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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髮

solpee 2012. 11. 30. 19:02

白髮自嘲/백발을 비웃다

                             장지완(張之琬, 생몰미상),

人憎髮白我還憐/인증백발아환련/남들은 희머리 싫어해도 나는 좋더라
久視猶成小住仙/구시유성수주선/한참보면 잠시 머무는 신선 같지 않더냐

回首幾人能到此/회수기인능도차/둘러보면 그 몇이나 이 때까지 살았던가

黑頭爭去北邙阡/흑두쟁거북망천/검은 머리도 다투어 북망산천 가버린 것을

 

無題

                                         이상은(李商隱·812~858)
만남도 어렵지만 헤어짐도 어려워(相見時難別亦難)

봄바람 약해지니 꽃들이 시듭니다(東風無力百花殘)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을 그만 뽑고(春蠶到死絲方盡)

양초는 재가 되어야 눈물이 마릅니다(蠟炬成恢淚始乾)

새벽녘 시름하나니 거울 속 흰머리는 날로 성글어져(曉鏡但愁雲鬢改)

깊은 밤 읊조리다 찬 달빛에 잠이 깹니다(夜吟應覺月光寒)

봉래산 가려 해도 길이 없으니(蓬山此去無多路)

파랑새야 살며시 날 위해 찾아가주렴(靑鳥殷勤爲探看)

 

 

長安春日有感(장안춘일유감)

장안의 어느 봄날

                                          羅末  崔匡裕(최광유)

麻衣難拂路岐塵/마의난불로기진/삼베옷 먼지 털기도 어려운데 길은 험하고 
鬢改顔衰曉鏡新/빈개안쇠효경신/귀밑머리 희고 얼굴은 늙었구나

上國好花愁裏艶/상국호화수이염/꽃들은 나의 시름 속에서도 곱기만 하고
故園芳樹夢中春/고원방수몽중춘/꿈 속 고향 동산에서, 꽃나무 봄을 맞네

扁舟煙月思浮海/편주연월사부해/달빛 아래 조각배 띄워 고향 가고 싶어 

嬴馬關河倦問津/영마관하권문진/여기 저기 여윈 말타고 나루 묻기 고달파라

祗爲未酬螢雪志/지위미수형설지/형설의 뜻 아직도 이루지 못하여

綠楊鶯語大傷神/녹양앵어대상신/푸른 버들 꾀꼬리 소리에도 마음 상하네

 

永興正家夜飮呼韻卽成 余爲從叔

영흥정의 집에서 밤에 술을 마시며 호운하여 즉석에서 읊다 내가 영흥정에게 종숙 항렬이 된다 

                                   이응희(李應禧;1579~1651

창안 백발이 등잔불 아래 비치는데 / 蒼顔白髮照靑燈
허물없이 마주하니 야승과 같아라 / 相對忘形似野僧
원컨대 긴긴 밤 맘껏 통음하고 / 願得長宵人痛飮
내일 아침 헤어져 지팡이 짚고 떠나세 / 明朝分散策枯藤

 

억지로 흰 머리카락을 뽑고 검게 물을 들이는 일은 백발에 꽃을 꽂는 일입니다. 소동파(蘇東坡)가 “사람은 늙어서도 꽃 꽂는 것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꽃은 노인 머리에 오르는 것 창피해 하겠지(人老簪花不自羞, 花應羞上老人頭)”라 한 것이 그 때문입니다. 늙음을 탄식하던 김창흡(金昌翕)이 늙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늙음을 잊으면 노망이 든 것이요, 늙음을 탄식하면 추한 것이다”라고 한 말이 슬프고 무섭습니다. 그러니 한 해가 또 가고 한 살 나이가 든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