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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事而飽 是爲螟䘌(불사이식 시위명닉)

solpee 2013. 12. 10. 03:18

[근당의고전] 不事而飽 是爲螟䘌(불사이식 시위명닉)

일하지도 않고 배불리 먹으려 한다면 나쁜 버러지라 할 것이다.

 

정의롭지 않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불로소득일 수도 있으나 나쁜 방법으로 남의 것을 가로채는 것일 수도 있다.

非義而食(비의이식)이면 則近盜賊(즉근도적)이라는 말이 바로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먹을 것을 얻는다면 그것은 도적에 가깝다고 조선후기 金昌協(김창협) 선생은 야단치고 있다.

‘한 끼니를 먹더라도 반드시 경계를 하면(每飯必戒) 얼굴이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無有愧色). 정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 물질을 얻어먹고 살려 하지 말라는 훈시다.

우리 주위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빼앗거나 기대어 자기 배를 불리는 이들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어떤 일이 드러나기 전에 살피고 또 살피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런 일이 없다고 말하거나 태연하여 걱정하는 일이 없다(智者見於未形 愚者謂之無事 泰然不以爲憂).

요즘 세상은 자기 것이 아닌데도 남의 것에 눈 돌려 탐내려 하거나 한방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지 못 한다. 그것은 허영으로 이어지게 되고 급기야 심각하게도 가족상실의 시대를 보는 양 불안한 사건들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성현들의 하나같은 말씀이 더욱 그리워진다
.
★.農巖集 雜器銘 중에서

 

기묘년 여름에 선고(先考) 묘지명의 지석(誌石)을 굽기 위해 광주(廣州) 요소(窯所)에 갔다. 작업을 진행하는 틈틈이 도공(陶工)에게 명하여 몇 종의 기명(器皿)을 만들게 하고 기명마다 명문(銘文)을 지어 옛사람이 기물을 통해 경계하였던 뜻을 부쳤다.


의롭지 않은 건데 그걸 먹으면 / 非義而食
도적놈에 가깝고 / 則近盜賊
일 하지 아니하고 배를 불리면 / 不事而飽
벌레가 아닐쏘냐 / 是爲螟䘌
밥을 먹을 적마다 꼭 경계하라 / 每飯必戒
부끄러움 없도록 / 無有愧色

위는 밥그릇에 대한 것이다.


주량은 사람마다 똑같기란 어려워서 / 飮量難齊
한 말, 한 섬, 한 되, 한 홉 서로 차이 있다네 / 斗石升合
주량 혹 넉넉해도 절제함이 마땅한데 / 有餘宜節
더구나 모자라면 말할 나위 뭐 있나 / 況於不及
어허, 이 술 단지에 술 많이 담겼어도 / 嗟玆一盛
한 잔 두 잔 떠내는 걸 부디 항상 삼가고 / 尙愼爾挹
백 개의 술 단지를 단숨에 비웠다는 / 無或藉口
옛날 자로 경우를 구실 삼지 말아야지 / 子路百榼

위는 술 단지에 대한 것이다.


얼굴을 하루라도 아니 씻는 이 있으랴 / 面有一日而不頮者乎
허나 그 마음속이 종신토록 더럽다면 / 至於心而終身垢穢
작은 건 살피면서 큰 것은 내버리며 / 小察而大遺
내면은 경시하고 외면을 중시함이니 / 輕內而重外
어허,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게 아니겠나 / 嗚呼多見其蔽也

위는 세숫대야에 대한 것이다.


기름이 농도 짙어 불빛 환히 빛남은 / 膏沃而燁
내면의 덕 겉으로 드러난 것이겠고 / 德之章也
불이 활활 타다가 기름 말라 꺼짐은 / 火熾而涸
내면의 그 욕심이 해쳐서가 아닐까 / 慾之戕也
거울삼을 하나와 경계 삼을 한 가지 / 一鑑一戒
이들 모두 잊어서는 안 되고말고 / 皆不可以忘

위는 등잔에 대한 것이다.


넣어 두고 사용을 아니 한다면 / 匣而不用
죽은 털에 바싹 마른 대 자루일 뿐 / 死毫枯竹
그러나 지묵 한번 어우러지면 천백 가지 시비를 빚어내거니 / 一涉紙墨而是非千百
아, 움직여서 잘못이 있기보다는 / 嗚呼與其動而有失
네 집에 깊이 숨음 낫지 않을까 / 無寧深藏乎爾室

위는 필통에 대한 것이다.


속을 비워 물 받아서 / 虛中受水
필요할 때 흘려 내니 / 而時出之
없는 데서 효용 있는 / 於無有用
도 여기에 있으렷다 / 道其在玆

위는 연적에 대한 것이다.


☞.䘌: nì. 벌레 먹는 병 닉(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