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仲秋節

solpee 2010. 9. 17. 06:25

題李凝幽居...
                            賈   島 
閑居少隣幷

草徑入荒園
烏宿池邊樹
敲(推)月下門
過橋分野色
移石動雲根
暫去還來此

幽期不負言

 

☞.韓愈에게 검토하여 推를 敲로 바꾼다. 이후 推와 敲를 모두 수정문구로 지칭되었다.

 

새벽에 구름이 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이 시를 짓다.

                                       牧隱 李穡

일찍 일어나 바라보니 구름은 북으로 가는데 / 早起望雲雲向北
햇빛이 완전히 가려져 하늘은 칠흑과 같네 / 日光不漏天沈黑
중추절의 밝은 달은 이미 지나갔거니와 / 中秋明月亦已過
중구일의 국화는 아직 피지를 못했으니 / 重九黃花開不得
모자 떨구고 읊조림은 미리 걱정할 것 없으나 / 落帽高吟莫預憂
누각 기댄 긴 젓대는 지금 멀어져 버렸네 / 倚樓長笛今懸隔
눈앞의 벼농사는 반쯤이나 누레졌는데 / 眼前禾稼半黃雲
쓰러져 엎치락뒤치락한 걸 차마 못 보겠네 / 忍見欹斜仍反側
가는 줄기 긴 이삭이 스스로 서로 부지해 / 纖莖長穟自相扶
그런대로 비바람을 견디는 힘이 있긴 하나 / 耐風耐雨猶有力
원구와 태실의 제수는 제때에 향기롭고 / 圓丘太室臭亶時
선부는 옥 같은 밥을 양궁에 제공하련만 / 膳夫兩宮供玉食
백성들은 쌀이 적으니 참으로 가련하구나 / 民間米少誠可哀
네가 힘을 안 쓴 건가 귀신이 복을 안 준 건가 / 汝不力耶神不福
내 지금 노래 지으니 마음 몹시 슬프구나 / 我今作歌心惻惻

☞.모자 떨구고 읊조림 : 뛰어난 풍류를 뜻한다. 진(晉)나라 때 맹가(孟嘉)가 정서장군(征西將軍) 환온(桓溫)의 참군(參軍)으로 있던 중, 중구일(重九日)에 환온이 막료(幕僚)들을 모두 거느리고 용산(龍山)에서 연회(宴會)를 베풀었을 때, 마침 바람이 불어 맹가의 모자가 날려 땅에 떨어졌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자, 맹가가 변소에 간 틈을 타서 환온이 손성(孫盛)을 시켜 글을 지어서 맹가를 조롱하게 했더니, 맹가가 돌아와서 보고는 즉시 글을 지어 답했는데, 그 글이 매우 아름다워서 온 좌중이 감탄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누각 …… 젓대 : 당나라 시인 조하(趙嘏)의 〈추석(秋夕)〉 시에, “남은 별 두어 점 아랜 기러기 변새를 가로지르고, 긴 젓대 한 소리엔 사람이 누각을 기대었네.[殘星數點鴈橫塞 長笛一聲人倚樓]” 한 데서 온 말이다.
☞.원구(圓丘)와 태실(太室) : 원구는 하늘에 제사 지내는 원형(圓形)의 제단(祭壇)을 말하고, 태실은 종묘(宗廟)를 가리킨다.
☞.선부(膳夫) : 옛날에 궁중의 음식을 관장했던 사람이다.

 

추석에 시골 마을의 풍속을 기록하다[秋夕鄕村紀俗]

                                                    谿谷 張維

갠 날씨에 시골 마을 즐거워서 들레어라 / 晴日鄕村樂意譁
가을 동산의 풍미는 과시할 만도 하구려 / 秋園風味向堪誇
지붕엔 넝쿨 말라서 박통이 드러났고 / 枯藤野屋瓜身露
언덕엔 병든 잎새에 밤송이 떡 벌어졌네 / 病葉山坡栗腹呀
술잔만 마시면서 좋은 잔치 맞이하고 / 單把酒杯當勝宴
시구는 전혀 없이 이웃집에 모이기도 / 絶無詩句聚隣家
슬퍼라, 쇠질 때문에 밤 뱃놀이 못하여 / 自嗟衰疾妨宵泛
달빛 아래 출렁이는 금물결을 구경 못하네 / 辜負金鱗漾月華

9월 15일 밤에 〈중추절〉의 운을 써서 시를 짓다

                                                       稼亭 李穀

오늘 밤에는 나도 모르게 감회가 일어나서 / 遇物興懷不自知
한가로이 달 아래 거닐며 앞 시에 화운하네 / 婆娑步月和前詩
의연히 만리에 똑같이 비치는 보름달 밤 / 依然萬里同光夜
흡사 중추에 그림자 대하던 때와 같네 / 政似中秋對影時
오경에 명월이 못 가게 붙잡을 수 없어 / 五鼓難留淸景駐
한 동이 술을 오직 고인과 기약했다오 / 一尊唯與故人期
오늘 밤 이러하니 어찌 말이 없으리오 / 今宵如此寧無語
이 책임을 우리들이 면할 수 없으리라 / 此責吾曹安可辭

☞.중추절(仲秋節) : 제16권에 실린 〈중추절에 달을 구경하며〉 시를 말한다.

 

중추절(仲秋節) 하루 전날에 유항(柳巷)에게 증정하다.

                                                  牧隱 李穡

눈 들어 맑은 하늘 보니 정말 흐뭇한데 / 目送晴天喜氣多
모르겠네 내일도 정녕 하늘이 맑아 줄지 / 不知來日定如何
노년의 소망은 명절에나 술잔 주고받는 것 / 老年祗在酬佳節
가을 달도 은빛 물결 감상하도록 해 줘야지 / 秋月還須賞素波
만리 관산의 아들 소식 부모들 애를 태우면서 / 萬里關山愁客子
오경의 바람과 이슬 속에 항아에게 물어보리 / 五更風露問姮娥
지척에 있는 서쪽 이웃 높은 누대에 오르도록 / 西隣咫尺高樓在
선생이 매번 허락해 주시니 얼마나 행운인고 / 每幸先生許我過

 

중추절(仲秋節)에 법왕사(法王寺)에서 달을 구경하다.

                                                      陽村 權近

하얀 달 바다에 솟아오르니 / 華月溶溶湧海隅
구름 없는 가을 하늘 물과 같구나 / 秋空如水片雲無
숲 사이
금개구리 싸늘도 한데 / 林間乍見金蛙冷
계수 아래 옥토끼는 외롭네그려 / 柱下遙憐玉兔孤
상쾌한 기운은 안상에 배고 / 爽氣凌凌侵几案
맑은 빛은 술동이에 비추누나 / 淸輝的的照尊壺
이 가운데 여산의 원대사(遠大師) 있어 / 就中賴有廬山遠
도 잠을 권키 위해 술 계속 사네
/ 爲勸陶潛酒續酷

달빛이 발을 뚫고 자리로 들어오니 / 月色窺簾入坐隅
향 타는 서탑에 먼지 한 점 없구려 / 焚香書榻一塵無
오늘 저녁 이야기 잠이야 어찌 자리 / 晤言今夕那堪睡
좋은 때 즐거운 일 저버려선 아니되오 / 樂事良辰不可孤
온 절이 휘영청 은세계(銀世界)가 여기런가 / 梵宇炯如銀作界
중의 가슴 맑아라 옥병이 트인 듯이 / 僧懷淸似玉爲壺
즐거운 이 마당 술 행여나 마를세라 / 歡娛却恐尊醪盡
이웃집에 물어서 밤에 또 사와야지 / 爲問隣家入夜酤

☞.금개구리[金蛙] : 달의 별칭. 상고 시대 후예(后羿)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서왕모(西王母)의 선약(仙藥)을 훔쳐가지고 월궁(月宮)에 달아나 두꺼비[蟾蜍]가 되었다는 전설에 의하여 달을 섬여(蟾蜍)ㆍ항아ㆍ금섬(金蟾)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 가운데……사네 : 여산(廬山)은 중국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에 있는 명산(名山). 원대사(遠大師)는 혜원법사(慧遠法師)를 가리킨다. 혜원법사는 여산의 호계(虎溪) 동림사(東林寺)에 있으면서 불도(佛徒)인 혜영(慧永)ㆍ혜지(慧持)ㆍ도생(道生), 명유(名儒)인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ㆍ주속지(周續之) 등과 함께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했으며, 명사(名士) 도잠(陶潛)ㆍ육수정(陸修靜) 등과 서로 교유하여 여산의 호계삼소(虎溪三笑)로 유명하였다.


회소곡(會蘇曲)

유리왕(儒理王) 9년에 육부(六部)의 이름을 정하고 둘로 갈라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기 부내(部內)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패를 나누어 7월 보름날부터 매일 일찍 대부(大部)의 뜰에 모여 삼나이[續麻]를 하여 깊은 밤에 파하게 하고 8월 보름날에 이르러 그 일한 것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여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내어 이긴 편에게 사례하기로 하니, 그 때에 노래와 춤과 놀이를 다 하는데, 그것을 ‘가비(嘉俳)’라 이른다. 그 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추며 탄식하되 “회소, 회소(會蘇)”라 하니 그 소리가 애처럽고 아담했다. 뒷사람이 그 소리를 본떠 노래를 지으니, 그 이름이 ‘회소곡’이다.


회소곡, 회소곡 / 會蘇會蘇
서풍이 넓은 뜰에 불어오고 / 西風吹廣庭
밝은 달은 화옥에 가득한데 / 明月滿華屋
왕녀가 윗자리에 앉아 물레를 돌리니 / 王姬壓坐理繅車
육부의 여자들 죽준처럼 모여들었네 / 六部六兒多如簇
네 바구닌 다 차고 내 광우린 비었구나 / 爾筥旣盈我筐空
술잔 들고 야유하며 웃고 서로 놀리네 / 釃酒揶揄笑相謔
한 여자가 탄식하매 천 집에서 권하여 / 一婦嘆千室勸
앉아서 사방이 베짜기를 근면토록 / 坐令四方勤杼柚
가비가 비록 규중의 의범은 잃었지만 / 嘉俳縱失閨中儀
발하 놀이로 왁자지껄 싸움보단 나았네 / 猶勝跋河爭嗃嗃

우식곡(憂息曲)

실성왕(實聖王) 원년에 내물왕(奈勿王)의 아들 말사흔(末斯欣)을 왜국에 볼모를 보내고, 11년에 또 믿희의 형 복해(卜海)를 고구려에 볼모로 보내었다. 눌지왕(訥祗王)이 즉위하자 두 아우가 보고 싶어 변사(辯士)를 구하여 가서 모셔 오게 하려 하니, 사람들이 삽량군(歃良郡)태수(太守) 박제상(朴堤上)을 천거하였다. 터마루가 명(命)을 받고 고구려에 들어가 복 해를 데려오고 나서 또 바다에 떠서 외국에 이르러 외왕을 속여 몰래 말사흔을 돌아오게 하니, 왕이 놀라고 기뻐 육부(六部)를 명하여 멀리 영접하게 하고 상면하자 손을 쥐고 마주 울며 형제들을 모아 주연을 차려 놓고 환오(歡娛)를 극했다. 왕이 스스로 노래를 지어 그 뜻을 표시했는데, 그것을 속칭 ‘우식곡(憂息曲)이라 한다.


상체 꽃이 바람에 불려 부상에 떨어지니 / 常棣華隨風落扶桑
부상 만리 만경창파에 / 扶桑萬里鯨鯢浪
편지를 보내련들 뉘 가져가리 / 縱有音書誰得將
상체 꽃이 바람 따라 계림으로 돌아왔네 / 常棣花隨風返雞林
계림의 봄빛이 쌍궐을 옹위하였으니 / 雞林春色擁雙闕
형제의 기쁜 정이 이렇듯이 깊었구나 / 友于歡情如許深

치술령(鵄述嶺)

박제상(朴堤上)이 고구려에서 돌아오자 처자를 보지 않고 그 길로 왜국으로 향하니, 그 처가 뒤쫓아 밤개[栗浦]에 이르러 보니 남편이 이미 배위에 있는지라. 부르며 크게 울었으되 박제상이 다만 손만을 흔들고 갔다. 박제상이 왜국서 죽은 뒤에 그 처가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여 세 딸을 거느리고 치술령(鵄述嶺)에 올라 왜국을 바라보며 통곡하다가 죽어 인하여 치술령 신모가 되었다.


치술령 위에서 일본을 바라보니 / 鵄述嶺頭望日本
하늘에 맞닿은 바다가 망망도 해라 / 粘天鯨海無涯岸
남편이 갈 때에 흔들던 손 / 良人去時但搖手
살았는가 죽었는가 소식 끊기고 / 生歟死歟音耗斷
영 이별 죽든 살든 언제 다시 만나보리 / 長別離死生寧有相見時
하늘을 부르며 무창돌로 변하였으니 / 呼天便化武昌石
열기가 천년 뒤에도 푸른 공중에 치솟았네 / 烈氣千載干空碧

달도가(怛忉歌)

조지왕(照知王) 10년에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놀러 갔더니, 한 늙은이가 연못 속에서 나와 글을 바치는데, 겉 면(面)에 썼으되, “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펴보면 한 사람이 죽는다.” 했다. 왕이 말하되, 두 사람이 죽느니 차라리 안 펴봄만 못하겠다. 한 사람만이 죽을 뿐이니.” 하니, 일관(日官)이 이르되, “두 사람은 서민(庶民)이요, 한 사람은 왕이옵나이다.” 하매, 왕이 두려워 뜯어 보니 편지 가운데 일렀으되, “거문고 갑(匣)을 쏘라.” 했다. 왕이 궁에 들어가 보니 거문고 갑이 벽에 기대어져 있는지라. 쏘아 거꾸러치니, 그 속에 내전(內殿)분수승(焚修僧)이 있었다. 왕비(王妃)가 끌어들여 정을 통하여 서로 짜고 왕을 죽이려 함이었다. 이에 왕비가 복주(伏誅)되었다. 그 뒤로부터 국속(國俗)에 매년 정월 상전(上展)ㆍ상해(上亥)ㆍ상자(上子)ㆍ상오(上午) 날에는 백사를 거리껴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이를 ‘설날[怛忉日]이라 불렀다. 반드시 이 네 날로 함은 그 때에 마침 까마귀ㆍ쥐ㆍ돼지의 이상한 일이 있었으므로 기사(騎士)를 시켜 쫓아가게 하였다가 인하여 용(龍)을 만났기 때문이다. 또 16일은 까마귀 기일(奇日)이라 찰밥을 지어 제사한다.


섧고 또 설운지고 / 怛怛復忉忉
임금께서 하마터면 보전치 못할 뻔했네 / 大家幾不保
유소장 안에 거문고가 거꾸러지니 / 流蘇帳裏玄鶴倒
어여쁜 왕비가 해로하기 어려웠네 / 揚且之晳難偕老
설워라, 설워라 / 忉怛忉怛
신이 고하지 않았더면 어찌할 뻔했는가 / 神物不告知奈何
신이 고해주어서 국기가 든든했구나 / 神物告兮基圖大

양산가(陽山歌)

김흠운(金歆運)은 내물왕(奈勿王)의 여덟 대 손자인데 젊어서 화랑 문노(文努)의 문하(門下)에 놀았다. 영휘(永徽) 6년에 태종(太宗) 무열왕(武烈王) 이 흠운으로 낭당대각(郞幢大覺)을 삼아 백제를 치게 되어 양산 밑에 진을 쳤다. 백제 편에서 그것을 알고 밤을 타 빨리 몰아 어둠 새벽에 성루(城壘)를 탁 들어도니 아군(我軍)이 경란(警亂)하고 화살이 비오듯했다. 음운이 말을 타고 적군을 기다리니, 종자(從者)가 고삐를 쥐고 후퇴하기를 권하여 흠운이 칼을 빼어 만류하는 자를 치고 드디어 대감 예파(穢破), 소감(少監)적득(狄得)과 함께 적에게 달려가 싸워 몇 사람을 쳐 죽이고 전사했다. 보기당주(步騎幢主) 보용나(寶用那)가 흠운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탄식하여 말하되, “처분은 골품(骨品 신분)이 귀하고 계급이 높은 데도 오히려 절개를 지켜 죽었거든, 하물며 보용나 같은 것은, 살아도 무익하고 죽어도 손해가 있는 자이랴.” 하고, 드디어 적에게 대들어가 죽었다. 그 때 사람들이 ‘양산가’ 를 지어서 슬퍼하였다.


적국이 큰 멧돼지처럼 / 敵國爲封豕
우리 변강을 먹어오는데 / 荐食我邊彊
씩씩할 손 화랑도 / 赳赳花娘徒
나라 위해 몸을 바쳐 딴 생각 없었네 / 報國心靡遑
창을 메고 처자와 영결하고 / 荷戈訣妻子
샘물 마시며 주먹밥을 먹다가 / 嗽泉啖糗糧
적군이 밤에 성루를 무찌르다 / 賦人夜劘壘
의연한 혼이 칼끝에 날았구나 / 毅魂飛劎鋩
양산의 구름을 바라보니 / 回首陽山雲
우뚝우뚝, 무지개가 뻗쳤네 / 矗矗虹蜺光
슬프다, 네 장부여 / 哀哉四丈夫
그대들은 끝내 씩씩한 사나이 / 終是北方强
천추의 구웅이 되어서 / 千秋爲鬼雄
함께 제삿술을 마시는구나 / 相與歆椒漿

대악(碓樂)

백결(百結)선생은 역사에 그 성명을 잃었다. 낭산(狼山) 밑에 사는데, 집이 아주 가난하여 옷이 백 군데나 기워 메추리가 주렁주렁 달린 것 같으므로 그런 별명을 가졌었다. 일찍 영계기(榮啓期)의 인품을 사모하였으며, 거문고를 노 신변에 가지고, 무릇 기쁜 일, 성난 일, 슬픔, 즐거움, 불평한 일들을 모두 거문고로서 폈다. 어느 해 해[歲]가 저물려할 때, 이웃 집에서 곡식 방아를 찧으니, 그의 처가 공이 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남들은 다 곡식이 있는데 우리만 없으니 어떻게 해를 넘길꼬.” 하니, 선생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하기를, “대저 죽고 삶이 명(命)이 있고 부(富)하고 귀함이 하늘에 있어 그 옴을 막을 수 없고, 그 감을 뒤쫓을 수 없나니, 너는 왜 설워하는가. 내가 너를 위하여 공이 소리를 내어 위로하리라.” 하고, 이에 거문고를 쳐 공이 소리를 내니, 세상에서 긴하여 대악(방아타령)이 되었다.


동편 집 방아는 기장과 벼를 찧고 / 東家砧舂黍稻
서편 집 방치는 겨울 옷을 다듬어 / 西家杵搗寒襖
동편 집ㆍ서편 집, 방아ㆍ방치 소리는 / 東家西家砧杵聲
해를 보낼 물자가 넉넉하고 또 넉넉하건만 / 卒歲之資贏復贏
우리 집 움에는 쌀 한 톨이 없고 / 儂家窖乏甔石
우리 집 농에는 명주 한 자도 없네 / 儂家箱無尺帛
노닥노닥 기운 옷, 시래기국 사발 / 懸鶉衣兮藜羹椀
이래도 영계기의 즐거움은 만족하니 / 榮期之樂足飽煖
아내여, 아내여, 걱정을 마소 / 糟妻糟妻莫謾憂
부귀는 하늘에 있거니 억지로 구하리 / 富貴在天那可求
거치른 밤에 물마시고 팔 베고 누웠어도 지극한 맛 있거니 / 曲肱而寢有至味
얼씨구, 나는 양홍, 그대는 맹광, 천생 배필이로세 / 梁鴻孟光眞好逑

황창랑(黃昌郞)

황창랑은 신라 어느 대의 사람인지 모르나, 속설(俗說)에 전하기를, “그가 여덟 살 난 어린애로써 신라왕과 꾀하여 백제에게 분풀이를 하려고 백제 저자에 가서 검춤을 추니 저자 사람들이 담처럼 둘러서서 구경하였다. 백제왕이 듣고 궁중에 불러들여 춤추라 하니, 창랑이 그 자리에서 왕을 찔러 죽였다.” 한다. 후세에 탈을 만들어 그의 모습을 본뜨고 처용무(處容舞)와 함께 놀이에 아울러 행해지나, 사전(史傳)에 상고하면 도무지 그런 기록이 없다 쌍매당(双梅堂 이첨(李詹))은 말하기를, “청랑(淸郞)이 아니요, 기실은 관창(官昌) 와전(訛傳)이라.” 하여, 변(辨)을 지었지마는, 그것도 억칙(臆測)의 설이어서 믿을 수가 없다. 이제 그 춤을 보건대, 빙빙 돌면서 돌아보며 흘겨보며 휙휙 번쩍번쩍, 지금에도 늠름히 아직 생기가 있는데, 그 춤은 절주(節奏)만이 있고 가사(歌詞)가 없기로 아울러 시를 짓는다.

저기 저 사람 아직 어린애 / 若有人兮纔離齠
석 장도 못 되는 키 씩씩도 하네 / 身未三尺何雄驍
평생에 왕기가 내 스승이라 / 平生汪錡我所師
나라 위에 설치하면 여한이 없네 / 爲國雪恥心無憀
목에 칼을 대어도 다리 안 떨리고 / 劒鐔擬頸股不戰
칼이 심장 가리켜도 눈 아니 깜짝 / 劒鍔指心目不搖
공 이루자 휙 춤 마치고 가는 기상 / 功成脫然罷舞去
태산 끼고 북해라도 뛰어 넘을 듯 / 挾山北海猶可超

☞.발하(跋河) : 당나라 중종(中宗)이 시신(侍臣)들에게 줄다리기를 시켰는데 이것이 발하(跋河)라 하는 것이다.
☞.상체(常棣) : 《시경》에 상체화(常棣花)를 형제에게 비유하였다. 그것은 그 꽃이 한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까닭이다.
☞.무창(武昌)돌 : 중국 무창에 망부석(望夫石)이 있는데 그것은 아내가 멀리 간 남편이 돌아오기를 산 위에서 매일 매일 바라다가 나중에는 그만 들이 되었다.
☞.영계기(榮啓期) : 옛날 영계기(榮啓期)란 노인이 가난하여 갈(葛)옷을 입고 새끼로 띠를 하고 즐거워서 노래하고 춤추었다. 물은즉 그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즐겁고, 남자 되었으니 즐겁고, 일찍 죽지 않았으니 즐겁다.” 하였다.
☞.나는 …… 맹광(孟光) : 후한(後漢) 때에 처사 약홍이 아내 맹광이 남편의 뜻을 알아 가난함을 참고 숨어 살았다.
☞.왕기(汪錡) : 춘추 때에 왕기(汪錡)란 동자(童子)가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