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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9일 오후 02:26

solpee 2013. 12. 29. 14:26

오늘은 癸巳年(桓紀9210,神紀5910,檀紀4346) 陰 甲子月(十一月小) 27일 己巳日 日曜日 冬至(02:11)節 中候 麋角解[미각해: 순록이나 엘크의 뿔이 빠진다]候 3일차 입니다. 日出은 07:46, 日入은 17:22, 月出은 03:51, 月入은 14:28 입니다. 오늘 낮은 9시간35분 43초입니다.


[근당의고전] 萬里相借 (만리상차)

인간 세상은 잠시 빌렸다 가는 것에 불과하다

 

李太白(이태백) 詩(시)에 세상 만물은 잠깐 머물렀다 가는 여관이며, 세월이란 것은 그 여관에서 잠시 묵고 가는 나그네라 했다. 말을 타고 달리며 틈새를 엿보는 것 같고, 낮과 밤이 두개의 세계로 엇갈려 눈 깜짝할 사이에 오고 가는 것 같으며, 스스로 잘났다는 사람들 앞에서 몇 십년 동안 말을 늘어놓고 천년 백년살 것 같던 사람도 연잎 위에 고인 물방처럼 허망하게 굴러 떨어지고 만다. 光陰(광음)이 화살처럼 오가는 이 마당에서 죽고 사는 것이 어지러운 일이고 오만 가지가 복잡하기만 하다.

莊子(장자)도 인생은 백마 타고 문틈을 지나가는 것만큼 짧다(人生白駒過隙)하지 않았던가. 고전에도 세월은 빨라서 잠깐 갔다가 잠깐 왔다가 하는 판이요, 혼돈한 만물도 살았는가 싶으면 금시 죽는 것이 질서라 했다. 壽道人(수도인)의 詩(시)에는 구부러진 이 허리는 힘들게 세월을 잠깐 빌렸다 가는 몸이요, 두 내 눈동자는 밤마다 잠깐 빌려서 켜는 등불에 불과하도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결국 서로가 잠깐 빌렸다가 가는 것인데, 휘영청 뜬 달 역시 태양빛을 잠깐 빌려 높이 떠서 달빛을 비추고 있구나.

세상의 이치가 모든 것을 잠깐 빌려 쓰고 가는 것이니 집착에 빠지지 말고 영원하리라는 착각에도 빠지지도 말아라.

 

☞.春夜宴桃李園序

'봄 밤에 桃李園에서 잔치하며 지은 詩序'

 -唐, 詩仙 李白(701~762)太白, 靑蓮居士-

 

夫天地者는 萬物之逆旅요 光陰者는 百代之過客이라

而浮生若夢하니 爲歡幾何오古人秉燭夜遊는 良有以也로다.

況陽春召我以煙景하고 大塊假我以文章이라

會桃李之芳園하여 序天倫之樂事하니

群季俊秀하여 皆爲惠連이어늘 吾人詠歌는 獨慙康樂이로다

幽賞未已는 高談轉淸이라 開瓊筵以坐花하며 飛羽觴而醉月하니

不有佳作이면 何伸雅懷리오 如詩不成이면 罰依金谷酒數하리라.

 

-古文眞寶-

 '무릇 천지라 하는 것은 만물이 쉬어가는 나그네 집이요,

세월이라 하는 것은 영원히 지나가는 길손이라.

우리네 인생, 덧없고 짧음이 꿈과 같으니

인간으로 태어나 즐거움을 누린다한 들 그 얼마이겠는가.

옛사람이 촛불을 잡고 밤에도 놀았다함은 참으로 까닭이 있는 일이다.

더구나 향기로운 봄날은 백가지 꽃과 아지랭이로 날 부르고,

자비로운 천지大塊는 나에게 글재주를 빌려 주었음에랴!

복사꽃과 오얏꽃이 핀 아름다운 동산에 모여 천륜의 즐거운 일을 펴니,

여러 아우들은 모두 준수하여 혜련이 되었는 데

내가 읊고 노래함은 홀로 강락에 부끄럽도다.

그윽한 감상이 그치지 않음에 고상한 담론이 더욱 맑아진다.

아름다운 옥玉자리를 펴 꽃 앞에 앉고,

깃털모양의 술잔羽觴을 날려 달 아래 취하니,

아름 다운 문장이 있지 않는다면 어찌 고상한 회포를 펴겠는가.

만일 시詩를 짓지 못할진댄 벌주罰酒는 금곡金谷의 술잔 수를 따르리라.'

 

☞.'장자(莊子)·지북유(知北遊)'에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 말이 달려 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모든 사물은 물이 솟아나듯 생겼다가 물이 흐르듯 사라져 가는 것이다. 즉 사물은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겨나서 변화에 따라 죽는 것이다.(人生天地間 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 注然勃然 莫不出焉 油然流然 莫不入焉 已化而生 又化而生)".

 

[근당의고전] 長風萬里通 (장풍만리통)

세차게 부는 바람이 만리와 먼 길을 하나로 통하게 한다

 

신라 대문호 崔孤雲(최고운)이 중국 유학을 마치고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지은 시다. 돛을 걸고 바다에 띄우니 세찬 바람이 계속 불어 만리가 넘는 먼 길을 올 수 있었는데(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뗏목을 타고 다녔다던 옛 漢(한)나라 사신들이 떠오르고 불사약을 찾아왔다던 秦(진)나라의 동자가 생각난다(乘槎思漢使 採藥憶秦童)고 노래했다.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인사말 가운데 이 시 구절을 인용한 것은 참 의미 있는 일로, 양국의 오랜 문명의 교류가 지속돼 왔음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하고, 앞으로 동반자적 관계 유지로 발전해 가자는 내용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소통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소통한다는 것은 상호간에 존중과 논의의 공유를 의미한다. 소통이란 말은 라틴어에서 나온 것으로 ‘나누다’란 뜻이다. 그런데 그 쓰임이 확대돼 각 부문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고전에 對面共話 心隔千山(대면공화 심격천산)이라 했다. 상대방과 내가 서로 마주 보고 말하고 있어도 마음 사이에는 천개의 산이 가로 막혀있다는 뜻이다. 먼저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할 때 소통의 문은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