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鈍筆勝聰

solpee 2013. 7. 28. 05:46

 

오늘은 癸巳年(桓紀9210,神紀5910,檀紀4346) 陰 己未月(六月大)  21일 乙未 日曜日  大暑(6.16.00:56)節 中候 土潤溽暑(토윤욕서: 땅은 습하고 기후는 무덥다)候입니다. 日出은 05:32, 日入은 19:44, 月出은 22:54, 月入은 11:29 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鈍筆勝聰

둔한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


‘둔필승총(鈍筆勝聰)’이란 ‘둔한 기록이 총명한 머리보다 낫다’는 뜻으로, 다산 정약용이 한 말이다. 단순히 기억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정보가 넘칠수록 기록하고 자료를 정리해 보존해야만 뒷날 크게 쓸 수 있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사기(史記)’는 3000여년을 기록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택이 낳은 완벽한 인간학 교과서이다. ‘사기’의 탄생 배경을 보면 한나라 시대 저자 사마천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엿볼 수 있다. 등장인물 4000여명에 직업 수만 1300여개에 이르는 그 방대함에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마천은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눈 뒤 역사서 편찬에 마음을 굳힌다. “제후들은 서로 다투어 나라를 넓히는 일에만 몰두해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명맥이 끊기게 됐다(諸侯相兼 史記放絶) …내가 태사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논평하여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천하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폐하고 말았구나(余爲太史而弗論載 廢天下之史文) … (사마천이) 소자가 불민하나 선조들이 정리해 놓은 옛날의 기록들을 논해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小子不敏 請悉論先人所次舊聞).”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사초(史草)’에 해당하는 남북 정상의 대화록이 사라진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화록 실종의 진상을 차분하게 밝혀야겠다.

‘구당서’에는 “옛것으로 거울을 삼는 바는 흥망성쇠의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以古爲鏡 可以知興替).”

 management란?

'management'는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선 '경영'이라는 단어로 쓰이는데, 원래는 '고삐를 손에 잡고 말을 다룬다'는 뜻이었다. 중세기 유럽에선 전쟁이 나면 평민은 보병, 귀족은 기마병으로 소집됐다. 귀족은 전쟁에 대비해 말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해 두어야 했다. 고삐를 손에 쥐면 자기보다 몸집이 큰 말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었기 때문에 라틴어 '손'을 뜻하는 'mano'에서 '말을 다룬다'는 'manage'가 나왔다. 자신을 꼭 붙들어 타인에게 풀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manner'와 같은 어원이다.

유럽 귀족들은 말을 '전우'로 여기고 평민들보다 훨씬 후하게 대했다. 군마는 장교 계급을 부여했고, 유럽의 성은 마구간을 하인들의 숙소보다 훨씬 쾌적하고 화려하게 지었다. 말을 훈련시키고, 재우고, 치료하고, 관리하는 마구간은 '말에게 고삐를 씌우는 곳'이라고 해서 불어로 'menagerie'라고 했다.

한 집안의 가장도 귀족 집안에서 마구간 관리하듯 식솔이나 가족을 교육하고, 먹이고, 재우고, 치료해서 일을 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manage는 '가장으로서 가정을 돌보다'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기업의 사장도 귀족 가문에서 말을 돌본 것처럼 직원들을 한편으로는 보살피고, 한편으론 고삐를 잡아 통제한다는 뜻에서 management가 '경영'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최초의 의미도 남아 있어서 'Can you manage?'처럼 숙어로 쓰일 때는 '고삐를 놓치지 않을 자신 있느냐?' 즉 '이 일을 할 역량이 되느냐?'로 원래 의미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