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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4일 오전 08:17

solpee 2015. 11. 4. 08:18

조선에서 금수품(禁輸品)으로 지정되었다고 전해지는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1633년, 西厓集)이 1695년 일본에서 간행되었다. 그 서문에 유학자 카이바라 아쓰노부(貝原篤信,1630-1714)가 다음과 같이 정직한 양심고백을 했다.

“전에 이르기를 군대를 씀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의병義兵, 응병應兵, 탐병貪兵, 교병驕兵, 분병忿兵이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의병과 응병은 군자가 쓰는 바다. 전에 또 이르기를 나라가 크게 어렵게 되어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천하가 비록 편안하지만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험하다고 한다. 좋아함과 잊음 두 가지는 경계로 삼아야할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 도요토미의 조선 정벌은 탐병 또는 교병, 분병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의병이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부득이하게 군대를 쓴다고 하지만 이른바 전쟁을 좋아하는 것은 하늘의 길의 싫어하는 바, 끝내 망하는 것은 당연한 바라 하겠다.(일본판 『징비록』, 京都書肆 간행,1695)

카이바라 에키켄이 인용한 원전(原典)은 『한서(漢書)』 권74, 열전(列傳) 제44-1, 위상전(魏相傳)인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원전 68년 한(漢)나라 선제(宣帝) 때 흉노(匈奴)의 침입을 물리칠 수 없었다. 선제가 조충국(趙忠國) 장군과 상의하기를 흉노가 약해진 틈을 타서 출병하여 요지를 격파하여 다시는 서역(西域)을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하자고 했지만, 승상 위상(魏相)은 그 작전을 만류하였다.


“①난국을 구하고 폭군을 죽이는 싸움을 의병(義兵)이라 하는데, 이런 싸움으로 임금이 될 수 있습니다.

②적이 도전해 와서 부득이 싸우게 되는 것을 응병(應兵)이라 하고,

③사소한 일로 노여움을 참지 못해 싸우는 것을 분병(忿兵)이라 하고

④타인의 토지나 재산을 탐내어 싸우는 것을 탐병(貪兵)이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나라가 문란해집니다.

⑤자기 나라의 큰 힘을 믿고 백성이 많음을 자랑하여 적에게 위세를 보이기 위한 싸움을 교병(驕兵)이라 하는데 이러한 싸움에선 나라가 망합니다.

이 다섯 가지 길은 단순한 인사(人事)일 뿐 아니라 천도(天道)입니다.”

(丁巳二年。上與趙充國等議,欲因匈奴衰弱,出兵擊其右地,使不敢復擾西域。魏相上書諫曰:「救亂誅暴,謂之義兵,兵義者王。敵加於己,不得已而起者,謂之應兵,兵應者勝;爭恨小故,不忍憤怒者,謂之忿兵,兵忿者敗;利人土地、貨寶者,謂之貪兵,兵貪者破;恃國家之大,矜民人之衆,欲見威於敵者,謂之驕兵,兵驕者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