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龍頭蛇尾

solpee 2012. 1. 10. 12:34

龍頭蛇尾

 

용의 머리에 뱀 꼬리란 말로 시작은 요란하고 그럴 듯하지만 끝에 가서는 일이 흐지부지 흐려지는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성어로 하늘과 땅이 놀라고 흔들리는데, 나타난 것은 쥐 한 마리(驚天動地 鼠一匹) 뿐이라는 말도 같은 뜻이다.

나라 때의 僧 圓悟克勤이 편찬한 <碧嚴錄> 중 睦州掠虛頭漢에 나오는 이야기다. 벽암록은 불교의 禪宗에서는 가장 중요한 典籍으로 여긴다.

당시 河北省 正定縣 睦州의 龍興寺에는 이름난 유명한 僧 睦州 陳道蹤(후에 尊宿<큰어른>이라고 불림)이라는 분이 머물고 있었다. 陳尊宿得道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면서 신발이 닳아진 나그네를 위하여 짚신을 삼아 길가 나무마다 걸어 두고 다녔다.

睦州(780~877)는 黃檗希運의 法統을 이었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상대방의 道力을 시험하기 위해서 禪問答을 주고 받는 관행이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짚신 布施를 했던 진존숙이 어느 날 도력 있는 척 하는 한 사람을 만나 話頭를 던졌더니 상대방이 !”하고 큰소리를 쳤다.

화두의 뜻을 안다고 생각한 진존숙은 그것참 내가 한번 크게 당했네.’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더니 상대방은 그 혼잣말 소리를 듣고도 또 한 번 "喝!"하고 외쳤다. 진존숙이 상대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어쩐지 수상한 구석이 엿보였다.

아마도 이놈이 겉보기는 그럴 듯하지만(似則似) 진짜 도를 깨친 놈 같지는 않군.(是則未是) 그저 용대가리에 뱀 꼬리는 아닌지 의심스럽구나(只恐龍頭蛇尾)’ 이렇게 생각한 진존숙이 상대방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가 큰소리치는 위세는 좋은데 "喝!" "喝!"하고 큰소리를 지른 뒤에는 무슨 말로 마무리 하려는가?”라고 묻자 상대방은 그만 뱀이 꼬리를 내밀듯이 슬그머니 답변을 피하고 말았다. 이를 본 진존숙이 시작은 거창했지만 마무리가 흐지부지한 것이 龍頭蛇尾 같다고 말했다.

이 말과 대비되는 말로는 始作이라는 말도 있다. 과감한 사람들은 끝맺음보다는 시작은 잘 하는 수가 많고,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사람은 시작부터 두려워서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 성공하는 사람이 적은 까닭은 시작부터 끝까지 잘하는 사람(靡不有初 鮮克有終)이 적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우유부단하거나 소심한 사람은 龍頭는 생각조차 없고 蛇尾를 내 밀 엄두조차 못하는 것은 무슨 일이든지 두려워서 시작조차 아예 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처음 시작한 일을 끝까지 마무리 하는 有終之美를 이루지 못하는 것도 龍頭蛇尾라 할 수 있다.

 

불가에서 초발심(初發心是道)을 잊지 말라고 한 것도 인간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처음 세운 계획에 대하여 龍頭蛇尾가 되지 않게 하라는 취지의 뜻이다. 신라시대 고승 원효도 <발심수행문>에서 백년이 멀다고 생각되어도 지나고 나면 잠깐인데 어찌 깨닫지 못하고 유혹 없는 地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事必歸正이라는 말도 올바르지 못한 일도 처음에는 좋게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올바른 것이 필히 이기게 되어 있다. 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뜻하고, 은 이 세상의 올바른 법칙을 뜻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理想만 크게 가진 나머지 그 결과가 불만족이 되면 좌절하는 경향이 많다.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주어진 능력과 노력에 의하여 작거나 크게도 이루어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