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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영혼의 노래

solpee 2013. 2. 17. 19:08

 

불타는 영혼의 노래

   이성선{1941년 1월 2일(강원 고성군) ~ 2001년 5월 4일

영혼의 불을 켜고 앉아
자정에 홀로
영혼의 불을 켜고 앉다.
육체는 투명한 기름이 된다.
밤이 깊을수록 등잔에 별이 내리고
기름에 차갑고 고요히 그림자를 까는 별빛
영혼이 두렵게 빛나며
밤의 향기에 감싸인다.
마음 잎새에 神韻이 번뜩인다.
이 육체의 등잔이 흩어지면
나는 무엇이 되는가.
두렵고 빛나는 밤 나의 피는
하늘에 기름이 되리라.
허공을 죽이고 황홀히 타오르는 連꽃처럼
이 영혼이 하늘의 불, 불의 날개
천의 허공에 천의 날개로 타올라
무궁에 번쩍이리라, 우주를 빛내리라.
불꽃 영혼이 하늘 나비로 태어나는
위대한 순간 눈물어린 밤이여.
이 깊은 밤 죽음의 심장에서 물을 퍼올려
불을 켜고 영원의 문을 들어서며
나는 법열을 떨고 있다.
홀로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른다.

불의 노래
지상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
나는 불이 되리 하늘의 불이 되리
세상의 온갖 밧줄에 묶이어 살아온 나를
죽어서도 끝내 굵은 밧줄로 다시 묶어
땅속에 버려둘 수는 없어
하늘로 가는 문인 아궁이에
장작처럼 누워
온몸에 불을 댕겨
어두운 땅 한번 환하게 빛내고
하늘로 가리
불이 되어 불이 되어 하늘로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