 古今論者, 以張子房爲了債人, 然若究其極而言之, 豈可謂了之乎? 無債人, 天下之棄物也. 不願無債, 而但願塞其債; 不患有債, 而只恐爲無債人. 銖心中債帳積如, 而未能淸一分, 尋常慨歎.

- 朴銖(1864~1918), 『中堂遺稿』 권1, 「與金聚五」

 

. 韓은 殷商의 제후이니 주중에서 宋과 더불어 동이족의 나라다.


. 字는 평교 또는 손아랫 사람이 윗사람을 부를때 사용하였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때는 이름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