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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皴法)

solpee 2011. 11. 25. 06:39

준법(皴法)

 

(병) cunfa (웨) ts'unfa.

동양회화에서 산이나 바위의 입체감과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기법.

당나라의 산수화에서도 산의 주름과 질감을 표현하려고 했으나 이것은 체계적인 준법이 나타나기 이전의 초기 양식이다. 오늘날 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대(五代)말에 시작되었으며 본격적인 발전은 원나라 때 필선의 서예성이 강조되고, 필선 그 자체에 표현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화가들이 새로운 준법의 개발에 몰두하면서 이루어졌다. 준이라는 용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북송 때 곽희(郭熙)의 〈임천고치집 林泉高致集〉에서 보인다. 그는 여기에서 준과 찰(擦)을 구별하지 않았으나 12세기초 한졸(韓拙)은 〈산수순전집 山水純全集〉에서 5가지 준의 명칭을 기술함으로써 준과 찰의 확실한 구분을 시도했다. 그후 명말의 진계유(陳繼儒)는 〈이고록 古錄〉에서 준법이란 용어를 쓰고 7가지 준법의 명칭과 사용화가를 기술했으며, 왕가옥(王珂玉)은 〈산호망화록 珊瑚網畵錄〉(1643, 서문)에서 14가지의 준법을 설명했다. 청대에 왕개(王槪) 형제가 쓴 〈개자원화전 芥子園畵傳〉(1679)에서는 그림을 곁들여 18가지 준을 설명했다. 기록에 전해오는 준법의 종류는 피마준(披麻皴)·단필마준(短筆麻皴)·소부벽준(小斧劈皴)·대부벽준(大斧劈皴)·우점준(雨點皴)·미점준(米點皴)·운두준(雲頭皴)·해색준(解索皴)·우모준(牛毛皴)·하엽준(荷葉皴)·마아준(馬牙皴)·절대준(折帶皴)·몰골준(沒骨皴)·귀면준(鬼面皴)·난마준(亂麻皴)·고루준(縡皴)·직찰준(直擦皴) 등 20여 가지가 있으나 대체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10가지 정도이다. 가장 먼저 발생한 준법인 피마준은 같은 방향의 선을 반복적으로 길게 그은 것으로 둥근 흙산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방법이며, 오대 동원(董源)의 〈한림중정도 寒林重汀圖〉에서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동거파(董巨派)의 화풍을 상징하는 특징으로 남종화에서 애용된 기법이며, 해색준·우모준·절대준의 기초가 되므로 준법의 중심이 된다. 피마준이 남종화를 대표하는 표현기법이라면 부벽준은 북종화에서 주로 사용된 기법이다. 도끼로 찍어 갈라진 바위의 날카로운 질감을 측필을 써서 나타낸 것으로 소부벽준과 대부벽준으로 나뉜다. 이당(李唐)의 〈만학송풍도 萬壑松風圖〉가 소부벽준으로 그려진 대표적인 작품이며, 이보다 뒤에 시작된 대부벽준은 남송대 마원(馬遠)·하규(夏珪)·마린(馬麟)이 즐겨 사용했다. 우점준은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점을 내리찍어 건조한 화북지방의 황토 암석을 나타내는 기법으로, 범관(范寬)의 〈계산행려도 谿山行旅圖〉에 보인다. 운두준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산봉우리를 그리는 것으로 곽희가 창시했으며, 그의 대표적인 작품 〈조춘도 早春圖〉에 잘 나타나 있다. 하엽준은 조맹부(趙孟)의 〈작화추색도 鵲華秋色圖〉에서 볼 수 있듯이 연잎의 줄기가 퍼져내린 것처럼 그린 것이다. 해색준은 엉킨 노끈을 푸는 것처럼 그린 것으로 피마준이나 하엽준과 비숫하다. 우모준은 왕몽(王蒙)이 만든 준법으로 짧고 고슬고슬한 쇠털처럼 그려내는 방법이다. 절대준은 예찬(倪瓚)이 창시한 것으로 측필을 사용하여 가로로 긴 선을 긋다가 수직으로 내리꺾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산의 전체적인 형상을 귀신의 얼굴처럼 험상궂게 그리는 귀면준, 말의 이빨처럼 그리는 마아준, 필선으로 윤곽을 만들지 않고 먹의 농담으로만 나타내는 준법 중에서도 초기 양식인 몰골준이 있다. 한국에도 고유의 독특한 준법이 있는데 1530년대에 크게 유행한 단선점준(短線點皴)과 정선(鄭歚)이 진경산수를 그리는 데 사용한 수직쇄찰준(垂直刷擦皴)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