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완당의 오언시

solpee 2010. 10. 19. 20:58

양좌전 이 쓴 법시범의 서애시권 뒤에 제하다. 좌전은 바로 옹담계 선생의 사위인데 서법이 너무도 담계의 풍치를 닮았음[題梁左田書 法時帆西涯詩卷後 左田是翁覃溪先生壻也 書法大有覃溪風致]

 

서애의 시권에 쓴 좌전의 글씨 / 左田西涯卷
훌륭히 옹담계의 실에 들었네 / 優入覃溪室
더욱이 그 사위가 되는 까닭에 / 爲其甥館故
법ㆍ율을 어렴없이 배웠드라오 / 頗能學法律
무르익고 고운 점은 다 족하지만 / 濃麗則具足
창고와 변화는 좀 손색이 있네 / 但少蒼而遹
담옹은 그야말로 하늘이 낸 분 / 覃翁眞天人
소동파가 오늘에 다시 났구려 / 坡公生今日
한평생에 해나온 모든 일들이 / 平生所爲事
하나같이 동파와 맞들어서네 / 一與坡公匹
운회가 돌고 돌아 되풀이한단 / 運會反復過
장수동의 말이 어찌 넘친다 하리 / 瘦銅辭匪溢
장수동이 지은 담계상찬(覃溪像贊)의 말을 인용하였음.
심지어는 모양마저 거의 같아서 / 以至相貌末
혹을 덮는 옷조차 깃이 넓네 / 蓋癭衣領闊
파공(坡公)의 시에 ‘넓은 깃의 혹 덮는 옷을 새로 만들었다.’라 하였는데, 담계의 왼쪽 목에 또한 혹이 있음.
붓과 벼루 상서로운 빛을 발하니 / 筆硯發瑞光
천개의 등 그림자 하나로 모여 / 千燈影集一
시범은 바깥 나라 사람으로서 / 時帆外國人
몽고(蒙古)
공경히
판향을 불태우누나 / 敬爲瓣香爇
소재 문하 제자라 일컬을진대 / 蘇門稱弟子
알괘라 이는 바로 뒷부처로세 / 知伊是後佛
다릉이라 물이 쌓인 못 위 옛집은 / 潭上茶陵宅
풍류 문채 상기도 닦여질세라 / 文彩尙不沫
서애의 구택이 지금 적수담(積水潭)이 되었는데 시범의 시감(詩龕)이 지금 이곳에 있음.
바람 앞에 하늘대는 만 그루 연은 / 風荷一萬柄
푸른 숲이 파란 울에 으리비치네 / 靑林映翠樾
청림취월(靑林翠樾)은 요맹장(姚孟長)의 말임.
십우도 그림 속에 나타난 상을 / 十友圖中像
시감에다 죽순 포육 진설했구려 / 筍脯詩龕設
고증 분변 몹시도 크고 넓어서 / 攷辨甚宏博
잘못된 다리 이름 바로잡았네 / 溪橋剖舊失
다리 이름을 이광교(李廣橋)라 하였는데 시범이 이공교(李公橋)라 단정하여 그 고증이 심히 해박함.
날을 가려 명류들을 불러 모이니 / 選日招勝流
엄연히도
죽계의 육일(六逸)이로세 / 儼然竹溪逸
시범ㆍ양봉(兩峯)ㆍ치존(稚存)ㆍ입지(立之)ㆍ정헌(定軒)ㆍ운야(雲野)임.
한 폭의 서애도를 만들었는데 / 作爲西涯圖
옹공이 문필을 도맡았거든 / 翁公主文筆
옛날이라
문수의 모임에 올라 / 昔登文殊會
묘지를 남김없이 참문했더니 / 妙旨叅纖悉
너무도 서글퍼라 반묘원이여 / 惆悵半畝園
가엽게도 설창에 병을 앓다니 / 雪窓憐臥疾
내가 연경(燕京)에 들어갔을 때 시범이 병이 들어 보지 못했다. 반묘원은 시범의 호임. 또 설창과독도(雪窓課讀圖)가 있음.
만리라 비추이는 푸른 눈동자 / 萬里照靑眼
꿈 생각이 어울려 답답만 하네 / 夢想長交鬱
이태란 말을 마소 지금은 동잠 / 異苔今同岑
연업이 맺혀 있음 알고 남으리 / 緣業知有結

 

빗속에 무료하여 군경의 영석루 제십을 읽다가 거듭 차운하여 기증하다[雨中無聊 讀君京領石樓諸什 重次寄贈]

 

띠집에 쏟아지는 진종일 비는 / 盡日茆堂雨
뜨락물이 완연히도 출렁이는 샘 / 庭水宛泉漪
갑자기 생각나네 산중의 저녁 / 忽憶山中夕
막대 짚고 푸른 시내 비탈을 돌리 / 扶杖綠澗厓
신선님네 물려준 붉은 전자는 / 仙人遺丹篆
운애가 얽히어라 남은 생각에 / 雲靄紆餘思
자네 시는 진원을 거슬러가니 / 君詩溯眞源
천기를 어느 뉘가 따를까부냐 / 天機不可追
가소롭다 악착한 저 무리들은 / 笑彼齷齪輩
대아의 높은 자세 어찌 알쏜가 / 那識大雅姿
옛 기록에 감춰진 예로운 봄이 / 古錄藏古春
허파에 스며스며 눈썹에 피네 / 沁肺發之眉
천화란 물이 들지 않는 거라서 / 天華本不染
부질없이
묵자의 실이 가여워 / 空憐黑子絲
여보소 뒷사람을 건네기 위해 / 願君度後人
나룻배로 자비를 베풀어다오 / 津筏施慈悲

 

옹성원의 소영에 제하다[題翁星原小影]

 

단정하고 씩씩한 데 유려가 섞였다면 / 端莊雜流麗
굳세고 건장한 데 곱고 연함 머금었단 / 剛健含阿娜
동파의 서법 논한 글귀를 들어다가 / 坡公論書句
그걸로써 그대를 평하는 게 옳겠는데 / 以之評君可
이 도상을 살펴보면 십분에 칠은 / 此圖十之七
씩씩하고 건장타곤 못하겠으나 / 莊健則未果
해롭지 않고말고 백천 빛깔이 / 弗妨百千光
모니(牟尼) 구슬 한 덩이로 다 거두는 걸 / 都攝牟珠顆
옳거니 이걸로써 그대를 불러 / 惟是致君來
나와 함께 한 당에 마주 대했네 / 共我一堂中
오운이라 만리의 정다운 꿈은 / 烏雲萬里夢
바다 물결 하늘 바람 감돌아드네 / 海濤廻天風
담실을 바로 모셔 환희 받들고 / 覃室儼侍歡
소연에도 역사를 함께 잡아라 / 蘇筵執役同
문자는 정과 영이 모여졌다면 / 文字聚精靈
신리 또한 원통이 어울렸구려 / 神理合圓通
못난 나는
자갑이 부끄러운데 / 愧我慙雌甲
낳은 때조차 또 특별하다오 / 生辰又特別
그대의 집 묵연으로 헤아리면은 / 以君家墨緣
그대는 섣달생이 마땅하거니 / 宜君生臘雪
하필이면 이 내 몸 낳은 날마저 / 如何我生日
또 다시 유월달이 된단 말인가
/ 而復在六月
소동파와 황산곡이 아득하게도 / 依然蘇與黃
그대와 내 하나씩 각기 나눴네 / 君我各分一
바람바퀴 한세상에 돌고 또 도니 / 飆輪轉大世
예전 꿈은 나에게 숙세의 인연 / 前夢吾夙因
입극은 저
식양에 남아있거니 / 笠屐存息壞
양진을랑
석범에 물어보누나 / 石帆叩梁津
단전에 맺혀있는 가을 무지개 / 秋虹結丹篆
뱉은 기운 서려서려 높이 솟아라 / 吐氣蟠嶙峋
석당의 그림자로 고개 돌리니 / 回首石幢影
그대와 더불어 법원사(法源寺) 사리탑(舍利塔) 석당(石幢) 아래에서 상별하였음.
한 숨결 한 숨결에 한 일 또 한 일 / 息息與塵塵
광려산의 시게를 들어 보이니 / 擧似匡廬偈
파상 앞에 부옹이 절을 드리네 / 坡像涪翁拜
금석이라 옛 언약을 거듭 누비어 / 金石申舊約
저울 눈금 실오리도 빠뜨릴세라 / 銖縷窮海外
솔바람에 울리는
돌솥이라면 / 石銚鳴松風
천뢰에 응답하는 구슬 거문고 / 琅琴答天籟
기다리는 한 생각이 신라로 드니 / 一念逾新羅
종경에 해리할 자 누구란 말고 / 竟有何人解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 심설의 운에 차함[水聲洞雨中觀瀑 次沁雪韻]

 

골짝을 들어서자 몇 걸음 안가 / 入谷不數武
발 밑에서 우레소리 우르르르릉 / 吼雷殷屐下
젖다못한 산 안개 몸을 감싸니 / 濕翠似裹身
낮에 가도 밤인가 의심되누나 / 晝行復疑夜
자리 깔아 무엇하리 조촐한 이끼 / 淨苔當舖席
개와(蓋瓦)와 마찬가지 둥그런 솔은 / 圓松敵覆瓦
예전에는 조잘대던 집시락물이 / 簷溜昔啁啾
이제 와선 대아의 소리 듣는 듯 / 如今聽大雅
산 마음이 정히도 숙연해지니 / 山心正肅然
지저귀는 소리 없네 온갖 새들도 / 鳥雀無喧者
원컨대 이 소리를 가지고 가서 / 願將此聲歸
저 야속한 무리들을 깨우쳤으면 / 砭彼俗而野
저녁 구름 갑자기 먹이 퍼지니 / 夕雲忽潑墨
그대더러 시의 뜻을 그리란 걸세 / 敎君詩意寫

조군 추재농서잡영 뒤에 제하다[題趙君秋齋隴西雜咏後]

 

그대 시는 늙마에 또 격을 이루니 / 君詩老更成
두보 늙은이 시를 얻어왔구먼 / 得於杜老詩
더욱이 근래에 겪은 일들은 / 邇來所遭逢
한마디로 두보와 같지 않은가 / 一與杜似之
두로가 기주에서 노닐던 해는 / 杜老夔州年
그대 바로 농서에 있을 때로세 / 卽君隴西時
세월은 장한 마음 소모해가고 / 歲月耗壯心
간과는 얽히어라 흩은 생각에 / 干戈紆閒思
가슴속에 쌓아 기른 옛날 포부를 / 胸中舊儲蓄
고개 숙여 문사로 향해 나가니 / 低首向文詞
서녘 하늘 대지르는 붓 무지개에 / 筆虹觸西天
제아무리 사기란들 어찌하리오 / 妖氛無以爲
이 체는 틀림없는 변아일진대 / 此體是變雅
정성도 이로 좇아 미루어 알 만 / 正聲從可推
문장이란 너나 없이 공평한 물건 / 文章公平物
지체의 높낮음이 관계할쏜가 / 不以地崇卑
황의라 한록이라 대아의 소리 / 皇矣與旱麓
그대의 재주로서 왜 못 좇겠나 / 豈君才未追
그대 시를 누구나 다 읽겠지만 / 世人讀君詩
읽어도 마침내는 알 이 없으리 / 讀之竟莫知

 

직산 사군을 보내다[送稷山使君]

 

위천의 대라서 부러워하며 / 不羨渭川竹
울림의 돌이라서 부러워하리 / 不羨鬱林石
유독 옛
백성만을 부러워하네 / 獨羨舊白城
역력한 옛 자취 하도 많기에 / 歷歷多古蹟
십제 시대 위례의 성이라던가 / 慰禮城十濟
오색의 구름이라
성거산이며 / 聖居雲五色
봉선사에 세워진
홍경의 비는 / 奉先弘慶碑
흑수의 각을 멀리 거슬러갔네 / 遠溯黑水刻
예전에 듣자하니 단전의 게는 / 昔聞丹篆偈
그게 진짜
구양순의 파척이라고 / 是歐陽波磔
오백 년 이전이라 쩌린 이끼는 / 五百年前苔
원기가 쌓이고 쌓여 임리하다네 / 淋漓元氣積
그대 지금 이곳으로 떠나가니 / 君今此中去
묵연이 이야말로 기특하구려 / 墨緣儘奇特
십만의 돈꿰미는 몸에 감아도 / 十萬貫可纏
한 조각 돌은 얻기 어렵고말고 / 一片石難得
비법 전수 번거롭다 생각을 말고 / 煩君傳秘諦
날 위해 척본 하나 시험해 보게 / 爲我試一拓
비바람 묵고 묵은 황폐한 곳에 / 風雨榛荒處
나타나고 숨는 것도 소식 있나니 / 顯晦有消息
내 분명히 알괘라 직산 백성은 / 吾知稷之民
손을 들어 이마에 얹을 거로세 / 擧手欣加額
어진 정사 이 돌에 미쳐가는데 / 仁政及此石
더더구나 일러 무삼 여민 적자야 / 況復黎與赤

 

박군에 차증하여 희롱삼아 그 체를 본받다[次贈朴君 戲效其體]

 

만경이라 한바다 저 물결 보소 / 滄海萬頃波
일작에서 말미암아 많아진 거고 / 始由一勺多
해와 달이 땅보다 더 크다지만 / 日月大於地
까마귀랑 토낀 왜 저리 파사하다지 / 烏兎何婆娑
북극은 온 하늘의 꼭지라며는 / 北極天之蔕
뭇 별들은 천화를 벌여놓았네 / 衆星羅天花
지구가 돈다는 걸 전혀 모르니 / 地旋却不省
허공이 떨어지면 어찌할 건지 / 將奈墜空何
하늘과 땅 안에 사는 뭇 사람들은 / 人生內天地
깜깜한 그 대문만 지나가누나 / 徒向夢夢過
굽은 나문 꺼리나니 곧은 그림자 / 曲木忌直影
해치(獬豸의 성은 본시 사(邪)를 모르네 / 豸性本不阿
아는가 모르는가 선비와 중은 / 知否儒與釋
과가 같지 않다네
훈과 유마냥 / 薰蕕不同科
만년이라 수사의 예전 빛깔이 / 洙泗舊光芒
차츰차츰
축건으로 변해가다니 / 漸渝竺乾家
어느 뉘가
회사의 사람을 위해 / 誰爲繪事人
소공을 뒤에 하라 가르칠 건고
/ 素功敎後加
그대 재주 천연의 미를 갖추어 / 君才具天美
꿈속에 오색 노을 마셨나 보네 / 夢吸五色霞

 

서서차운[西澨次韻] 4수

 

강호라 기이한 선비 많으니 / 江湖多奇士
쌍남이 죄다 모인 석진이로세 / 席珍盡雙南
저렇듯한 서서의 손님이 있어 / 有箇西澨客
옛사람 모습에다 옛사람 마음 / 古貌又古心
문장마저
조화를 잡아돌리어 / 文章運玄宰
바다 가른
금시(金翅)를 일으켰구려 / 拈起劈海金
기림엔 모두 다 상서 꽃이요 / 琪林皆서卉
주모라 범속한 새가 아닐세 / 珠毛非俗禽瑞
평생에 밝은 달을 한아름 안고 / 平生抱明月
삼 년이나 화금을 문질렀다오 / 三載摩華衿
가정의 젓대 가락 가련도 해라 / 可憐柯亭笛
어느 뉘
찬하 소리 분별하리오 / 誰辨爨下音

오색이란 본래부터 정한 게 없어 / 五色本無定
가마귀 희어지고 백로 검다네 / 烏白而鵠黔
승척에 맞추어라 그릇과 수레 / 器車叶繩尺
뒤틀리면 숲 속에 내버리거든 / 委曲棄中林
우륵의 가락만을 찾을 뿐이지 / 但覓于勒調
운화의 거문고를 어찌 알쏜가 / 寧識雲和琴
천연에서 솟아나는 그대의 시는 / 君詩出天然
영한 소리
구림을 울려대누나 / 靈籟響球琳
외로이 간 조예를 뉘라 말리리 / 孤詣若不禁
정 깊은 그곳으로 쏠려갈 따름 / 一往情所深
때로 와서
기이한 글자 물으니 / 時來問奇字
그대는 세상 마음 아니로구려 / 知君不世心

좋은 옥은 누구나 다 쪼고픈 심정 / 良玉同琢情
누에 실은 스스로 뽑아낼 생각 / 蠶絲自抽思
어쩌길래 혼자서 애를 썩히어 / 奈何獨自苦
고요하면 마시고 동하면 뿜지 / 靜吸而動噓
큰 길이 하늘마냥 넓고 넓은데 / 大道如靑天
구절판(九折坂)의 수레를 왜 타는 건가 / 還御九折車
교환의 공교함을 따르지 않고 / 不隨巧宦巧
우곡의 우만을 달게 여기네 / 但甘愚谷愚
그런가 않은가 저 학울음소리 / 然否鳴鶴音
구고에 있어도 하늘에 들려 / 聞天在九皐

시의 증은
하수 건넌 코끼리라면 / 詩證渡河象
글씨는
하늘 가는 황곡 본떴네 / 書仿摩天鵠
다만 저
조나 회는 부끄러울 뿐 / 但媿曹與檜
병거가 나라 모양 못 이뤘거던 / 兵車不成國
여산게(廬山偈)는 예전의 꿈을 되찾고 / 廬偈覓前夢
기럭발톱 묵은 자취 거슬러가네 / 鴻泥溯舊迹
매화는 겨울 마음 그리워하고 / 梅花耿冬心
온갖 꽃은 봄빛에 드설레누나 / 百卉競春曄
소호가락 구름 뫼에 가득찼으니 / 韶頀滿雲山
성의 자연 구학이 만족하다오 / 性天足邱壑
팽성의 묘한 법이 홀로 기쁘니 / 獨喜彭城妙
일파
의 대가 되려 여기 있다오 / 還有一派竹

☞.쌍남 : 한 쌍의 남금(南金)을 말함. 두보 시에 “袞職曾無一補 許身愧比雙南金”에서 나온 말임.
☞.석진 : 유자(儒者)의 학덕을 석상(席上)의 진품(珍品)에 비유한 것. 《예기(禮記)》 유행(儒行)에 “儒有席上之珍 以待聘”이라 하였음.
☞.조화[玄宰] : 진재(眞宰)와 같은 말임.
☞.금시(金翅) : 고대 인도(印度)의 괴조(怪鳥)로서 범어(梵語)로는 가유라(迦留羅)인데 구역에는 금시조요 신역(新譯)에는 묘시조(妙翅鳥)이다. 천룡팔부(天龍八部)의 하나인데 그 새의 두 날개는 서로의 거리가 삼백 삼십 육만 리라 한다. 그 새가 용을 잡아먹고 살므로 용은 항상 두려워하여 열뢰(烈惱)를 품고 있는데 오직 아유달용(阿耨達龍)만 두려움이 없다 함.《法苑珠林》
☞.가정의 젓대 가락 : 한 나라의 채옹(蔡邕)이 일찍이 회계(會稽) 가정(柯亭)을 지나면서 집 동쪽 십육연(十六椽)의 대를 보고서 취하여 젓대를 만들었는데 과연 기이한 소리가 났다. 그 뒤에 진(晉)나라 환이(桓伊)가 얻어 항상 자신이 보존하고 불었다고 함. 《通考》
☞.찬하 소리 : 찬하는 초미금(炒尾琴)을 말함.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오(吳) 나라 사람이 오동나무로 불을 때는 자가 있었는데 채옹이 불타는 소리를 듣고 그것이 좋은 재목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청하여 그것으로 거문고를 만드니 과연 아름다운 소리가 났는데 꼬리 부분에 타다 남은 흔적이 있었으며 이를 당시 사람들이 초미금이라 불렀다.” 하였음.
☞.우륵 : 가야금을 만든 신라의 악사임.
☞.운화 : 거문고 이름. 《주례(周禮)》 대사악(大司樂)에 “운화의 금슬(琴瑟)”이란 대문이 보이는데, 그 주석에 운화는 산 이름이라 하였음. 《통고(通考)》에는 “거문고 머리에 구름형상을 만들었으므로 그로 인하여 이름된 것이고 《주례》의 운화는 아니다.”고 하였음.
☞.구림 : 아름다운 옥을 말함. 《서경(書經)》 우공(禹貢)에 “厥貢惟球琳琅玕”이란 대문이 있음.
☞.기이한 글자 : 한 나라 양웅(揚雄)이 현정(玄亭)에 은거하였는데 가끔 사람들이 술을 싣고 와서 기자(奇字)를 물었다고 함.
☞.구절판(九折坂) : 중국 사천성(四川省) 영경현(榮經縣) 서쪽에 있는데 산길이 아주 험하여 오르는 자는 회곡(廻曲)하여 아홉 번 접어들어야 마침내 오르게 된다고 함.
☞.교환 : 벼슬하는 자가 줄을 잘 타는 것을 이름.《진서(晉書)》 반악전(潘岳傳)에 보임.
☞.우곡 : 우공곡(愚公谷)을 이름.
☞.구고 : 지하 구층 언덕의 밑을 말함. 《시경(詩經)》 소아(小雅) 악명(鶴鳴)에 “鶴鳴于九皐 聲聞于天”이라 하였음. 이는 실상이 있으면 아무리 숨어있어도 이름이 드러난다는 뜻임.
☞.하수 건넌 코끼리 : 하수를 건너는 향상(香象)을 이름. 《열반경(涅槃經)》에 “저 급히 흘러가는 하수에 능히 코끼리가 떠가는 것 같다.[如彼駃河 能漂香象]”하였고, 《전등록(傳燈錄)》에는 “부처 곁에 함께 있어 듣고 이야기한 똑같은 법에도 증(證)한 바가 천심이 있어 비하자면 토끼ㆍ말ㆍ코끼리 세 짐승이 하수를 건너는데 토끼는 건너면 뜨고 말은 절반이 빠지고 코끼리는 철저히 흐름을 끊고 가는 것과 같다.”라 하였음. 문자를 철저히 평하는 데 인용하여 씀.
☞.하늘 가는 황곡 : 운필(運筆)의 태도를 말한 것임.
☞.조나 회 : 춘추 시대 제후국 중 가장 빈약한 나라들임.
☞.기럭발톱 묵은 자취 : 홍니(鴻泥)는 설리홍조(雪裏鴻爪)의 약칭인데 행종(行蹤)이 정처 없이 우연히 서로 만난 것을 이름. 소식의 화자유민지회구시(和子由澠池懷舊詩)에 “人生到處知何事 應是飛鴻蹈雪泥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라 하였음.
☞.소호 : 악(樂)의 이름인데 은탕(殷湯)의 소작임. 대호(大濩)라고도 함.
☞.팽성의 …… 일파 : 소식의 말에 “吾墨竹一派 近在彭城”이라 하였음.

北園初夏

 

천기 한창 매실을 익히노라니 / 天氣正熟梅
흐리다 개다 모두 참이 아닐레 / 陰晴摠不眞
한 자쯤 드러낸 가까운 봉엔 / 近峯一圭出
비구름 자주자주 왔다가누나 / 雨雲還往頻
푸른 그늘 갓과 옷에 어울려드니 / 綠陰合巾裾
노래하는 저 꾀꼬리 친할 것마냥 / 啼鶯如可親
장미가 찔레꽃에 섞이었으니 / 玟瑰雜刺桐
붉고 희어 남은 봄을 드러내누나 / 紅白表餘春
서로 와서
청하의 짝을 맺으니 / 來結靑霞侶
이로부터 방두의 몸이로구려 / 自是芳杜身

☞.청하 : 江淹의 恨賦에 “鬱靑霞之奇意”가 있는데, 善注에 “靑霞奇意는 뜻이 높음을 말한다.” 하였

 

봄날 북엄 인가의 언송(偃松) 아래 동인이 적게 모이다[春日北崦人家偃松下 同人小集]


동파옹 언개권을 생각해보면 / 坡公偃蓋卷
진작 이를 임한 게 아니었던가 / 無乃此曾臨
전반산에 들은 거나 마찬가진데 / 如入田盤山
사자림을 찾아서 무엇할 건고 / 何有獅子林
복령 지초 응당 아래 맺었을 게고 / 苓芝應下結
구름 안개 가끔 위로 찾아든다네 / 雲嵐時上侵
밀물을 듣는 듯한 그윽한 소리 / 幽籟如聞潮
재목 좋아 거문고에 꼭 맞겠구만 / 良材可中琴
천취에 만록마저 첩지었으니 / 千翠疊萬綠
홍색 자색 부질없이 얕고 깊어라 / 紅紫漫淺深
세한의 뜻을 들어 힘쓴다면은 / 勗之歲寒意
백 붕의 금에 비할 뿐만 아닐세 / 不啻百朋金

소화에게 창려증무본운을 사용하여 기증하다[寄呈小華 用昌黎贈無本韻]


소화는 그야말로 시에 웅하여 / 小華雄於詩
붓을 잡으면 날로 담이 부푸네 / 執筆日膽膽
굳은 성을 높다랗게 쌓아올렸으니 / 屹然樹堅城
어느 뉘 감히 에워 공격하리오 / 環攻果孰敢
두보라 한유 같은 대장의 기를 / 杜韓大將旗
가끔 가끔 한 손에 거둬 쥐기도 / 往往一手攬
깊이 들 땐 좁은 목도 아랑곳없고 / 深入藐阻隘
함한 곳 가릴세라 끝까지 쫓네 / 窮追到坎窞
옛사람을 보자도 보지 못하니 / 古人不可見
명막이 고개 응당 끄덕이리라 / 冥漠首應頷
허덕이던 지난살이 절로 펴지니 / 汨沒自然伸
무엇하려
감명(噉名)에 일삼으리까 / 聲名那須噉
문조(文藻)를 풀어낼 땐 바람이 불고 / 文藻風謖謖
사치(詞致)를 일으킬 젠 구름 퍼지네 / 興詞雲黮黮
갉고 파면 골수가 드러나뵈고 / 剔摧見筋髓
호흡할 젠 참담 평화 뒤바뀌누나 / 噓吸變舒慘
의 넓어라 정으로써 조였다면은 / 義博約以精
기 성해라 담박으로 거둬들였네 / 氣盛斂於澹
아롱무늬 찬란한 옛 비단이요 / 斑駮古錦繡
맑은 향기 감도는 새가을 연꽃 / 芬馥秋菡萏
현상에 물들여진 단풍숲에다 / 玄霜徂楓桕
하얀 이슬 뒤덮인 가담이로세 / 白露被葭菼
더더구나 근사한 유자의 말은 / 庶幾儒者言
사람들께 느낌을 일으킬 만해 / 使人可興感
나는 읽어 한 책을 마치기 전에 / 我讀未終卷
즐기기를 옛사람
창잠 즐기듯 / 嗜之若昌歜
비로소 깨달았네 부염 숭상은 / 始悟事浮艶
휘날리는 낙화나 같다는 것을 / 秪同落花糝
성명에는 가벼운 수답이 없고 / 盛名無輕酬
경에 들려면 험(險)을 거쳐야 하네 / 涉境貴勞坎
헛된 기운 쓸어내지 못할 바에는 / 虛氣不刊落
일찌감치
연참을 폐해 버려야 / 不如廢鉛槧
제 뱃속에 정영이 든 게 없으면 / 實腹無精英
부질없이 신음하며 침만 흘릴 뿐 / 流涎徒頷顑
마음 굳혀 스스로 각려를 하고 / 鞭心自刻礪
가참으로 호되게 다스려 가면 / 痛繩務苛憯
오늘에는 삼사를 피하겠지만 / 三舍今且避
외론 군사 끝내는 성(城)을 흔들걸 / 孤軍終思撼
이 시로 애오라지 스승을 대신 / 此詩聊致師
강사는 아니봐도 족하고말고 / 强詞不足覽

[주C-001]소화에게 창려증무본 : 소화는 이광문(李光文)의 호. 자는 경박(景博)이고 우봉인(牛峯人)으로 벼슬은 이조 판서임. 창려는 한유(韓愈)이고 무본은 가도(賈島)임.
[주D-001]명막 : 명막군(冥漠君)인데 묘 앞의 망주석을 말함.
[주D-002]감명(噉名) : 명예 구하기를 주린 사람이 음식을 구하듯이 함을 이름.
[주D-003]창잠 : 창포(昌蒲)로 담근 김치. 황정견(黃庭堅)의 발서덕수초서(跋徐德修草書)에 “德修之嗜吾書 與楚文之昌歜 屈到之芰 點也之羊棗 何異哉”라 하였다. 또 육 유(陸游)의 시에 “尙有愛書心 還若嗜昌歜”이라는 구가 있음.
[주D-004]연참 : 옛사람의 문자 기록하는 기구임. 연은 쓰는 것이고 참은 목판(木板)임. 《서경잡기(西京雜記)》에 “揚雄懷鉛提槧 從諸計吏 訪殊方絶俗之語 作方言”이라 하였음.
 

등석의 연구[燈夕聯句]

 

묘일(卯日)이라 입증한 부처의 생신 / 佛辰徵日卯
항요는 광명을 거두었구려 / 恒曜歛煜霅
이형(而亨)
팔관은 고려 풍속 답습을 했고 / 八關麗風襲
구화등(九華燈)은 한의 제도 어울렸나니 / 九華漢制合
시현(時顯)
채팽창음보다 먼저라면은 / 棚彩先菖飮
화수답청놀이 뒤가 되누나 / 樹火殿靑踏
화지(和之)
장엄할사 시방(十方) 세계 나타났다면 / 莊嚴現十界
공양은 일천 설을 가득 채웠네 / 供養彌千臘
희경(羲卿)
횃불이 줄을 연한 당성도 같고 / 炬訝唐城連
붉은 깃발 둘러라 조벽 놀라네 / 幟驚趙壁匝
경선(景先)
영의 반포 아닌데도 일제히 닫고 / 齊趁令匪頒
등급을 가릴세라 맞춰 오르네 / 踵升等不擸
원춘(元春)
밝음을 함께 하여 떼로 나가고 / 同明或旅進
앞을 갈음하여 빈에 답례하는 듯 / 迭前類賓答
형(亨)
세운 깃대 흔들려 나풀거리고 / 豎幢震婆娑
포개진 종 두들겨도 소리 나잖네 / 累鍾啞鐺鎝
현(顯)
옥 무지개 만 우물에 날아오르고 / 玉虹騰萬井
금 등잔 일천 집에 솟아나누나 / 金釭出千閤
화(和)
푸른 죽순 어울려 쭝긋도 한데 / 翠筍交巑岏
구슬 열매 다닥다닥 서로 다투네 / 珠實競複沓
희(羲)
단금(斷金)을 입증하는 마음에 마음 / 心心証金斷
합잠(盍簪)을 점쳤어라 머리에 머리 / 頭頭筮簪盍
선(先)
등성 탄 게 아니로되 우뚝히 솟고 / 竦出非緣脊
패인 데를 따라가니 낮아보이네 / 低視應從塌
춘(春)
기괄은 교묘해라 바로 곧
인선 / 機栝巧麟楦
그림 채색
시흡이 열지었구려 / 畵采列兕韐
형(亨)
지게마다 구슬 쥐니 재주 놀랍고 / 驚才戶珠握
어리석음 비웃어라
화택 둘렀네 / 哂癡火宅匼
현(顯)
하 밝으니 밤낮을 가릴 게 없고 / 晢無卜晝夜
번성하니 스물 설흔 헤기 어렵네 / 繁難計卄卅
화(和)
먼 돈대 낡은 봉화 부끄러워라 / 殘燧耻遠墩
높은 탑의 뭇 방울 비교해 보세 / 群鐸較高塔
희(羲)
상휘는 일천 꽃이 흩어지는데 / 祥輝散千華
보광은 백납으로 말미암누나 / 普光由百衲
선(先)
기를 다투어 때로 번쩍거리니 / 爭奇轉時閃
답싸인 좁은 곳도 싫지를 않네 / 不厭競處闒
춘(春) ○이 아래는 운(韻)만 있고 시는 없음.

[주D-001]항요 : 항성(恒星)을 말함.
[주D-002]팔관 : 팔관재(八關齋)의 약칭. 부처를 받드는 자가 갖는 재로서 남조(南朝) 때에 성행히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 성행하였음.
[주D-003]채팽 : 공중에 가설하여 아래를 가리는 것을 이름.
[주D-004]창음 : 단오(端午). 단오에 창포를 마시므로 이름.
[주D-005]화수 : 등불의 빛이 성한 것을 말함.
[주D-006]답청 : 삼월 삼일을 말함.
[주D-007]붉은 …… 놀라네 : 《통감(通鑑)》에 “한신(韓信)이 조(趙)와 싸울 적에 한신의 기병(騎兵) 2천 명이 조의 벽(壁 : 진영)으로 달려가 조의 기를 뽑고 한(漢)의 적치(赤幟)를 세워놓으니 조군이 돌아오다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 어지러워져 패하였다.” 하였음.
[주D-008]단금(斷金) :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의 “二人同心 其利斷金”에서 나온 것으로 두 사람의 우정이 금속을 끊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것임.
[주D-009]합잠(盍簪) : 《주역(周易)》 예(豫)에 “朋盍簪”이 있는데, 주석에 “합은 합친다는 뜻이고 잠은 빠르다는 뜻으로 모든 벗이 동시에 빨리 온다는 것이다.” 하였음.
[주D-010]인선 : 기린선(麒麟楦)을 이름. 《조야첨재(朝野僉載)》에 “지금 기린선을 놀리는 자는 그 형상을 수식하여 나귀 위에 덮어놓으면 완연히 다른 물건으로 되지만 그 껍질을 벗기면 도리어 나귀 그대로이다.” 하였다. 당 나라 양형(楊炯)이 항상 조사(朝士)들을 기린선이라고 불렀는데 덕이 없이 외관만 꾸미는 것을 말함.
[주D-011]시흡 : 물소 가죽에 붉게 물들인 군복
[주D-012]화택 : 불가의 말인데 《법화경(法華經)》 비유품(譬喩品)에 “삼계에 편안함이 없어 오히려 화택과 같다.[三界無安 猶如火宅]” 하였다. 여기서는 등석(燈夕)의 광경을 형용하여 이른 것임.
 

관서에 노니는 심호장인을 보내면서[送心湖丈人 遊關西]

 

사 태부 정을 상하던 날이라면은 / 謝傅傷情日
강랑이 부를 짓던 그해로구려 / 江郞作賦年
매화는 담담하여 꿈만 같은데 / 梅花淡如夢
옛 친구들 속절없이 서글프기만 / 舊雨空悵然
아스리 추억해라
진루의 달에 / 遙憶秦樓月
퉁소소리 바다 하늘 길게 뻗쳤네 / 簫聲咽海天
그대는 가면 고작 즐겁겠지만 / 君去卽歡樂
우리들은 도리어 슬프게 여겨 / 吾輩還自憐
가는 세월 아끼어 힘을 다하고 / 努力愛歲華
설도잔을 나누어 부쳐주소서 / 分寄薛濤箋

[주D-001]사 태부 : 진(晉) 나라 사안(謝安)은 양하(陽夏) 사람으로, 자는 안석(安石)인데 벼슬이 상서복야(尙書僕射)로 태보(太保)에 이르렀음. 태부를 증직하여 세상에서 사 태부라 칭함.
[주D-002]강랑 : 남조(南朝) 고성(考城) 사람 강엄(江淹)인데 자는 문통(文通)이고 벼슬은 금자광록대부(金紫光祿大夫)에 이르렀으며, 예릉후(醴陵侯)에 봉해졌다. 소시적부터 문예(文譽)가 있었으며 유명한 한부(恨賦)를 지었음.
[주D-003]옛 친구[舊雨] : ‘雨’는 ‘友’와 동음이므로 벗의 뜻으로 씀. 두보의 시소서(詩小序)에 “尋常車馬之客 舊友來 今雨不來”라고 하였음.
[주D-004]진루의 달 : 진 목공(秦穆公)의 딸 농옥(弄玉)이 달 아래서 퉁소를 불다가 자봉(紫鳳)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를 사용한 것임. 이 때 심호(心湖)가 상배(喪配)한 일이 있는 듯함.
[주D-005]설도잔 : 설도는 촉(蜀) 나라의 명기(名妓)로서 뒤에 교서(校書)가 되어 설 교서라고도 하는데 원미지(元微之)와 서로 좋아하였음. 《촉잔보(蜀箋譜)》에 “설도가 백화담(百花潭)에 교거(僑居)하면서 심홍소채잔(深紅小采箋)을 만들어 쓰고 읊었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것을 설도잔이라 하였다.”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