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강(10/28)
1. 字學
☞. 芳春不習詩書禮 霜落頭邊恨奈何
*芳春不習詩書禮 젊어서 시,서,예를 익히지 아니하면
*霜落頭邊恨奈何 머리에 서리 내릴 때 한탄해도 늦으리.
☞. 醉中草書頗入妙 放翁句
醉中草書因戱作此詩
취중에 초서를 쓰며 재미삼아 이 시를 짓다
陸游(1125~1210)
賜休暫解簿書圍 휴가 얻어 문서에서 해방되니
醉中草書頗入微 취중의 초서 자못 미묘한 경지 들어서네.
手挹凍醪秋露重 언 막걸리 퍼 마시니 가을 이슬처럼 시리고
卷飜狂墨瘦蛟飛 광초 책을 펼치자 파리한 교룡처럼 나는구나.
臨池勤苦今安有 글씨공부 근고함은 지금에 어찌 있으며
漏壁工夫古亦稀 옥루흔 공부는 옛날에도 드물었네.
稚子問翁新悟處 아이들이 나에게 새로 깨달은 곳을 묻지만
欲言直恐泄天機 말하고 싶어도 천기 누설할까 두렵구나.
* 賜休: 임금님이 휴가를 내린 것을 말함.
* 簿書: 공문서를 말함.
* 圍: ~속에서 지냈다는 의미(=裏).
* 微: 미묘한 경지.
* 臨池: 한나라 장지가 글씨를 배울 때, 벼루를 씻은 물에 온 연못이 검게 변하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전의하여 서예를 통칭하는 말이 되었음.
* 漏壁工夫: 안진경은 옥루흔으로써 중봉을 비유하였다. 빗물이 벽 사이에 스며들어 엉기어서 물방울이 되어 서서이 흘러 내리는데 물방울이 곧 바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좌우로 조금 요동하면서 흐르다가 수직으로 떨어져 벽에다 흔적을 남긴다.
醉中草书因戏作此诗
(宋)陆游
赐休暂解簿书围,醉草今年颇入微.
手挹冻醪秋露重,卷翻狂墨瘦蛟飞.
临池勤苦今安有,漏壁工夫古亦稀.
樨子问翁新悟处,欲言直恐泄天机.
2. 書論
☞. 不憤不啓 不悱不發
論語 述而篇 8章
子曰 不憤이어든 不啓하며 不悱어든 不發호되 擧一隅에 不以三隅反이어든 則不復也니라.
공자께서 말했다. “알고 싶어 분발하지 않으면[不憤] 깨우쳐 주지 않고[不啓], 표현을 못해 더듬거리지 않으면[不悱] 말을 거들어주지 않는다[不發].
한 모서리를 가르쳐주어[擧一隅]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차리지 못하면[不以三隅反] 더는 가르치지 않는다[則不復也].”
."
一字文訣
"독서보(讀書譜)"에 왕구산(王緱山)이 쓴 '일자결(一字訣)'이 실려 있다.
"문장에 딱 한 글자로 말할 만한 비결이 있을까? '긴(緊)'이 그것이다. 긴이란 장(丈)을 줄여 척(尺)으로 만들고, 척을 쥐어짜 촌(寸)으로 만드는 것을 말함이 아니다. 글이 꽉 짜여 빈틈이 없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옛 사람은 글의 포치(布置)는 느슨해도 결구(結構) 즉 짜임새는 촘촘했다. 지금 사람은 구성은 촘촘하나 짜임새는 엉성하다. 솜씨가 교묘한 자는 마치 준마가 시내를 단숨에 건너뛰는 것 같고, 재주가 못난 자는 노둔한 소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文章有一字訣乎? 曰緊. 緊非縮丈爲尺, 蹙尺爲寸之謂也. 謂文之接縫鬪筍處也. 古人布局寬, 結構緊. 今人布局緊, 結構寬. 巧者如駿馬跳澗, 拙者如駑牛登山.)"
긴(緊)은 긴밀(緊密), 긴요(緊要), 긴절(緊切) 같은 단어에서 보듯 단단히 얽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긴 글을 쥐어짜 줄인 것이 긴(緊)이 아니다. 좋은 글은 한 글자만 빼거나 더해도 와르르 무너진다. 한유(韓愈)가 말한 "풍부하나 한 글자도 남지 않고, 간략해도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는다(豊而不餘一字, 約而不失一辭)"는 경지다.
위 원문의 접봉투순(接縫鬪筍)에서 접봉은 꿰맨 재봉선(裁縫線)이 잘 보이지 않는 바느질 솜씨다. 투순은 죽순이 앞 다퉈 솟아날 때 서로 떼어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단단히 엉겨 붙어 있는 것을 말한다. 빈틈이 없이 꽉 짜여 하나가 된 상태의 비유다.
여기에 다시 포국(布局)과 결구(結構)의 긴밀함과 느슨함으로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을 구분했다. 포국은 글의 전반적인 배치, 지금 말로 개요에 해당한다. 결구는 하나하
옛 글은 그저 읽으면 벙벙해 보여도 따져 살피면 어느 문장, 어느 글자 하나 허투루 놓인 데가 없다. 지금 글은 군사 작전하듯 개요를 작성하고 예시를 주워 모아 단단히 준비해도 막상 실전에 투입하면 여기서 새고 저기서 넘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스스로 궤멸하고 만다. '긴'! 빈틈없이 꽉 짜여야 좋은 글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