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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舟人水

solpee 2012. 7. 27. 08:59

君舟人水

 

역대 중국에서 가장 융성했던 제국은 역시 당나라다. 문화의 융성 뿐 아니라 가장 큰 제국을 이루었던 당나라. 그 중에서도 '貞觀之治'라는 으뜸의 태평성대를 이룩한 당태종의 교훈은 리더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의 건국주인 高祖 李淵을 도와 개국의 현장을 지켜본 태종 이세민은 신하들의 직언과 비판을 수용함으로써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당나라의 기반을 튼튼히 닦았다. 이후 당이 강대국으로 성장하고 문화적 융성을 이룬 것은 태종에게 힘입은 바가 크며, 이후 군주들이 태종의 치세를 교과서로 삼았다.

 

무엇이 그를 위대한 성군으로 만들었는가?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배을 뒤엎을 수도 있다"는 君舟人水 水能載舟 易能覆舟라는 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맹자의 "民爲貴 祀稷次之 君爲輕"는 구절처럼 그는 군주보다 백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왕이었다.

늘 배우려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기를 좋아한 태종은 군주와 신하가 신뢰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품고 있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고 직언한, 직언으로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눈하나 꿈적하지 않았던 魏徵과 같은 良臣이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지만 그와 같은 신하가 있었던 것도 태종의 열린 귀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중국역사상 최초의 통일 국가 秦일 이룩한 단초가 되었던 韓非子의 법가사상이 보여준 제왕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은 은밀하게 이루어야지 말이 새어나가면 실패한다"면서 인간의 악한 본질을 중점에 두고 사유한 한비의 생각과 달리, 당태종은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태평성대를 이끌었다. 법가 사상이 최고의 효율성으로 중국을 통일했지만 진시황 사후 채 20년도 되지않아 안으로부터 무너졌으나, 태종의 이러한 생각은 중국 최고의 성대를 이룩했음을 비교해보면 답은 명확해진다.

 

태종은 몸소 모범을 보임으로써 신하와 백성들이 따르도록 했으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아첨을 멀리하고 충직한 간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를 통해 중요한 정보가 물 흐르듯이 흘렀으며, 다른 군주와 달리 간신이 내쳐지고 올곧은 신하가 득세했다. 옳은 말을 하는 신하는 황제의 심기를 거스르고도 당당했으며, 황제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도 기뻐했다.

 

맹자는 "백성은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뛰어난 군주는 백성을 귀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아낄 줄 알았다. 태종이 그런 사람이었다.

예로부터 스스로 현명하지 못하고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군주일수록 법으로 백성을 짓누르려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망국이나 민심을 얻은 정변으로 끝나곤 했다. 춘추전국의 혼란을 수습하고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룩한 시황제의 秦이나, 위진남북조의 혼란을 통일한 수나라와 같은 강력한 국가도 백성을 억누르는 이러한 통치로 겨우 20~30년 사이에 종말을 맞이했다. 

공자도 德으로 이끌고 禮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되지만, 정형政刑으로 다스리면 형벌을 면하고려만 할 뿐이며 설사 법을 어기더라도 부끄러움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정통성이 부족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권일수록 "국법질서", "엄단" 등의 용어가 자주 사용한다.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일수록 아랫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기보다는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조금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政刑을 잡으려 한다. (이것이 공자가 말한 政刑에 의한

 통치이다.)

태종이 정관 초년에 했던 얘기를 거울삼아 나의 리더십으로부터 반성해보자.

"군주된 자의 도리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생각하는 것이오. 만일 백성들의 이익을 손상해가면서 욕심을 채운다면, 마치 자기 넙적다리를 베어 배를 채우는 것과 같아서 배는 부를지언정 곧 죽게 될 것이오. 만일 천하를 안정되게 다스리려고 한다면 먼저 군주 자신의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오. 몸이 곧은데도 그림자가 기울고, 윗사람이 훌륭히 다스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랫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경우는 없소."

 

나는 항상 공부하는가?

항상 아랫사람을 먼저 생각하는가?

나는 직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가?

(나를 위해서) 내게 싫은 소리를 서슴지 않는 직원이 있는가?

나는 남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가?

나는 철저하게 남을 신뢰하는가?

내 주변에는 내 입맛에 맞는 말만 하는 간신이 아니라 충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