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偃鼠飮河(언서음하)

solpee 2013. 1. 22. 08:48

 

오늘은 壬辰年(단기4346) 癸丑月(12) 11日 火曜日 戊子 大寒節(06:52) 初候 鷄始乳(닭이 알을 품기 시작하는 시기) 세째날이다.

 

偃鼠飮河(언서음하)
두더지가 강물을 마심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 자신의 배를 채우는 데 불과하다는 말(偃鼠飮河不過滿腹)이다. 또 뱁새가 울창한 숲에 둥지를 틀어도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다(鷦鷯巢於深林不過一枝)는 말도 있다. 사람도 한계가 있으므로 자기의 타고난 분수에 만족해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두더지가 강물을 다 마시고 쓰러진 꼴을 말하기도 하는데, 항상 10보다는 7이나 8에 만족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람이 욕심을 아무리 부린다 해도 필요한 재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장자에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수명이 짧은 것은 수명이 긴 것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는 새벽과 밤을 모르고,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이것들은 수명이 짧은 것들이다. 초나라의 남쪽에 명령이라는 거북이 살았는데 500년을 봄으로 하고 또 500년을 겨울로 삼았다.

상고시대에 대춘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이것은 8000년을 겨울로 삼았다. 이것들은 수명이 긴 것들이다. 그리고 팽조(彭祖)는 지금까지도 오래 산 것으로 특히 유명한데 세상 사람들이 그와 견주려 한다면 그 또한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해가 뜨면 나가 농사짓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고, 밭을 갈아서 먹고 우물을 파 물을 마신다(日出而作日入而息耕田而食鑿井而飮)는 무의적(無依的)인 생각이 그것이며, 너무 많이 손에 쥐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 쥐는 꼴이 된다(欲不可從). 영국 속담에 자기 손으로 쥘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쥐지 마라 했다.
 

 

一言僨事 一人定國

 

‘지도자의 한 마디 말이 정국을 뒤엎을 수 있고, 지도자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


 

후한시대 역사가 반고(班固)의 저서 한서(漢書)에 말의 중요성에 관해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覆水難收)”고 했듯, 약속은 성실히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사례도 없지 않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예화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미생이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 끝내 교각을 끌어안고 죽었다(信如尾生 與女子期於梁下 女子不來 水至不去 抱柱而死)는 고사다.

 

신의는 가상하나,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과 장자(莊子) 도척편(盜跖篇), 전국책(戰國策), 회남자(淮南子) 등에 소개돼 있다. 전국시대 합종책을 펼친 소진만 미생의 행동을 신의로 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장자는 도척편에서 공자와 대화를 나누는 도척의 입을 빌려 “쓸데없는 명분에 빠져 소중한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놈”이라고 통박했다.

比干剖心과 子胥抉眼은 忠之禍也오 直躬證父와 尾生溺死는 信之患也며 鮑子立乾과 申(勝)子不自理는 廉之害也오 孔子不見母와 匡子不見父는 義之失也라. 此는 上世之所傳이오 下世之所語니 以爲士者正其言必其行故로 服其殃이오 利其患也라.

  직궁은 아버지의 도둑질을 증언했다가 처벌되었고, 미생이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다리 밑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은 신의를 지키려던 환란인 것이다.

 

 

포자가 나무를 끌어안고 선 채로 말라죽고, 신자가 자기 변명도 못해보고 목매어 죽었던 것은 깨끗함을 지키려다 받은 피해이다.

 

 

공자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종신을 하지 못하고, 광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종신하지 못했던 것은, 의로움을 지키려는 데서 온 과실이다.

 

 

이상은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후세에도 전해질 사실들이다. 선비 된 사람으로서 자기 말이 올바른 것이라 고집하고 자기 행동이 올바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런 재앙을 당하고 그런 환란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세종시는 이미 국가적 재앙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선자의 불필요한 공약준수 의지가 나라를 망치고 그 신의 때문에 자신을 망칠 수도 있겠다.


소사 가는 길, 잠시
                                ―신용목(1974~ )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