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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pee 2010. 12. 8. 20:49

 

 
 
鷹立如睡 (응립여수)
매는 서 있되 조는 듯하고 
虎行似病 (호행사병)
범은 걸어가되 병든 듯하니, 
正是他攫人噬人手段處 (정시타확인서인수단처)
바로 이것이 그들의 사람을 움켜잡고 
사람을 깨무는 수단이니라. 
故君子要聰明不露 (고군자요총명불로)
그러므로 군자는 모름지기 총명을 드러내지 말고 
̖才華不逞 (재화불령)
재주를 나타내지 말아야 하니, 
纔有肩鴻任鉅的力量 (재유견홍임거적력량)
이것이 곧 어깨가 넓어 
큰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역량인 것이니라. 
               채근담전집제200장중에서 

 

 

 

 

 

 

 

 

白雲居士,止軒 李奎報(1168-1241)

 

발상주(發尙州) - 상주를 떠나며

耿耿殘星在(경경잔성재) : 새벽별 아직 하늘에 깜박이는데
曉隨烏鵲興(효수오작흥) : 까마귀 까치 따라 일어났어라.
旅腸消簿酒(려장소부주) : 나그네 뱃속에 막걸리로 푸니
病眼眩寒燈(병안현한등) : 쓸쓸한 등불이 병든 눈에 부시다.
行李同村老(행리동촌로) : 행식은 시골 늙은이 같고
囊裝似野僧(낭장사야승) : 낭장은 야승처럼 초라하다.
歸田計未遂(귀전계미수) : 전원으로 가려도 이루지 못하고
戀闕意難勝(련궐의난승) : 임 그리는 마음 걷잡기 어렵다.
避世慙高鳳(피세참고봉) : 세상을 피해 사는 고봉에게 부끄럽고
知幾謝李鷹(지기사리응) : 기미를 아는 것은 계응보다 못하다.
露深巾墊角(로심건점각) : 이슬이 축축하니 건의 뿔이 기울고
風勁生稜䄂(풍경생릉䄂) : 바람이 거세니 소매에 모가 진다.
石棧霜猶重(석잔상유중) : 돌길의 서리 아직 무겁고
雲崖日未昇(운애일미승) : 구름 낀 벼랑에 아직 해 돋지 않았다.
辭親兩行淚(사친량행루) : 어버이 하직하던 두 줄기 눈물
到曙尙霑膺(도서상점응) : 새벽이 되어도 가슴에 젖어있어라.

 

 

    

 

 

   유어(游魚) - 노니는 어부

圉圉紅鱗沒復浮(어어홍린몰복부) : 물 속에 노리는 물고기 잠겼다 떠오르니
人言得意好優遊(인언득의호우유) : 마음껏 즐겨 노는 것을 사람들 부러워한다.
細思片隙無閑暇(세사편극무한가) : 가만히 생각하면 편안할 틈이 없어
漁父方歸鷺更謀(어부방귀로갱모) : 어부 돌아가면 해오라기 다시 노리는구나.

 

 


 

   투화풍(妬花風) - 꽃샘 바람

花時多顚風(화시다전풍) : 꽃 필 땐 광풍도 바람도 많으니
人道是妬花(인도시투화) : 사람들 이것을 꽃샘 바람이라 한다.
天工放紅紫(천공방홍자) : 조물주가 주홍빛 자주빛 꽃피우니
如剪綺與羅(여전기여라) : 마치 비단들을 가위질해 놓은 하다.
旣自費功力(기자비공력) : 이미 그렇게도 공력을 허비으니
愛惜固應多(애석고응다) : 아끼는 마음이야 응당 적지 않으리라.
豈反妬其艶(기반투기염) : 어찌 그 고움을 시기하여
而遣顚風加(이견전풍가) : 광풍을 남겨 보냈을까
風若矯天令(풍약교천령) : 바람이 만약 하늘의 명을 어긴다면
天豈不罪耶(천기불죄야) : 하늘이 어찌 죄를 주지 않을까
此理必不爾(차리필불이) : 이런 법이야 반드시 없을 것이니
我道人言訛(아도인언와) : 나는 사람들의 말이 잘못이라 말하리라.
鼓舞風所職(고무풍소직) : 노래하고 춤추는 건 바람의 맡은 일
被物無私阿(피물무사아) : 만물에 은택 입히니 사사로움 없으리라
惜花若停簸(석화약정파) : 꽃을 아껴 만약 바람다 그친다면
其奈生長何(기내생장하) : 그 꽃 영원히 생장할 수나 있을까.
花開雖可賞(화개수가상) : 꽃 피어 감상하기 좋으나
花落亦何嗟(화락역하차) : 꽃 지는 것을 슬퍼할 게 뭐 있나.
開落摠自然(개락총자연) : 꽃 피고 꽃 지는 것 모두가 자연이니
有實必代華(유실필대화) : 열매가 생기면 반드시 꽃 피어 대신한다.
莫問天機密(막문천기밀) : 묻지 말게나, 오묘한 이치 자연의 이치
把杯且高歌(파배차고가) : 술잔 잡고 소리 높여 노래나 불러보자구나.

 

 

   

 

   영계(詠鷄)-닭을 읊다

出海日猶遠(출해일유원) : 바다에 일출이 아직 멀어
乾坤尙未明(건곤상미명) : 하늘과 땅 아직 밝지 않았다.
沈酣萬眼睡(침감만안수) : 사람들 모두 단잠에 젖어
驚破一聲鳴(경파일성명) : 한 울음소리로 놀래 깨운다.
索食呼雌共(색식호자공) : 먹이 찾아 암컷 불러 같이 먹고
誇雄遇敵爭(과웅우적쟁) : 수컷됨을 과시하여 적 만나 싸운다.
吾憐五德備(오련오덕비) : 오덕을 모두 갖춤을 어여삐 여기니
莫與黍同烹(막여서동팽) : 기장과 함께 결코 삶지 말라.

 

 

   야제(夜霽)-밤에 개어

娟娟天上月(연연천상월) : 곱고 고운 하늘 위의 달이여
相見間何濶(상견간하활) : 본 지 얼마나 오랜 시간 지났나.
好在佳人面(호재가인면) : 잘 있었구나, 미인 같은 네 얼굴
令我心大豁(령아심대활) : 나의 마음을 활짝 펴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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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우가(苦雨歌)-장비를 노래하다

愁霖一月如懸河(수림일월여현하) : 금심스런 장마비 한 달 동안 강물 쏟듯 하여
晝夜昏黑藏羲娥(주야혼흑장희아) : 밤낮으로 캄캄하게 해와 달을 가리웠구나.
已聞街巷遊蛟鼉(이문가항유교타) : 이미 거리에는 교룡과 자라가 논다고 하니
復患庭除生蚌螺(부환정제생방라) : 다시 뜰에는 조개와 소라가 생길까 걱정이구나.
高墻忽倒臥橐駝(고장홀도와탁타) : 높은 담 갑자기 넘어지니 드러우운 낙타인 듯
短屋還頹仆馬騾(단옥환퇴부마라) : 작은 집 무너지니 말과 나귀가 엎어진 듯하다.
雷公揮劍刃如磨(뢰공휘검인여마) : 번개가 칼을 휘두르니 칼날을 갈아 세운 듯.
壁間躍出陶公梭(벽간약출도공사) : 벽 사이에서 도공의 북이 튀어나온 듯하다
直敎平地轉盤渦(직교평지전반와) : 바로 평지를 물웅덩이로 만들었는데
南宅東家放鴨鵝(남댁동가방압아) : 남쪽 집 동쪽 집에서 오리와 거위를 풀어 놓았다.
城中萬戶浮濤波(성중만호부도파) : 성중의 모든 집들이 파도에 떴오르고
大者如舶小如艖(대자여박소여차) : 큰 것은 상선 같고 작은 것은 쪽배 같구나.
一國正作海中倭(일국정작해중왜) : 온 나라가 바로 바다 속의 왜국이 된 듯하고
擬營船舫相經過(의영선방상경과) : 왕래하는 나룻배를 만들어 서로 찾아 지나다닌다.
江湖混混莫分沱(강호혼혼막분타) : 강물과 호수가 서로 섞여 갈래를 못 잡는데
空舟獨艤無魚蓑(공주독의무어사) : 빈 배만 혼자 다닐 뿐 고기 잡는 사람도 없구나.
蓬蒿蕭艾與綠莎(봉호소애여록사) : 다복대 쑥대 푸른 잔디
時哉得意盈山阿(시재득의영산아) : 때 만났다 득의 만만하여 산 둔덕에 가득 찼구다.
可惜南畝漂嘉禾(가석남무표가화) : 아깝구나, 남쪽 논의 벼포기가 물 위에 떴으니
其奈四海蒼生何(기내사해창생하) : 사해의 백성들은 어찌해야 좋을 것인가.
甕中美酒香已訛(옹중미주향이와) : 독 안의 향기로운 술이 이미 변했으니
詎可酣飮令人酡(거가감음령인타) : 어찌 마실 것이며 마신들 취할 수있겠는가.
箱底芳茶貿味多(상저방다무미다) : 상자 속 좋은 차는 맛이 많이 변했으니
不堪烹煮驅眠魔(불감팽자구면마) : 끓여 먹어도 몰리는 잠을 쫓아내지는 못하리라.
掩被雖欲寐無吪(엄피수욕매무와) : 이불을 뒤집어쓰고 꼼짝 않고 자고 싶건만
打窓喧霤可從他(타창훤류가종타) : 요란한 낙수물이 창을 때리니 무슨 수를 쓰리오.
凡百防人多跌蹉(범백방인다질차) : 모든 물막이군 넘어지고 자빠지니
久矣此雨傷天和(구의차우상천화) : 지겨워라, 이 비가 하늘의 조화를 상하게 하는구나.
鳥藏巢底蜂藏窠(조장소저봉장과) : 새는 둥지에 숨고 벌은 구멍에 들고
路絶車馬無鳴珂(로절차마무명가) : 길에는 마차 끊어져 방울 소리도 없어라.
此時行者理則那(차시행자리칙나) : 이런 때 행인인들 무슨 재주 있을까
泥沒腰脊況襪靴(니몰요척황말화) : 진흙이 허리까지 빠지니 신이 소용없구나.
我幸杜門聊養痾(아행두문료양아) : 나는 다행히 문 닫고 병을 고치고 있어
日晏而興誰復訶(일안이흥수부가) : 늦어 일어난들 누가 다시 꾸짖겠는가
率然忽作苦雨歌(솔연홀작고우가) : 갑자기 마음에 감흥이 일어 고우가를 짓는다.

 

 

  

   운상인장환산걸시(雲上人將還山乞詩)
   운 스님이 산으로 돌아가며 시를 청하기에

空門本絶去來想(공문본절거래상) : 불문은 본래 과거와 미래의 망상을 끊는 것
臨別何須更黯然(림별하수경암연) : 이별이라 새삼 슬퍼할 게 무엇인가.
莫恐紅塵隨白足(막공홍진수백족) : 붉은 티끌 흰 발자취에 묻힐까 겁내지 말라.
洗廻還有出山泉(세회환유출산천) : 돌아가 도리어 산에서 솟는 샘물에 씻어버리게나.

 

   대농부음이수1(代農夫吟二首1)
   농부를 대신하여 읊은 노래

帶雨鋤禾伏畝中(대우서화복무중) : 비 맞고 김을 매며 밭이랑에 엎드리니
形容醜黑豈人容(형용추흑기인용) : 검고 추악한 몰골이 어찌 사람의 모양인가.
王孫公子休輕侮(왕손공자휴경모) : 왕손공자들이여, 우리를 업신여기지 마소
富貴豪奢出自儂(부귀호사출자농) : 그대들의 부귀호사, 우리들로부터 나온단다.

 

 

   대농부음이수2(代農夫吟二首2)
   농부를 대신하여 읊은 노래

新穀靑靑猶在畝(신곡청청유재무) : 시퍼런 새 곡식 아직도 채 밭에 있는데
縣胥官吏已徵租(현서관리이징조) : 현의 서리들은 벌써 조세를 징수하는구나.
力耕富國關吾輩(역경부국관오배) : 힘껏 일한 부자 나라 우리들에게 달렸는데
何苦相侵剝及膚(하고상침박급부) : 어찌 이다지도 빼앗으며 살마저 벗겨 가는가.

 

 

 

   독도잠시(讀陶潛詩)-도잠의 시를 읽고

我愛陶淵明(아애도연명) : 나는 도연명의 시를 좋아하니
吐語淡而粹(토어담이수) : 토해 놓은 말은 담박하고 순수하다.
常撫無絃琴(상무무현금) : 항상 줄 없는 거문고를 어루만지니
其詩一如此(기시일여차) : 그의 시도 또한 이와 같았구나.
至音本無聲(지음본무성) : 지극한 음률은 본래 소리가 없으니
何勞絃上指(하로현상지) : 어찌 피곤하게 거문고 줄에 손을 쓸까
至言本無文(지언본무문) : 지극한 말은 본래 수식이 없으니
安事彫鑿費(안사조착비) : 어찌 꾸밈을 일삼아 말을 허비하리오
平和出天然(평화출천연) : 자연에서 나온 평화로움이여
久嚼知醇味(구작지순미) : 오래 씹을 수록 더욱 진한 맛을 느낀다

 

※ 명대(明代) 화가 사시신(謝時臣)의 <갈건녹주도(葛巾漉酒圖)>

 

我愛陶淵明  愛酒不愛官
彈琴但寓意  把酒聊開顔
自得酒中趣  豈問頭上冠
誰作漉酒圖  淸風起毫端
(아애도연명 애주불애관

 탄금단우의 파주료개안
 자득주중취 기문두상관
 수작녹주도 청풍기호단)


나는 도연명을 사랑하였는데
그는 술을 사랑하였지 벼슬길을 좋아하지 않았네
거문고를 타도 다만 사물을 풍자하였을 뿐
술잔 잡으면 모름지기 얼굴을 활짝 폈지 
취중의 풍취를 스스로 깨우쳤는데
어찌 머리에 쓴 관을 따지겠는가
누가 녹주도(漉酒圖)를 그리나
맑은 바람 붓끝에서 일어나네


☞ 방주(龐鑄/金나라), <녹주도(漉酒圖)>


※ 開顔: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여 활짝 웃음(破顔)
※ 毫端: 붓끝

 

※ 명(明)나라 화가 정운붕(丁雲鵬)의 <녹주도(漉酒圖)>

 

※ ≪송서(宋書)≫ <은일(隱逸)>傳에 보면 도연명(陶淵明)은 평소 술을 좋아하여(嗜酒) 술이 익으면 갈건(葛巾)을 벗어 술을 걸러 마시고, 술이 다하면 다시 쓰곤 했다(逢其酒熟 取頭上葛巾漉酒 畢還復著之) 한다. 

 

이로부터 갈건녹주(葛巾漉酒) 또는 탈건녹주(脫巾漉酒)라는 말이 생겨났다. 또 "술 거르는 늙은이"라는 뜻의 녹주옹(漉酒翁)은 도연명(陶淵明)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그의 시 <희증정율양(戱贈鄭溧陽)>에서 이렇게 읊은 바 있다.


陶令日日醉  不知五柳春
素琴本無弦  漉酒用葛巾
(도령일일취 부지오류춘
 소금본무현 녹주용갈건)
도연명은 날마다 취해
오류에 봄이 와도 알지 못했지
소박한 거문고엔 본래 줄이 없고
술 거르는데 갈건을 썼다네

 

※ 청말근대 화가 심심해(沈心海)의 <갈건녹주(葛巾漉酒)>

 

또 남송(南宋)의 애국시인 육유(陸游)는 <춘면서회(春眠書懷)>에서 이렇게 읊고 있다.
 

脫巾漉酒從人笑  拄笏看山頗自奇 

(탈건녹주종인소 주홀간산파자기)

갈건 벗어 술 거르니 종자(從者)가 웃고

홀을 잡고 산을 바라보니 자못 기이하도다 

 

※ 근현대 중국화가 장행가(張幸稼)의 <남전시의(南田詩意)> 成面. 다음은 화제(畵題)


漉酒无葛巾  高吟一窗靜
日日對南山  枝枝送秋影
갈건도 없이 술을 거르고
조용한 창가에서 소리 높여 읊조리네
날마다 남산을 마주하고
가지마다 가을 그림자 보내네

 

※ 청대(淸代) 화가 전혜안(錢慧安)의 <탈건녹주(脫巾漉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