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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高自卑(등고자비)

solpee 2013. 1. 4. 05:16


登高自卑(등고자비)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일을 하는 데는 반드시 차례를 밟아야 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자기를 낮추는 자세는 자기를 더 높게 만드는 사다리와 같은 것이다.

맹자에 군자는 수양을 쌓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바닷물을 관찰하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반드시 그 움직이는 물결을 보아야 한다.

마치 해와 달을 관찰할 때 그 밝은 빛을 보아야 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은 그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만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추어 준다. 흐르는 물은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아니 한다.

군자도 이같이 도(道)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과 같은 경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 君子志於道也 不成章不達). 공자는 나 자신을 먼저 잘 다스려야 가정이 질서 있고 화목하다. 그리고 가정을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어야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으며,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려야 천하를 평화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불경에 어떤 사람이 남의 화려한 3층 정자를 보고 샘이 나서 목수를 불러 똑같이 짓게 하는데, 1층과 2층은 짓지 말고 아름다운 3층만 지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아래서부터 단단하고 좋은 업은 쌓으려 아니하고 허황된 결과에 치중한다는 이야기다. 겉이 아무리 화려한들 아래서부터 확실히 채워지지 않으면 과연 아름답고 화려하다 할 수 있을까.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신경림(1936~ )

무엇일까 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들어가 숨어 있는 것들이.
학교 마당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에
디딜방아 확 속에, 찬가게 마루 끝에 숨어서
짐짓 모른 체 외면하는 나를
빼꼼히 올려다보며 킬킬대고 웃는 것들이.
반들거리는 들쥐새끼처럼 눈을 빛내며
꼬리를 흔들고 귀를 쫑긋대는 것들이.
깡총 그림 속에서들 빠져나와
두려워서 층계로 도망쳐 내려오는
내 어깨와 가슴팍에 달라붙어
나를 모르겠느냐며 간질이고 꼬집는 것들이.
온통 골목과 길바닥에 널려 있는 것들이.
벽 틈과 창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