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禍兮福所依

solpee 2012. 11. 4. 06:21

愛人無可憎憎人無可愛(애인무가증증인무가애)

고운사람 미운데 없고 미운사람 고운데 없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사람이 한 번 좋게 보면 사람의 모든 것이 좋게 보이고, 한번 나쁘게 보면 모든 것이 나쁘게 보인다는 뜻이다. 즉, 사람을 사랑하면 미워할 수 없고, 사람을 미워하면 사랑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지극히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애다즉증다(愛多則憎多)라는 말이 있는데 사랑이 깊으면 미움도 깊다는 것이다.
불교경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마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不當趣所愛 亦莫有不愛 愛之不譴憂 不愛見亦憂). 이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괴로움,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괴로움까지를 내다보고 있다. 그러므로 사랑을 지어 가지지 말라, 사랑은 미움의 근본이다. 사랑도 미움도 없는 사람은 모든 구속과 걱정이 없다(是以莫造愛 愛憎惡所由 已除縛結者 無愛無所憎)라는 글도 있다.
황진이는 그가 미치도록 사랑한 서화담을 그리며 ‘내 언제 신의 없이 남을 속였길래 달도 기운 깊은 밤에 님이 오려는 기척이 전혀 없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라고 읊었고, 서화담은 ‘마음이 어리석으니 하는 일이 모두 다 어리석구나. 구름이 겹겹이 쌓여 험한 이 산중에 어느 님이 오리오마는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와 바람 부는 소리에 행여 님이 오는 소리인가 하노라’며 절절한 사랑노래로 유명하다. 日日念我幾許量(하루하루 이 몸을 그리워는 하시나요).

禍兮福所依

“내일 아침의 일을 저녁에 알 수 없고, 저녁의 일을 오후 참에도 알 수 없다(明朝之事 薄暮 不可必 薄暮之事 哺時不可必)”는 송대 저작 경행록(景行錄)의 가르침이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 삶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인생길에 햇볕 드는 곳과 그늘은 쉴 새 없이 바뀌는 법이다. 그게 세상이치다. 노자 도덕경은 잘 말해주고 있다. “불행은 복이 의지해
성장
하는 곳이고 복은 재앙이 숨어있는 곳이다. 결합은 헤어짐의 시작이고 즐거움은 근심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禍兮福所依 福兮禍所伏 合者離之始 樂兮憂所伏).”

만사 잘 풀린다고 마냥 즐거워할 것도 아니고, 역경에 처했다고 낙담할 일도 아니다. 세상사 일희일비는 금물이다. 열심히 했지만 주변
환경이, 또는 때가 맞지 않아서 일시적 고난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삶의 귀한 지혜를 얻는 기회일 수 있다.  “얕은 개울에서 큰 고기
는 제 몸을 꼼짝 못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작은 물고기는 맘대로 활개친다(夫尋常之溝 巨魚无所還其體 而鯢鰍爲之制)”는 장자의 우화는 시사하는 바 크다.

澹泊明志 寧靜致遠(담박명지 영정치원)

澹泊明志 寧靜致遠(dàn bó míng zhì, níng jìng zhì yuǎn )은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의탄 마을에서[義呑村]

                                      金宗直(1431~1492)

 

늙은이가 볏단을 지붕보다 높게 쌓고서 / 老翁積稻過茅簷/노옹적도과모첨
송아지가 밭에 뛰들자 아이를 꾸짖누나 / 黃犢蹊田叱小男/황독혜전질소남
*오비 깎아서 시냇가의 돌 위에 말리니 / 削得烏椑曬溪石/삭득오비시계석
홍광이 끊어진 다리 남쪽에 비껴 머무네 / 紅光橫逗斷橋南/홍광횡두단교남

 

☞.烏椑:본초』에 이르기를 ‘해남에서 나며 나무의 높이는 1장 남짓하고 씨 속에 젖 같은 즙이 있으며 즙은 달고 맛있다. 그 나무는 감나무와 한 종류인데 잎이 길다. 다만 열매가 작고 긴 것이 열린다. 말려서 익으면 자흑색이 된다. 또 한 종류는 작고 둥글며 크기가 손가락 끝만한 것인데 맛이 더욱 좋다. 그 나무를 감나무와 접붙이면 매우 좋다.' 하였다. 먹감나무 또는 고욤이라고도 한다


*그 고장 사람들은 감을 깎아서 그 껍질을 시냇가의 돌 위에 말리어 깊은 겨울의 먹을 거리로 삼는다...佔畢齋께서 烏椑와 단감을 착각하신 것 같다.

 

花下曬褌/화하쇄곤/꽃밭에서 잠방이 말린다. 격에 어울리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