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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馬之智

solpee 2012. 12. 23. 19:38

꽃 피고 잎 지고 한 해가 가네
평생 몇 번이나 둥근 달을 볼 것인가
가는 해 오는 해 구분을 말게
겨울 가고 봄 오니
해 바뀔 듯 싶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진 게 있는가
사람이 어리석어 꿈 속에 사네

 

‘겨울날 서재에서(冬日書齋)’

                                                  최기남(崔起南:1559~1619) 

窮巷寥寥客不來/궁항요료객불래/적막한 뒷골목 길이라 찾아오는 이 없는데

凍雲晴雪映庭隈/동운청공영정외/ 언 구름 훤한 눈이 뜰 귀퉁이에 어른어른

淸虛果腹忘飢渴/청허과복망기갈/청허가 과연 배를 채워 주림을 잊게 하기에

讀易床頭有古梅/독역상두유고매/주역읽는 책상머리에 늙은 매화 두었다네

 

老馬之智(노마지지)

늙은 말은 길을 안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저마다 장기나 장점을 지니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제나라 관중이 전쟁 통에 길을 잃고 지름길로 헤매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놓아 길을 찾고는 그 지혜를 칭찬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만큼 늙은 말은 많은 경험을 통해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관중은 그때, 이런 때는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老馬之智可用也)라 하여 곧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全軍)이 말의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乃放老馬而隨之修得道行).

다음에 또 산길을 지나다가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릴 때 습붕이란 이가 말했다. 개미란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엔 따뜻한 산 남쪽에 집을 짓는다. 흙이 한 치 남짓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라 하였다. 실제 파내려가니 물이 솟았다. 그래서 한비자는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고 하여 노마식도 노마지도(老馬識道 老馬知道)라는 말이 되었다.

두보의 시 한 수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古來存老馬 不必取長途(고래존노마 불필취장도)다. 예부터 늙은 말을 놔두는 것은 반드시 먼 길을 끌고 나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동물이지만 지혜 있으니 사람보다도 더 아끼려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필요해서 부려먹기 위한 것이 아님을 비유한 것이다.

소기무일(所其無逸)

“지도자는 놀고 먹어선 안 된다. 먼저 노동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자신의 안락함을 살펴볼 때 비로소 백성들의 아픔을 헤아릴 수 있게 된다(君子 所其無逸 先知稼穡之艱難 乃逸 則知小人之依)”고 가르치고 있다. 정치란 결국 생산 피라미드의 맨 밑에 위치한 서민을 토닥이고 추스르는 일임을 일찍이 일깨웠다. 농어민과 도시근로자 등 서민이 신이 나고 즐겁게 일할 때 경제에 살이 돋고 국민행복지수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주나라 개국의 터를 닦은 문왕의 삶이 돋보인다. ‘서경(書經)’에는 “부드러움과 따뜻한 마음으로 소시민들을 마음에 품어 보살폈다(徽柔懿恭 懷保小民)”는 말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 민의를 하나로 모은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