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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手來空手去

solpee 2012. 9. 10. 04:35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2012년 09월 10일 (월) 경기신문 webmaster@kgnews.co.kr
   
 

옛 선시에 태어남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죽음은 또 어디로 가는 것인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삶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음은 한 조각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구름은 자체가 원래 실체가 없으니(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삶과 죽음이 오고 감 역시 이와 같도다(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또 시 한수를 옮긴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란 시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 세상만사가 뜬구름과 같구나(空手來空手去 世上事如浮雲, 공수래공수거 세상사여부운). 묘지에 성토하고 장례객 다 떠나면 쓸쓸한 산위에 황혼달만 처량하네(成墳土客散後 山寂寂月黃昏, 성분토객산후 산적적월황혼).

자고 이래로 모은 재물을 지니고 저승 간 사람은 없다. 그러니 세상 살면서 애착을 노아라. 몸이 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아 허물어진다. 잠시 머무는 것뿐인데, 무엇을 탐한다는 것인가. 오늘은 일생에서 딱 한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오늘을 보람있게 살아보라.

우리나라 재벌의 1인자였던 이병철 회장도 나이 들어 세상 떠나기 얼마 전 틈을 내 익혀오던 붓글씨로 겸허(謙虛)를 쓰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써서 세상에 남겨놓고 떠났다. 세상사 살아보니 떠날 때 알몸에 삼베옷 밖에는 가져갈게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글 몇 점 남겨 놓았으니, 붓글씨 쓰는 나에게는 그마저 향기롭다 할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忘家忘親忘身

 

공사가 분명한 공직자의 자세를 뜻하는 말로 사마양저(司馬穰(자,저,차))가 장고(莊賈)라는 자를 나무라며 한 말이다. “장수란 명령을 받은 날부터 집을 잊고, 군대에 이르러 군령이 확정되면 친척을 잊으며, 북을 치며 급히 나아가 지원할 때는 자신을 잊어야 합니다.”(將受命之日則忘其家, 臨軍約束則忘其親, 援抱鼓之急則忘其身·사기 ‘사마양저열전’)

양저라고도 불리는 사마양저는 춘추시대 제나라 장수로서 안영의 추천을 받아 장군이 된다. 양저는 전완(田完)의 후손이지만 서출이라 늘 비주류의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무예에 뛰어났고 글도 잘 썼기에 당시 진(晉)나라와 연(燕)나라로부터 자주 공격을 당한 경공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저는 하루아침에 장수에 오른 자신의 명을 누구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공을 찾아가 이렇게 건의했다. “나는 이렇다할 기반이 없으니 백성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경공이 총애하는 분을 감군(監軍) 자리에 내세우면 곁에서 잘 보필하겠습니다.” 그러자 경공도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라며 장고를 추천한 것이다.



양저는 장고와 다음 날 정오에 군문(軍門)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튿날 양저는 먼저 군영으로 가서 해시계를 세워놓고 기다렸으나 장고는 양저가 이미 군영에 가 있으니 감군인 자신은 서두를 것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자신을 전송하는 친척이나 친구들과 어울렸다.

정오가 됐는데도 장고가 오지 않자 양저는 해시계를 엎어버리고 군령을 전 지역에 선포한 후 장고를 기다렸다.

저녁이 돼서야 장고는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양저가 늦은 이유를 추궁하자 장고는 송별연 때문에 늦었다고 둘러대는 것이었다. 양저는 공직자의 마음자세를 말하고는 군 법무관에게 군법대로 처리하도록 하니 목을 베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장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급히 사람을 시켜 경공에게 사면을 요청했지만 경공의 사자가 들이닥치기 전에 처단돼 목이 군영에 내걸렸다. 병사들은 전율했고, 경공도 그랬다.

 

家貧思賢妻(가빈사현처)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
   
 

생활이 곤궁해지면 아내의 훌륭함을 깨닫게 된다. 집안이 궁색해지거나 어려워지면 어진 아내의 내조의 필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다.

사기(史記)에는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워하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떠올리게 된다(家貧思賢妻 國亂思良相, 가빈사현처 국난사양상)라는 내용이 있다.

또 재상을 임명하는데, 다섯 가지를 주의점을 말하고 있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와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은 것을 살피라 했다.

재상에 뽑힌 성자(成子)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 소득 중 10%만을 쓰고 90%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쓴 어진 재상의 적임자였다. 태평하고 잘 다스려져 갈 때보다 어려운 때를 만났을 때 유능하고 현명한 사람이 필요해진다는 말인 것이다.

요즘엔 현모양처(賢母良妻)라는 말이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시대가 바꿨다고 하지만 왠지 이 말은 오래 전에나 쓰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것은 여성은 남성에게 손종해야 한다는 관념을 내포하기도 하고 남녀 간의 역할에 대한 차별적 가치관이 숨어 있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좋은 아내의 조건이란 건강한 사회의 건강한 남편을 위해 조용히 내조해줬으면 하는 생각인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