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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妓

solpee 2015. 12. 19. 10:26

靑莊館全書卷之三十三 淸脾錄[二]이덕무(李德懋)

 

시기(詩妓)

 

고려 때 용성(龍城)의 창기(娼妓) 우돌(于咄)과 팽원(彭原)의 창기 동인홍(動人紅)은 다 시를 잘 지었는데도 전하지 않는다. 본조(本朝)의 송도(松都) 기생 황진(黃眞 황진이(黃眞伊))은 매우 절색(絶色)에다 시도 잘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화담 선생(花潭先生 화담은 서경덕(徐敬德)의 호) 및 박연폭포(朴淵瀑布)가 나와 함께 송도의 삼절(三絶)이다.”

하였다. 그녀가 어느 날 땅거미가 질 때 비를 피하려 어느 선비의 집을 찾아들었더니, 그 선비가 환히 밝은 등불 밑에서 그녀의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는 마음속으로 도깨비나 여우의 넋이 아닌가 하고 단정히 앉아 《옥추경(玉樞經)》을 끊일 새 없이 외어대었다. 황 진은 그를 힐끗 돌아보고 속으로 웃었다. 닭이 울고 비가 개자 황진이 그 선비를 조롱하여,

“그대 또한 귀가 있으니 이 세상에 천하 명기 황진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거요, 바로 내가 황진이라오.”

하고는 뿌리치고 일어나니, 그 선비는 그제야 뉘우치고 한탄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황 진이 송도에서 지은 시에,

눈 달은 전조의 빛이요 / 雪月前朝色
찬 종은 고국의 소리로세 / 寒鍾故國聲
남루는 시름겹게 홀로 섰고 / 南樓愁獨立
성곽엔 저문 연기 이누나 / 城郭暮烟生

하였는데, 어떤이는 말하기를,

“이는 초루(草樓) 권겹(權韐)의 시이다.”

하였다. 또 추향(秋香)과 취선(翠仙)이라는 기생도 다 시를 잘하였다. 취선의 호는 설죽(雪竹)인데, 그의 ‘백마강회고(白馬江懷古)’시에,

저물녘에 고란사에 닿아 / 晩泊皐蘭寺
서풍에 홀로 다락에 기대섰네 / 西風獨倚樓
용은 간데없이 강만이 만고를 흐르고 / 龍亡江萬古
꽃은 지고 없는데 달은 천추를 비추누나 / 花落月千秋

하였고, ‘춘장(春粧)’시에는,

봄 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에 기대니 / 春粧催罷倚焦桐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 / 珠箔輕盈日上紅
밤안개 짙은 끝에 아침 이슬 흠뻑 내려 / 香霧夜多朝露重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눈물 흘리네 / 海棠花泣小墻東

하였다. 동양위(東陽尉 부마(駙馬) 신익성(申翊聖)을 말한다)의 궁비(宮婢)도 시를 잘하였는데, 그의 시에,

떨어진 잎새는 바람 앞에 속삭이고 / 落葉風前語
찬 꽃은 비 뒤에 눈물 짓네 / 寒花雨後啼
오늘밤을 상사몽으로 지새노라니 / 相思今夜夢
작은 다락 서녘에 달빛이 하얗구려 / 月白小樓西

하였다. 최기남(崔奇男)의 호는 귀곡(龜谷)인데 동양위의 궁노(宮奴)이다.
그 역시 시집(詩集)이 있는데, 그의 ‘한식도중(寒食途中)’시에,

동녘 바람 보슬비에 긴 둑 지나노니 / 東風小雨過長堤
풀빛에 내가 섞여 시야가 흐릿하구나 / 草色和煙望欲迷
한식이라 북망산 아래 길목에 / 寒食北邙山下路
들 까마귀 백양나무에 앉아 우네 / 野烏飛上白楊啼

하였다. 동양위의 부자ㆍ형제ㆍ조손 간이 다 문재(文才)와 인품이 뛰어나 재상 자질에 손색이 없었는데, 그의 노비(奴婢)들까지도 화조(花鳥)를 능란히 읊조렸다.

 


 淸脾錄〔二

高麗有龍城娼于咄。彭原娼動人紅。能賦詩而不傳。本朝松都妓黃眞。艶色工詩。自言花潭先生及朴淵瀑布與我。爲松都三絶。甞避雨。黃昏入士人家。士人於燈影旖旎之中。見其妖冶。心知爲鬼魅狐精。端坐誦玉樞經不絶口。眞眄睞匿笑。鷄鳴雨止。眞嘲士人曰。君亦有耳。天壤間聞有名妓黃眞者乎。卽我是也。因拂衣而起。士人悔恨不可及。眞於松都。有詩曰。雪月前朝色。寒鐘故國聲。南樓愁獨立。城郭暮烟生。或曰。此權艸樓鞈詩也。又有秋香,翠仙。亦皆工詩。翠仙號雪竹。白馬江懷古詩云。晩泊臯蘭寺。西風獨倚樓。龍亡江萬古。花落月千秋。春粧詩。春粧催罷倚焦桐。珠箔輕盈日上紅。香露夜多朝露重。海棠花泣小墻東。東陽尉宮婢。亦工詩。落葉風前語。寒花雨後啼。相思今夜夢。月白小樓西。崔奇男號龜谷。東陽尉宮奴也。亦有詩集。其寒食途中詩曰。東風小雨過長堤。草色和烟望欲迷。寒食北邙山下路。野烏飛上白楊啼。東陽之父子兄弟祖孫。文藻風采磊落相望。無愧其蒼頭赤脚。亦能咀吟花鳥也。


淸脾錄一則
李彦瑱一自名湘藻。字虞裳。譯官也。性慧悟。博極羣書。聡記絶世。嘗學詩于李惠寰用休。心摹手追。盡得其妙奧。惠寰洞洗凡陋。別具靈異。橫竪今昔。眼珠如月。幾乎東方無一操觚摛翰者。獨深許虞裳。心無間然。人或問虞裳之藝。惠寰輒以掌摩壁曰。壁豈可步涉哉。虞裳猶也。嘗序松穆館集。序見上。虞裳嘗自題畫像曰。供奉白鄴侯泌。合鐵拐爲滄起。古詩人。古山人。古仙人。皆姓李。滄起其自號也。又曰。癡獃朽聡明朽。土不揀某某某。兎園冊若干卷。吾證吾千載後。其自咏曰。天人眼目寄吾身。秘冊靈文辨贗眞。超一凾三眞快事。自開門戶作家新。其自負可知也。先王癸未。隨通信使入日本大坂。以東寺如郵僧如妓。責詩文如博進。虞裳左應右酬。筆飛墨騰。倭皆瞠目呿舌。詑若天人。壹歧島。詩及序見上。虞裳之詩書卷之氣上升。該洽而不濫。幽奇而不僻。超悟而不空。裁制而不短。要之東方。罕此人也。藻華溢則本實疏。虞裳之或云傲驕逸俊。理固然也。而夫安得不夭折哉。虞裳生於庚申。死於丙戌。余庶幾相覯。而虞裳病且死。而余時遭母喪。至今膓中之車輪轣轆矣。其稿名歐血草。或曰。遊戲稿。一半殉葬。一半將死焚之。或曰焚云者假也。虞裳疾劇。成士執大中問曰。子病。坐作酸怪語耳。何不作富貴語。虞裳笑曰。吾亦有富貴語。初地山川黃葉外。諸天樓閣白雲中。是也。士執曰。此亦酸怪語耳。如吾入日本時。有曰。衣冠照水文章爛。鼓角臨風律呂飛。此眞富貴語耳。子多才。才可內蘊而不可外揚。才之爲字。撇內而不撇外也。虞裳曰。木有才。人思伐之。貝有才。人思奪之。豈不可畏。士執曰。今子眸子炯然。此固不死法也。虞裳笑曰。李空同死後百餘年。盜發其塚。瞳子烟然不朽。此亦不死法耶。仍誦其新年詩。詩見上。士執曰。小兒復作態矣。不數月死。其父嘗禱關侯廟。願生文章子。虞裳果生。其家人夢。騎鯨仙人上天。有披髮人隨其後。不久虞裳死。其窓光絶句。詩見上。士執曰。桃花時節日晡後。死於三淸洞石壁下人家。此詩其讖也。惠寰挽之。詩見上。余嘗問其弟彦璐。以虞裳遺事。對曰。但嗜書忘寢食。抄寫疾如飛電。頃刻得十許葉。亦無譌漏。故多抄本秘書。今皆流散。每借人奇書。袖而歸。不待還家。輒於路上展視。忽忽而行。不覺人衝而馬觸。此亦近世之所未有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