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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危

solpee 2014. 8. 14. 14:00

安危


당나라 시인 허혼의 시구 "산비 오려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 찬다"는 형상화한 중국의 그림.



뒤의 글자 위는 원래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모양을 가리켰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니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위험하다’ ‘위기’ 등의 새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높아서 그럴 듯한’ 모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 글자에 ‘단정하다’는 새김이 들어 있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새김은 ‘위험’ ‘위기’ 등이다.

 
앞의 安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평화로운 상황, 안전한 시절, 걱정이 없는 때 등을 형용할 때 다 쓴다. 뒤의 위는 그 반대다.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혼란, 그래서 살아가기 퍽 어려운 상황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다. 이 둘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成句가 있다.

<左傳>에 등장하는 말이다. “편안할 때 위험을 생각한다면 미리 갖출 수 있고, 그러한즉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자로 적으면 “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이다. 그대로 풀자면 이런 엮음이다. 안전함(安)에 머물 때(居) 위험함(危)을 생각하고(思), 생각하면(思) 곧(則) 대비(備)를 할 수 있으며(有), 대비(備)를 하면(有) 어려움(患)을 피한다(無)-. 


당나라 시인 중에 許渾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명구가 하나 있다. “산비 오려 하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 찬다”는 내용의 “山雨欲來風滿樓”다. 원래의 시 내용은 꼭 그렇지 않으나 무엇인가 곧 펼쳐질 위기의 상황을 그릴 때 요즘도 자주  쓰는 구절이다. 곧 들이닥칠 비, 그에 앞서 내가 있는 누각을 가득 메우는 바람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평안할 때 위기의 요소를 잘 살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개인도 어렵고, 사회도 휘청거린다. 국가 또한 닥치는 조짐을 헤아려 위기의 요소에 대응치 못하면 큰 화에 직면한다. 우리의 사정이 꼭 그렇다. 경제와 외교, 안보와 그 근간을 이루는 국방이 모두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갈팡거린다. 게다가 政爭은 무한궤도를 질주하는 성난 기관차와 같은 모습이다.
 

평안한 상황도 아니다. 위기의 여러 조짐은 누각에 들이닥친 바람처럼 이 땅에 이미 가득한데도 그를 진지하게 살피고 다루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신중함에서 떨어지고, 어려움에 미리 맞서려는 지혜도 부족해 보인다. 조그만 성취에 우쭐거리다 결국 꺾이고 마는 사람들? 이게 한국인의 기질? 피해가려는 생각이었으나, 요즘은 자꾸 그쪽에 기울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