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欺世盜名(기세도명)

solpee 2012. 11. 7. 06:17

欺世盜名(기세도명)
세상 사람들은 속이고 헛된 명예를 탐낸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세상을 속이고 이름을 도둑질한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을 속이고 거짓 이름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법률과 규칙을 지키고 나라의 군왕에게 충성심을 가진 자가 없다. 교묘한 말로 비위를 맞추거나 간사한 짓을 다 해 어떻게든 한바탕 세상을 속이고 뒤흔들어 볼까 하는 자들이 오히려 윗사람의 신임과 존대를 받아 자주 등용되는(巧言利辭 行姦軌以倖偸世者數御) 꼴을 우리는 본다.
이 말은 한비자에 나오는데 이행투세자(以倖偸世者)라 하여 요행으로 세상 사람을 속여 분수에 맞지 않는 이익을 얻으려는 자를 말함이니, 이것이 기세(欺世)다.

순자에 남이 싫어하는 것은 나도 싫어한다. 대체로 부유하거나 고귀한 자들에게는 오만하게 굴고, 가난하고 미천한 이들에게는 애써 유순하게 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일반적인 감정이라 할 수 없다. 간교한 자는 난세를 틈타 헛된 명성을 도둑질하려는 것이니 음침하고 교활함이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명성을 훔치는 것은 재물을 도둑질하는 것보다 훨씬 나뿐 것(故曰 盜名不如盜貨)이다. 이것이 도명(盜名)이다.

여기저기 고전의 내용을 모아서 남겨진 것들이 많다. 이 내용도 한비자의 欺世란 말과 순자의 盜名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우리의 교훈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속담에 ‘백주대낮에 날강도’란 말이 있다. 20여 년 전 서화가 한 사람이 중국의 유명작가의 작품을 자기작품이라고 중요 월간지에 올려 망신을 당한 일이 있었다.

 

石徑葉/석경엽

돌길 위의 낙엽

                                                   紫霞 申緯(1769∼1845)
背石茅菴一徑迴/배석모암일경회/바위 등진 암자 가는 고불고불 산길 하나

山寒烏桕染紅催/산한오구염홍최/추위에 산속 오구나무 서둘러 붉게 물들고

夕陽翳翳鞵鳴葉/석양예에해명엽/어슴프레 해거름에 낙엽밟는 소리

有箇詩人覓句來/유개시인멱구래/어떤 시인이 싯구찾아 이곳으로 오는가

 

☞.烏桕/오구나무;중국이 원산지이며 난대에서 열대에 산다. 흰열매가 열리며 잎의 앞 뒤가 다르게 단풍이 들어 아름답다.

☞.翳翳=芮芮/예에; 해 질 무렵 어둑어둑한 모양

☞.一徑(逕)/尋詩逕;오솔길 또는 시를 짓는 길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이 오고 낙엽이 뒹구는 소리에 가을이 갑니다. 호젓한 암자 하나 바위를 등지고 서 있습니다. 그곳으로 고불고불 오솔길 하나 나 있습니다. 산속이라 벌써 찬바람이 매서워 오구나무 잎이 바삐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인이라면 가는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좋은 시를 짓고자 찾아온 것이겠지요.

서울대가 있는 관악산 기슭 자하동(紫霞洞)에 살았고 그 붉은 노을을 사랑하여 자하(紫霞)라는 아름다운 호를 사용한 신위(申緯·1769∼1845)의 작품입니다. 그는 시와 글씨, 그림에 모두 능하여 삼절(三絶)로 일컬어졌습니다. 낙엽을 무척 좋아하여 여러 편의 시를 지었는데 이 시는 그중 한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