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諧謔二

solpee 2012. 11. 12. 15:46

諧謔二

 

其一

靑袍帶下 紫腎怒

紅裳袴中 白蛤笑

양반이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총각이 부잣집에 장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처가는 부자였지만 신분은 상민이었습니다. 신랑은 자신이 양반이라는 것을 신부에게 좀 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첫날밤에 신부의 기를 꺾으려고 '靑袍帶下 紫腎怒'라고 운을 던지면서 글 깨나 아는 척을 했겠지요. 그러자 신부는 평소에 열심히 공부한 실력으로 단숨에 '紅裳袴中 白蛤笑'라고 맞받아 치면서 적절하게 대응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나중에 어찌 되었을까요? 첫날밤처럼 우스갯말을 주고받으면서 평생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다 갔겠지요? 아마 겨울밤도 길지 않았을 겁니다.

 

其二

 

김삿갓이 일생을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단천(端川) 고을에서 결혼을 한 일이 있었다 캄니다.
신혼 밤은  젊은 청춘 남녀의 Best Time 라 카제요.
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찰떡처럼 붙었으니,...
그런데 말이요, 갑자기 김삿갓이



허공에서 로켓트가 분리되듯, 팔딱 떨어져 나와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名筆로 一筆揮之하니,

毛深內闊

必過他人

이렇게 써 놓고 입맛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는 신랑의
그 요상한 행동에 신부도 요상한 생각이 일어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물끄럼이 보다가

슬그머니 이불에 감쌓인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 예쁜 손으로 一筆揮之하니

後園黃栗不蜂坼

溪邊楊柳不雨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