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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下醉

solpee 2013. 5. 18. 05:20

오늘은 癸巳年(桓紀9210,神紀5910,檀紀4346) 陰 丁巳(四月) 9일 토曜日 甲申 立夏(3.26.17:18)節 末候 王瓜生(왕과생:쥐 참외 나온다)候입니다.

 

花下醉/꽃밭에서 취하다

                                                      李商隱

尋芳不覺醉流霞(심방부각취류하) 꽃 찾아 나섰다 나도 몰래 流霞에 취하여依樹沈眠日已斜(의수심면일이사) 나무에 기대 잠든 사이 해가 저물었네.

客散酒醒深夜後(객산주성심야후) 손님 다 가고 술 깨고 보니 오밤중

更持紅燭賞殘花(갱지홍촉상잔화) 다시 촛불 밝혀 남은 꽃 구경 하였네

照(낙조)

                                                 車雲輅(1559~?)

楊花雪欲漫(양화설욕만) 버들꽃 눈처럼 져서  흩날리고

桃花紅欲燒(도화홍욕소) 복사꽃 타는 듯 붉게 피었네.

繡作暮江圖(수작모강도) 저무는 강물에 수놓은 그림

天西餘落照(천서여낙조) 서쪽 하늘엔 낙조가 남았구나
 

[가슴으로 읽는 한시] 혼자 깨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성미는 아니어도
술 한 병은 그래도 지니고 사네.
겁이 나서지. 할 일 없는 이들이
나 홀로 깨어 있다 말을 할까 봐.
쓸쓸한 매화나무 아래에 앉아
‘이소경*’을 낭랑하게 읊어보네.
홀로 깨어 있는 자 없는 세상이기에
매화에게 들려주는 길밖에 없네.

*이소경: 전국시대 중국의 굴원(屈原)이 지은 시

偶題(우제)

性本不愛酒(성본불애주)
猶貯酒一甁(유저주일병)
多恐悠悠者(다공유유자)
將我號獨醒(장아호독성)
蕭瑟梅樹下(소슬매수하)
朗讀離騷經(낭독이소경)
世無獨醒者(세무독성자)
要使梅花聽(요사매화청)

―이정주(李廷柱)


	[가슴으로 읽는 한시] 혼자 깨어 있다 - 일러스트
/박상훈
19세기의 '여항(閭巷) 시인(양반이 아닌 문인)' 몽관(夢觀) 이정주(李廷柱)가 지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려면 못 마시는 술일망정 장만해두고 그들과 섞여야 한다. 혼자만 깨어 있고, 혼자만 잘나면 남들이 뒷말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세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들과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깊은 속은 차라리 홀로 서 있는 매화와 나누는 것이 편하리라. 저 고고한 매화만은 나를 이해해 줄 것만 같다. 그것이 홀로 깨어 있어 외로운 사람이 살아가는 법이다.




‘내가 죽어보는 날’ 
                              조오현(1932∼)

부음을 받는 날은
내가 죽어보는 날이다

널 하나 짜서 그 속에 들어가 눈을 감고 죽은 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이날 평생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고 그 길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
그 길에서 헤어졌던 그 많은 사람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
나에게 꽃을 던지는 사람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는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고 있는 사람
그 많은 얼굴들을 바라보다가

화장장 아궁이와 푸른 연길,
뼛가루도 뿌려본다
    
    

인천 용화선원 송담 스님의 선화(禪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