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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0일 오전 08:06

solpee 2013. 3. 20. 08:07

오늘은 癸巳年(桓紀9210,神紀5910,檀紀4346) 陰 乙卯(2) 初九日 水曜日 乙酉 春分(20:02)節 初候 玄鳥至(현조지:제비가 온다)候 첫날입니다. 小寒에서 穀雨까지 부는 妬花風(투화풍;꽃샘바람) 중에서 海棠風(해당풍;해당화 바람)이 부는 候이기도 합니다. 오늘 20:02시에 陽爻가 한나 추가되어 비로소 양효가4개로 천지의 양기가 음기보다 많아집니다.

 

[정민의 세설신어] 금불급고(今不及古)

근세 홍콩의 저명한 서화 수장가 진인도(陳仁濤·1906~1968)가 쓴 '금궤논화(金匱論畵)'를 읽었다. 지금 그림이 옛것만 못한 원인을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림에서 지금이 옛날에 미치지 못하는(今不及古)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옛사람은 생활이 간소하고 질박해서 먹고살 도리를 구해야 하는 급박함이나 세상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일생토록 기예를 익혀, 오랜 뒤에는 절로 신묘한 조화를 두루 갖추게 된다. 지금 사람은 물질의 유혹에 빠져 생활에 아등바등한다. 입고 먹는 것을 다만 그림에만 의지한다. 조잡한 작품을 마구 그려 대량 생산하거나, 이름난 거장의 그림을 따라 익혀 어떤 풍을 이룬다. 이래서야 어찌 훌륭하기를 바라겠는가! 하물며 이런 상업의 시대를 만나고 보니 온갖 것이 다 선전에 기댈 수밖에 없다. 화가 또한 그 방법을 답습해서, 다투어 헛된 명성을 뽐내 겉만 번지르할 뿐 실함이 없다. 예술의 타락이 더더욱 심하니, 슬프다."

다음 단락은 또 이렇다.

"그림을 그릴 때 붓질은 점과 선에 지나지 않는다. 용묵(用墨)은 농담(濃淡)을 벗어남이 없다. 그림 한 폭이 이뤄지는 것은 오로지 점과 선의 조직이 적절한지와 수묵의 농담이 정도를 얻었는가에 달려있다. 그 방법을 얻은 자는 신묘하여 아무 걸림이 없고, 이 법칙을 어긴 자는 종이와 비단에 재앙만 안겨다 준다. 털끝만 한 차이가 천리 거리를 낳는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에는 기쁨이 고이지 않는다. 좋아서 하고,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할 때 보상은 저절로 따라온다. 설령 보상이 끝내 없어도 내면에 차오르는 기쁨만으로도 그 길을 기꺼이 갈 수가 있다. 어디 그림만 그렇겠는가? 학문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온갖 일이 다 그렇다. 비싼 값에 그림 팔아먹을 궁리만 하는 화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는 교수, 어떻게 해야 남이 나를 알아줄까 하는 생각뿐인 장인(匠人), 다 민망한 풍경이다. 다들 염불은 딴전이고 잿밥에만 마음이 쏠려 있다. 건성으로 하는 염불에 잿밥이 모일 리 있나. 그럴듯한 가짜에게 속아 넘어가는 것은 속안(俗眼)뿐이다. 속이는 저 자신이 이미 제가 가짜인 줄을 알고 있다. 거기에 또 속으니 안쓰럽고 안타깝다.

 

 

春分日記

                        이해인

바람이 불 듯 말 듯

꽃이 필 듯 말 듯

 

해마다 3월 21일은

파밭의 흙 한 줌 찍어다가

내가 처음으로

시를 쓰는 날입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구요?

 

모든 이에게

골고루 사랑을 나누어주는

봄햇살 엄마가 되고 싶다고

 

춘분처럼

밤낮 길이 똑같아서 공평한

세상의 누이가 되고 싶다고

일기에 썼습니다

 

아직 겨울이 숨어 있는

꽃샘바람에

설레며 피어나는

내 마음의 춘란 한 송이

 

오늘따라

은은하고

어여쁩니다.

 

獨笑(독소)

혼자 웃다

                             ―정약용(丁若鏞·1762~1836)

 

有粟無人食(유속무인식)곡식 가진 이는 먹을 식구 없는데
多男必患飢(다남필환기)자식 많은 이는 굶주려 걱정이다.
達官必憃愚(달관필용우)고관은 영락없이 바보인데도
才者無所施(재자무소시)영재는 재능 써먹을 자리가 없다.
家室少完福(가실소완복)두루 두루 복을 갖춘 집 이렇게 드물고
至道常陵遲(지도상능지)극성하면 대개 쇠락의 길을 밟는다.
翁嗇子每蕩(옹색자매탕)아비가 검소하면 자식은 방탕하고
婦慧郞必癡(부혜낭필치)아내가 똑똑하면 남편은 어리석다.
月滿頻値雲(월만빈치운)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
花開風誤之(화개풍오지)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놓는다.
物物盡如此(물물진여차)세상사 모두가 이런 것을
獨笑無人知(독소무인지)혼자 웃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