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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沐

solpee 2010. 7. 24. 06:46

休暇

                                                 金齊顔

천하가 어지러이 싸움만 일삼거니 / 天下紛紛事鬪爭
백성들은 그 언제나 태평 세월 만나보리 / 黎民何日見昇平
물에 잠긴 연기 속에 초가집이 고요하여 / 水沈煙裏茅堂靜
때때로 등불 돋우며 공명을 그리워하네 / 時復挑燈憶孔明


 

休沐

                                    象邨

우연한 휴가로 한가한 틈 잠시 타서 / 偶緣休沐暫偸閒
서재를 잘 치우고 푸르른 산 대했더니 / 靜掃書齋對碧山
아마도 동군의 소식이 왔나보이 / 知有東君消息至
들창 밖의 산새들이 조잘대고 있네 그려 / 隔窓幽鳥語間關

 

休暇自詠/ 休暇를 얻어 스스로 읊다

                                                              牧隱

성은으로 휴가 내려 편안히 잠을 자고 / 聖恩休沐得安眠
동창에 해 오를 제 초라하게 앉았노니 / 日上東窓坐聳肩
만권당 여는 것은 만년을 기약하거니와 / 萬卷開堂期晚歲
오경 시각 기다리던 당년이 생각나누나 / 五更待漏憶當年
옥룡자의 비기는 제자들이 의탁하고요 / 玉龍書祕憑諸子
높다란 한림원엔 뭇 현인이 모이었네 / 金馬門高集衆賢
나는야 승방 빌려 반 걸상 나눠 앉아서 / 欲乞僧房分半榻
흰 구름 쌓인 속에 폭포 소릴 듣고 싶구나 / 白雲堆裏聽飛泉

달 밝은 한밤중에 썰렁해서 잠 못 이루고 / 月明夜半冷無眠
앉아서 영웅을 손꼽아 어깨를 견주어 보네 / 坐數英雄立比肩
일만 권축 불경은 무한한 세월을 간직하고 / 萬軸貝書包曠劫
한 알 선약은 흐르는 세월을 멎게 하건만 / 一丸仙藥駐流年
보아 넘기고 구구한 힘을 쓰지 않았거니와 / 看來不費區區力
배워야만 개개의 어짊을 비로소 알겠지 / 學了方知箇箇賢
가장 낙천하는 게 참으로 흥미가 있거니 / 最是樂天眞有味
쉴 새 없는 내의 흐름은 깊은 근원에 달렸다네 / 川流不息在淵泉

☞.萬卷堂 : 많은 書籍을 소장한 서재를 말한다.
☞.五更…… 생각하누나 : 百官이 아침 일찍 待漏院으로 나가서 入朝의 시각까지 기다리던 일을 이른 말이다

 
病不赴朝。曉起有作/몸이 아파서 조정에 나가지 못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짓다
 
                                                                     徐居正
동쪽 이웃에선 닭들이 울어대고 / 東鄰鷄啞咿
서쪽 창엔 달빛이 휘영청 밝은데 / 西窓月炯瑩
외로운 나그네 이불 쓰고 앉아서 / 孤客坐擁衾
말없이 속으로만 걱정하던 차에 / 不語心耿耿
이윽고 오경의 북소리 들리더니 / 俄聞五更撾
마차 소리가 도로 가득 들레누나 / 滿路輪蹄譁
분부 내려 휴가를 윤허하셨으니 / 有詔許休暇
다행히 아침 출사의 일은 없지만 / 幸哉無朝衙
게으르고 졸렬한 게 버릇이 되어 / 懶拙已成癖
일어나려도 일어날 수 없는지라 / 欲起還無能
한가로이 허리 다리를 뻗어놓고 / 委蛇散腰脚
성긴 머리털 헝클어진 채 앉았네 / 亂髮疎鬅鬙
아이 불러 정화수 길어오게 하여 / 呼兒汲井華
돌솥에다 새 약을 달이려 하는데 / 石鼎煎新藥
게으른 여종은 기둥 곁에 누워서 / 婢懶臥前楹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졌는지라 / 齁齁睡正熟
세 번이나 불러도 응답이 없으니 / 三叫黙不噟
어리석은 듯 교활한 듯도 하여라 / 似癡還似黠
사방이 소리 없이 적적한 가운데 / 四顧但無聲
귀뚜라미만 무너진 벽에서 울고 / 蟋蟀鳴壞壁
뜰 오동은 바람 이슬에 흔들리어 / 庭梧撼風露
한껏 쓸쓸한 기분을 자아내는데 / 滿意生淒涼
병든 삭신도 이제 다시 소생하여 / 病骨已復醒
가을밤이 긴 것을 약간 깨닫겠네 / 稍覺秋夜長

再用前韻/재차 앞의 운을 사용하다. 6수
 
마음속으로 발원하는 건 바로 보제이거니 / 心如發願是菩提
어찌 《남화》의 제물론을 사용할 게 있으랴 / 何用南華物論齊
붕새는 하늘 높이 구만리를 날아가거니와 / 鵬擧雲霄九萬里
양 잃은 인간 세상엔 길이 얼마나 많던고 / 羊亡人世幾多蹊
공명은 외물의 누라서 몸은 부쳐 삶 같은데 / 功名累物身如寄
운수 속에 스님 찾으니 그림자 홀로 따르네 / 雲水尋僧影獨携
한번 골짝에 들어와 돌아갈 길을 잊어라 / 一入洞中忘去路
유랑의 물색이 사람을 헷갈리게 하누나 / 劉郞物色使人迷


후미진 땅 깊은 산 속에 절이 있는지라 / 地僻山深有梵宮
가을이 오매 흥취가 십분 농후하구려 / 秋來情興十分濃
앉아서는 두실에 허백이 생김을 관찰하고 / 坐觀斗室生虛白
꿈속엔 동화문의 뿌연 먼지 속을 들어가네 / 夢入東華漲軟紅
연사는 당일의 주인을 기꺼이 만났지만 / 蓮社喜逢當日主
호계는 누가 옛사람의 종적을 이을런고 / 虎溪誰繼古人蹤
일숙각이 전생의 인연임을 절로 알괘라 / 自知宿覺前生分
하얀 발과 흰 수염에 도풍이 넘치는구려 / 白足霜髭道有風

연꽃이 홀연히 가을 풍광을 향하는지라 / 芙蕖忽忽向秋光
연못가를 산보하며 석양 바람을 쐬노라니 / 散步池塘納晩涼
술은 백 배도 가능해 이백을 생각하지만 / 酒可百杯思李白
시는 오언을 못 지어 위랑에게 부끄럽네 / 詩非五字愧韋郞
신선 찾아서 낭중법은 물어보고 싶으나 / 求仙擬問囊中法
사람 구제엔 왜 굳이 《주후방》만 기다리랴 / 濟物何須肘後方
원래 이 성조에서 졸렬한 나를 용납했기에 / 自是聖朝容散拙
오운의 궁궐에서 밝은 임금 배알했었네 / 五雲宮闕拜明王

내가 도사를 찾아와서 승방을 알현하니 / 我來訪道謁僧坊
삼생의 소원 맺힌 한 가닥 향이 타오르네 / 一穗三生結願香
흥이 나면 수시로 안탑에 시를 제하고 / 乘興有時題雁塔
글을 읽을 땐 하루 종일 강당에 앉아서 / 讀書終日坐鱣堂
한가히 안자의 고요한 심재를 찾노라니 / 閑尋顔子心齋靜
늙을수록 장생의 태우 광채가 믿겨지네 / 老信莊生泰宇光
영웅 사업 이룰 기회를 반드시 만나리니 / 事業英雄須會遇
와룡이 늘그막에 남양에서 일어날 걸세 / 臥龍晩來起南陽

휴가 얻은 당년에 성상 은혜 흠뻑 입으니 / 休暇當年荷聖恩
청산이 도리어 청운과 서로 막히었는데 / 靑山還與隔靑雲
짹짹거리는 까치는 바람을 점쳐 말하고 / 査査枝鵲占風語
깩깩대는 개구리는 비를 불러 시끄럽네 / 閣閣池蛙讖雨喧
나그네는 밤중에 촛불 켜기를 생각하는데 / 客子中宵思煎燭
상좌 중은 대낮에도 문 닫을 줄을 아누나 / 沙彌淸晝解關門
쑥대강이 때 낀 얼굴은 남이 웃을 테지만 / 蓬頭垢面從人笑
옷 위에 얼룩진 것은 절반이 술자국일세 / 衣上淋漓半酒痕

거울처럼 맑은 물이 파랗게 가둬진 못에 / 鏡面澄澄貯碧流
연꽃이 언뜻 미인의 수줍음을 배운 듯한데 / 荷花乍學美人羞
바람 쐬며 같이 술 마실 나그네는 있으나 / 臨風有客同開酒
달 마주해 함께 뱃놀이할 사람은 없구려 / 對月無人共盪舟
외로운 꿈은 자주 청학동을 찾거니와 / 孤夢屢尋靑鶴洞
돌아갈 마음은 먼저 백구주에 있어라 / 歸心先在白鷗洲
부끄러워라 나는 사방 떠도는 나그네로 / 愧余南北東西客
곧장 스님 따라서 도사 찾아 노니려는 것이 / 直擬從師訪道遊

☞.마음속으로 …… 菩提이거니 : 發願은 佛敎에서 敎法을 열심히 修行하여 반드시 證果에 이르려고 하는 誓願을 말하는데, 단순히 祈願의 뜻으로 쓰이기도 하며, 보제는 불교의 최고 경지인 佛陀 正覺의 智慧를 말한다.
☞.南華의 齊物論 : 《남화》는 《莊子》의 별칭이고, 제물론은 《장자》의 편명으로, 장자의 중심 사상인 즉 平等한 견지에서 萬物을 관찰하는 방식의 論說을 싣고 있다.
☞.붕새는 …… 날아가거니와 : 《장자》 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고 하였다.
☞.양(羊) …… 많던고 : 도망한 羊을 쫓아가다가 갈림길이 많은 데에서 마침내 양을 잃어버리고 탄식만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學問의 방향을 잃어서 眞理를 깨닫지 못하는 데에 비유한다. 《列子 說符》
☞.한번 …… 하누나 : 劉郞은 後漢 때의 劉晨을 가리킨다. 전설에 의하면, 明帝 永平 연간에 유신이 天台山에 들어가 藥草를 캐던 중 길을 잃고 헤매다 仙女를 만나서 그와 同居한 지 반년 만에 자기 집에 돌아와 보니, 시대는 晉代이고 자손은 이미 七代가 지나버렸는데, 그 후 다시 그가 천태산에 들어가 살펴보았으나, 옛 종적은 묘연하여 찾을 길이 없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곧 忍上人이 거주하는 山寺를 佛敎 天台宗의 발상지이기도 한 천태산에 비유하여 이른 말이다.
☞.앉아서는 …… 관찰하고 : 斗室은 아주 작은 방을 말하는데, 《장자》 人間世에, “빈방 안에는 흰빛이 생기고 거기에는 좋은 징조가 깃든다.〔虛室生白 吉祥止止〕”고 한 데서 온 말로, 즉 마음이 淸虛하여 욕심이 없으면 道心이 절로 생겨나는 것을 의미한다.
☞.꿈속엔 …… 들어가네 : 東華門은 百官이 入朝할 때에 출입하던 門名인데, 蘇軾의 薄薄酒 시에서 “서호의 풍월이 동화문의 뿌연 먼지만 못하다.〔西湖風月 不如東華軟紅土〕”라는 前人의 戲語를 인용하여, “은거하여 뜻을 구함엔 의리만을 따를 뿐, 동화문의 먼지나 북창의 바람은 아예 계교치 않네.〔隱居求志義之從 本不計較東華塵土北窓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蓮社는 …… 만났지만 : 연사는 白蓮社의 약칭으로, 東晉 때 여산 東林寺의 高僧 慧遠法師가 당대의 名儒인 陶潛, 陸修靜 등을 초청하여 僧俗이 함께 念佛修行을 할 목적으로 白蓮社를 結成하고 서로 왕래하며 친밀하게 지냈다.
☞.虎溪는 …… 이을런고 : 晉 나라 때 廬山 東林寺의 高僧 慧遠法師가 당시의 名儒인 陶潛, 陸修靜과 노닐다가 그들을 전송할 때, 그들과 서로 의기가 투합한 나머지 이야기에 마음이 팔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虎溪를 건너가 범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세 사람이 서로 大笑했다는 고사가 있다.
☞.一宿覺 : 唐 나라 때의 高僧 玄覺禪師가 六祖인 慧能禪師를 처음 찾아뵈었을 때, 잠시 서로 問答을 나눈 것이 의기가 투합하여 갑자기 道를 깨닫게 되었으므로, 육조가 그에게 하룻밤을 유숙하고 가게 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얀 발〔白足〕 : 後秦 시대 高僧 鳩摩羅什의 제자인 曇始는 발이 얼굴보다 더 흰 데다 아무리 진흙탕 물을 건너도 발이 더럽혀지지 않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그를 白足和尙이라고 칭했던 데서 온 말로, 전하여 高僧을 가리킨다.
☞.술은 …… 생각하지만 : 李白의 將進酒에, “양 삶고 소 잡아서 우선 즐겨나 보자, 응당 하루에 삼백 잔을 마셔야 하고말고.〔烹羊屠牛且爲樂 會須一飮三百杯〕”라고 하였고, 또 襄陽歌에는, “백 년이라 삼만하고도 육천 일 동안에, 날마다 반드시 삼백 배씩을 기울여야지.〔百年三萬六千日 一日須傾三百杯〕”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시는 …… 부끄럽네 : 韋郞은 唐 나라 때 詩人 韋應物을 가리키는데, 白居易가 元稹에게 보낸 편지에 위응물의 五言詩를 가리켜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고 극구 예찬했던 데서 온 말이다. 蘇軾의 觀淨觀堂效韋蘇州詩에, “낙천의 장구 단구시는 삼천 수나 되지만, 도리어 위랑의 오언시를 사랑했었네.〔樂天長短三千首 却愛韋郞五字詩〕”라고 하였다.
☞.신선 …… 싶으나 : 囊中法이란 道家에서 不老長生하기 위해 옥가루를 복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杜甫의 去矣行에, “주머니 속의 옥 먹는 법을 시험하지 못했노니, 내일 아침엔 장차 남전산으로 들어가리라.〔未試囊中飧玉法 明朝且入藍田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肘後方: 晉 나라 때 仙人 葛洪이 撰한 醫書인 《肘後備急方》의 약칭이다.
五雲의 궁궐 : 오운은 五色이 찬란한 瑞雲을 말하는데, 이것이 吉祥의 징조라 하여 흔히 帝王의 居所의 뜻으로 쓰인다.
☞.顔子의 고요한 心齋 : 안자가 일찍이 孔子에게서 마음을 재계하라는 말씀을 듣고 말하기를, “저는 집이 가난하여 술도 마시지 않고 葷菜도 먹지 않은 지가 여러 달이 되었으니, 이만하면 재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것은 祭祀 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가 아니다.” 하므로, 안자가 다시 묻기를, “마음의 재계란 무엇입니까?” 하니, 공자가 이르기를, “너는 뜻을 전일하게 가져서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을 것이며, 마음으로도 듣지 말고 기로써 들어라. 듣는 것은 귀에서 그치고, 마음은 부합하는 데서 그치지만, 기는 텅 빈 것으로 온갖 것을 다 포용하느니라. 오직 도는 텅 빈 데에 모이는 것이니, 텅 빈 것이 바로 마음의 재계인 것이다.〔若一志 無聽之以耳 而聽之以心 無聽之以心 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物者也 唯道集虛 虛者心齋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莊子 人間世》
☞.莊生의 泰宇 광채 : 장생은 莊周를 가리키고, 태우는 마음이 태평한 것을 말한 것으로, 《장자》 庚桑楚에, “마음이 태평하고 안정된 사람은 천연의 광채를 발휘할 수 있고, 천연의 광채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 본연의 참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니, 이런 수양을 한 사람은 항심을 지니게 되는데, 항심을 지닌 사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그에게 친해오며, 하늘이 그를 도와준다.〔宇泰定者 發乎天光 發乎天光者 人見其人 人有修者 乃今有恒 有恒者 人舍之 天助之〕”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臥龍이 …… 걸세 : 와룡은 蜀漢의 徐庶가 일찍이 劉備에게 자기 친구인 南陽의 諸葛亮을 천거하면서 “諸葛孔明은 臥龍이다.”라고 했던 데서 즉 제갈량을 가리키는데, 제갈량은 일찍이 남양의 草廬에 은거하다가 유비의 三顧草廬의 정성에 의해 나가서 촉한의 丞相이 되어 漢室을 興復시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쳤다.
☞.짹짹거리는 …… 말하고 : 古語에 의하면, 까치는 그해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적게 불 것을 미리 알아서, 많이 불 것 같으면 둥지를 낮은 곳에다 짓는다는 데서 온 말이다. 《회남자》 繆稱訓에, “까치의 둥지를 보면 바람이 일 것을 알 수 있다.〔鵲巢知風之所起〕” 하였다.
☞.깩깩대는 …… 시끄럽네 : 비가 오려면 개구리가 떼를 지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을 이른 말이다.
☞.靑鶴洞 : 智異山 속에 있다는 仙境 이름인데, 아직까지 아무도 그곳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白鷗洲 : 백구는 흰 갈매기, 또는 흰 갈매기처럼 번득이는 물결을 비유한 말로, 백구의 물가란 곧 隱居하기 좋은 山水의 한적한 곳을 의미한다

 
贈公碩。邀觀燈/公碩에게 주어 (觀燈하러 오라고 부르다
                                                                      容齋
내일이 바로 고대하던 휴가 날 / 明日是休暇
남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지 / 南山曾有期
등을 구경하며 달 아래 앉고 / 觀燈仍坐月
술잔 잡고서 다시 시를 논하세 / 把酒更論詩
이 즐거움을 저버리지 말지니 / 此樂無相負
흐르는 세월은 뒤쫓을 수 없지 / 流年不可追
술 취해 청학을 따라 춤추면 / 醉隨靑鶴舞
진세의 생각이 홀연히 사라지리 / 塵念忽如遺
 
宿金臺寺。八月初七日/금대사에서 자다. 팔월 초칠일이다[宿金臺寺八月初七日]
                                                               金宗直
우연히 사찰의 경내에 이르니 / 偶到招提境
두류산이 그림 병풍처럼 벌리어 있네 / 頭流列畫屛
서풍은 풍경으로 소리를 내고 / 西風語鈴鐸
남두성은 처마 위에서 자는구나 / 南斗宿簷楹
조용히 새나온 초롱불빛 사랑하고 / 靜愛篝燈吐
그윽히 여울 물소리를 듣노라 / 幽聞石瀨鳴
세속 일의 시달림을 잠시 쉬면서 / 塵勞暫休暇
애오라지 이로써 내 생을 웃노라 / 聊此笑吾生
 
재차 화답한 시[再和]
                                                                  張維
빈 울타리 짹짹대는 허기진 참새떼들 / 啾啾飢雀噪空籬
때는 한낮 산들바람 늦게야 잠을 깼네 / 牛榻風輕睡起遲
약봉지 너저분한 애달픈 병든 거사 / 藥裹自怜居士病
곱디 고운 고인의 시 재차 받았어라 / 華牋重得故人詩
봉황 깃들인 의당에 괜히 끼어 있는 몸 / 議堂集鳳身虛忝
그대야말로 문단의 조룡 기약할 수 있으리라 / 文苑雕龍子可期
쉬는 날 우연히 얼굴 보니 얼마나 기꺼운지 / 休沐過逢眞樂事
못난 사람 태평 시대 만난 것이 다행이오 / 幸將迂拙託淸時

 

☞.봉황 …… 議堂: 淸明한 정치를 펴는 조정이란 뜻이다. “정사가 태평스러우면 봉황이 동산에 모여든다.[其政太平 則鳳集於林菀]”는 말이 있다. 《太平御覽 卷915》
☞.문단의 雕龍 : 뛰어난 문장가를 의미한다. 전국 시대 騶奭이 글을 잘 수식하며 지었으므로 ‘용 무늬를 새기는 듯한 雕龍奭’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史記 孟子荀卿列傳》

 

 

다시 앞의 운을 써서 기옹에게 수답한 시 여섯 수[復用前韻 奉酬畸翁 六首]

오악 찾아보는 일 너무 늦어 유감이라 / 五嶽尋眞恨已遲
천지간에 몸담고서 몇 번이나 생각하였던가 / 側身天地幾含思
청운의 뜻 이룰 그릇 원래 못 되어 / 靑雲器業元非分
백발이 다 되도록 시만 잡고 고생하네 / 白首辛勤只爲詩
중산의 절교서(絶交書)가 오는 것도 당연한 일 / 中散書來應告絶
만용보다 높은 관직 어떻게 걸맞으리 / 曼容官過豈相宜
그래도 나의 뜻 알아 주는 우리 기옹 / 知音賴有畸翁在
시와 술로 정녕코 세모를 함께 보내리라 / 文酒丁寧歲暮期

번지처럼 농사 기술 배었어도 무방한데 / 何妨農圃學樊遲
한창 때에 충분히 생각 못한 게 유감이오 / 恨不當年爛熟思
조정에서 반악처럼 일찍도 센 귀밑머리 / 雲閣早彫潘岳鬢
만년에 부질없이 두릉의 시만 읊고 있소 / 暮途空詠杜陵詩
책 보기도 귀찮아서 던져 버리고 / 殘書總向慵時卷
잠 깬 뒤엔 그저 쓴 차만 입에 대오 / 苦茗偏於睡後宜
서쪽 시내 궁벽진 그대의 집 빼고 나면 / 除却西街幽僻處
말 타고 찾아갈 곳 그 어디 있으리요 / 出門騎馬與誰期

쫓기는 계절의 변화 도시 멈출 줄을 몰라 / 節序相催苦不遲
중방 제결의 때 그윽한 감회 느껴지네 / 衆芳鶗鴂感幽思
아직도 못 올린 삼천 독 문장 / 文章未奏三千牘
풍자하는 백일시를 그 누가 진달할까 / 風刺誰陳百一詩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썰렁한 막다른 길 / 末路凉凉無籍在
좋은 기회 놓쳐버린 위태로운 신세로세 / 危踪落落失便宜
어느 때나 임금 은혜 모두 보답하고 / 何時報答君恩畢
한가한 시간 얻어 숙원을 풀 수 있을런지 / 乞得閒身果夙期

화기로운 태평 시대 어찌 이리도 더디어서 / 玉燭元和何太遲
우리 임금 공연히 노심초사(勞心焦思)하게 하나 / 空勞聖主劇焦思
이 나라에 우국지사 없지도 않은 터에 / 非無憂國忘家士
흉적 없애 복수하는 시를 아직 못 읊다니 / 未賦除兇雪恥詩
오늘날 중책 맡은 자 상책 올려야 마땅하니 / 今日登壇須上策
예로부터 방편으로 오랑캐 달래 왔었다오 / 古來和虜出權宜
모두 떨어진다고 사천이 아뢸 따름이랴 / 司天但奏旄頭落
실제로 오랑캐 조만간 망하리라 / 早晚亡胡會有期

한가한 때 맞는 흥취 어찌 더디게 할까 보냐 / 閑時趁興肯敎遲
남쪽 기슭 이름난 동산 그리워지지 않소 / 南麓名園佳可思
맑은 대자리 성긴 발 멋진 손님 묶어두고 / 淸簟疎簾留勝客
옥 같은 샘물 그윽한 골 새로운 시 솟아나리 / 玉泉丹壑入新詩
시가(市街)와 붙었어도 속진(俗塵)의 내음 하나 없고 / 地連朝市無塵到
수레 소리 끊긴 골목 게으른 자에게 적격이오 / 巷絶輪蹄興懶宜
휴가 얻어 다시 한 번 찾아와 주지 않으려오 / 休沐不妨重命駕
언제 올지 이 늙은이 묻고만 싶소이다 / 老夫還欲問前期

당성의 소식 어찌 이리도 늦은지 / 唐城消息寄來遲
헤어진 뒤 구슬프게 정운시(停雲詩) 읊었노라 / 怊悵停雲別後思
자금장유의 생각 애가 타는데 / 紫禁常懸長孺戀
청산에선 응당 사가의 시 있었으리 / 靑山應有謝家詩
우리의 명성 위협하는 후생들 반갑소만 / 後生不厭聲名逼
말계는 오직 취향이 같아야 어여쁘지 / 末契唯憐臭味宜
곡구자진께서도 생각하고 계시는지 / 谷口子眞還憶否
한 잔 술에 바둑 두며 언제나 흉금 헤쳐 볼까 / 棋樽何日寫心期

☞.五嶽 : 다섯 개의 명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동쪽의 金剛山, 서쪽의 妙香山, 남쪽의 智異山, 북쪽의 白頭山, 중앙의 三角山을 가리킨다.
☞.중산의 絶交書 : 삼국 시대 魏 나라의 中散大夫를 지낸 嵇康이 자신을 그의 후임자로 천거한 字가 巨源인 山濤에게 절교하는 글을 보낸 고사가 있다. 《文選》에 그의 與山巨源絶交書가 실려 있다.
☞.만용보다 높은 관직 : 6백 石보다 높은 職秩을 가리킨다. 漢 나라 邴曼容이 6백 석에 불과한 관직에 몸을 담고 있다가 王莽이 정권을 잡자 고향에 돌아간 고사가 있다. 《漢書 卷72, 卷88》
☞.樊遲 : 공자의 제자로 농사일을 배우기를 청하였다. 《論語 子路》
☞.潘岳 : 晉 나라의 문장가로, 그의 秋興賦에 “余春秋三十有二 始見二毛”라는 말이 있다.
☞.杜陵 : 杜陵에 거하며 杜陵布衣라고 自號했던 唐 나라 시인 杜甫를 가리킨다.
☞.중방 제결의 때 : 온갖 꽃이 시드는 처량한 시절이라는 말이다. 鶗鴂은 두견새로 이 새가 울면 꽃이 시든다고 한다. 《楚辭》 離騷에 “恐鶗鴂之先鳴兮 使百草爲之不芳”이라 하였고, 白居易와 蘇軾의 시에도 각각 “殘芳悲鶗鴂”과 “只恐先春鶗鴂鳴”이라는 표현이 있다. 《白樂天詩集 卷16 東南行 一百韻》 《蘇東坡詩集 卷8 和致仕張郞中春晝》
☞.三千牘 : 임금에게 올리는 장편의 상소문을 말한다. 漢 나라 武帝 때 東方朔이 처음 장안에 들어와 삼천 독의 奏文을 바쳤던 고사가 있다. 《史記 滑稽列傳》
☞.百一詩 : 漢 나라 應璩가 당시의 세태를 준열하게 비판한 풍자시의 篇名이다.
☞.모두 …… 따름이랴 : 천문상으로 오랑캐의 별이 떨어질 뿐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旄頭는 昴宿로 胡星이고, 司天은 觀象監의 별칭이다.
☞.唐城 : 南陽의 옛 이름이다.
☞.停雲詩 : 친구를 생각하는 노래를 말한다. 晉 나라 陶潛의 ‘停雲詩序’에 “停雲思親友也”라 하였다.
☞.紫禁 : 임금이 있는 곳으로 宮廷을 가리킨다.
☞.長孺 : 강직하게 간언을 하여 社稷臣으로 일컬어졌던 漢 나라 汲黯의 字인데, 太子洗馬를 역임했던 급암에 빗대어 왕세자의 사부였던 鄭弘溟을 가리키는 말이다.
☞.謝家 : 南朝 宋의 시인 謝靈運을 가리킨다. 참고로 白居易의 시에 “記得謝家詩 淸和卽此時”라는 표현이 있다. 《白樂天詩後集 卷20 首夏猶淸和聯句》
☞.末契 : 長者와 후배와의 交誼를 말한다.
☞.谷口子眞 : 谷口에서 은거하며 수도하던 漢 나라 鄭子眞으로, 기옹이 鄭氏이기 때문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고성 군수로 나가는 허옥여를 전송하며[送許沃余出守高城
 
번잡한 공문 처리하랴 골머니 썩이면서 / 米鹽朱墨苦埋頭
언제 한번 휴가 얻어 시름 푼 적 있소이까 / 休沐何會得散愁
가을바람 좇아서 금강산에 가게 된 몸 / 忽趁秋風向楓嶽
사흘이면 너끈히 신선 고을 이르리다 / 好尋三日到仙洲
강락을 영접하는 영가의 풍광이요 / 永嘉山水延康樂
은후를 기다리는 팔영의 누대로세 / 八詠樓臺待隱侯
고을 다스리는 일은 여사로 해도 무방하리 / 餘事不妨治郡課
백성들 마르게 할 일이야 걱정할 게 뭐 있겠소 / 吏肥民痩豈須憂

☞.許沃余 : 옥여는 許啓의 字이다.
☞.강락을 …… 풍광이요 : 康樂은 南朝 宋의 문인 謝靈運의 封號이다. 사영운이 좌천되어 永嘉太守로 내려간 뒤 산수 좋은 石門山에서 시를 지으며 遨遊했던 고사가 있다. 《宋書 卷67》 참고로 李白의 시에 “康樂上官去 永嘉遊石門”이라는 구절이 있다. 《李太白集 卷19 與周剛 淸溪玉鏡潭宴別》
☞.은후를 …… 누대로세 : 隱侯는 南朝 齊의 문인 沈約의 諡號이다. 그가 東陽太守로 가서 元暢)를 짓고 八詠詩를 읊었는데, 뒤에 그 누대 이름을 팔영루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이른 가을날 자용, 천장, 대용 등 여러 벗들과 함께 강물에 배를 띄우고 지은 시[早秋與子容天章大容諸友 泛江舟中作]
 
우연히 휴가 얻어 한가로이 노니는 몸 / 偶因休沐得閑遊
칠월달 서호에 배를 띄워 보았노라 / 來泛西湖七月舟
덧없는 이 세상 매어 살 게 뭐가 있나 / 浮世只應長漫浪
백 년 인생 이런 풍류 맛보기 어려우리 / 百年難得此風流
텅 빈 강에 어린 달빛 썰렁한 물고기들 / 空江月照魚龍冷
포구엔 밀물 그득 하늘엔 기러기 떼 / 極浦潮廻雁
선창(船倉)에서 누워 잔들 무슨 상관 있으리요 / 蓬底不妨相枕籍
깊은 밤 바람 이슬 수향(水鄕)에 가득하네 / 夜深風露滿滄洲

☞.子容, 天章, 大容 : 각각 鄭弘溟, 李明漢, 崔有海의 字이다.
☞.칠월달 …… 보았노라 : 참고로 蘇東坡는 6월의 서호가 좋다고 하여 “畢竟西湖六月中 風光不與四時同”이라는 구절을 남겼다. 《蘇東坡詩集 卷50 西湖絶句》

 
注書 李가 林園에서 술마시기를 청함
                                  李圭報
그대의 성남살이 아름답구나 / 嘉君城南居
임원이 가장 그윽하고 고요하여라 / 林園最幽寂
내 옛날 화전에서 노닐 제 / 我昔步花甎
그대는 봉산객이 되었었네 / 君作蓬山客
조정에서 물러나와 문득 같이 와서는 / 朝罷輒携來
옷 벗고 함께 앉아 다리 뻗고 놀았네 / 解衣共盤礴
벚꽃 피는 계절에 항상 단술 베푸니 / 櫻序常置醴
매양 5월에는 단술을 빚어 놓고 청하였었다.
사랑스럽다 향미와 빛깔이여 / 可愛香味色
탁한 것은 제호와 같고 / 濁者如醍醐
맑은 것은 푸른 옥과 같구나 / 淸者如瓊碧
매양 청ㆍ탁의 두 가지 소반을 차렸다.
단맛은 목생을 위해 차림이 아니나 / 甘非設穆生
진한 술맛은 현석(玄石)을 압도하였네 / 釅勝倒玄石
득의하여 내 형체 잊고는 / 得意到忘形
농담하며 웃고 놀았네 / 詼笑雜戲謔
근래에는 제각기 일에 쫓기어 / 邇來各從事
소식과 발걸음 오래도록 뜸하였네 / 聲跡久乖拆
내 계주 고을 다스릴 때에 / 我佩桂州符
그대는 그때 서울에 있었고 / 子時在京洛
내 막 과체(瓜遞)하여 돌아오니 / 我方瓜代還
그대는 관동으로 귀양갔었네 / 子向關東謫
매양 이 임원에 노닐던 일 생각하니 / 每憶玆園遊
아득하게 천 년을 격한 듯하네 / 杳如千載隔
오늘은 휴가 얻어 / 今日告休沐
초당 깊숙이 단정히 앉았네 / 端居草堂僻
그대의 청첩을 받고는 / 蒙君折簡招
말타고 자주 채찍질하였네 / 跨馬鞭屢策
문에 들어 풍림 바라보니 / 入門望楓林
집 둘레가 다 단풍 나무 숲이었다.
변함없이 옛날 그대의 집이로세 / 依舊君家宅
반기는 눈짓과 술맛은 / 靑眼與醇醴
조금도 예와 다름없는데 / 略不異於昔
오직 나의 양쪽 귀밑에 / 唯予雙鬢邊
몇 개의 흰털이 더 생겼구나 / 幾箇添絲白
옛일을 생각하니 코가 시큰거려 / 懷舊鼻酸辛
구슬 같은 눈물 흐름을 깨닫지 못하네 / 不覺珠淚滴
어떻게 그대의 마음에 보답하랴 / 何以答君心
잔들고 실컷 마셔보세 / 擧白期飮劇

☞.花甎 : 꽃무늬를 놓아서 만든 벽돌로, 翰林院을 말한다. 옛날 한림원 뜰에는 꽃무늬 놓은 벽돌을 깔았었다.
☞.蓬山客 : 미상.
☞.醍醐 : 牛酪  (소의 젖) 위에 엉긴 기름 모양의 맛이 아주 좋은 액체를 말한다.
☞.단맛은……아니나 : 前漢 때, 楚元王이 세자로 있을 적에 魯 나라 사람인 穆生과 함께 浮丘伯에게 詩를 수학했는데, 뒤에 자기가 왕이 되고 나서는 목생을 中大夫로 삼았다. 초 원왕은 목생을 좋아하여 항상 그와 함께 酒宴을 베풀었는데, 목생은 본디 술을 즐기지 않으므로 항상 단술[醴]을 마련했다. 《漢書 卷36 楚元王傳》
☞.진한 술맛은……압도하였네 : 술맛의 진하기가 玄石이 마셨던 千日酒보다 훨씬 낫다는 말. 옛날 중국 中山 고을에 千日酒라는 술이 있었는데 이 술을 마시면 천 일 동안 취한다고 하였다. 이 고을에 玄石이라는 자가 술을 매우 좋아하였는데 술집에 가서 이 술을 한 잔 사 먹고 집에 돌아온 후 그대로 크게 취해 버렸다. 현석의 집안 사람들은 죽은 줄만 알고 장사를 치르고 이어 三年喪까지 다 치렀다. 한편 술집 주인은 현석이 술 마시고 간 날짜를 기억해 두었다가, 천 일이 되어 현석의 집에 가 보니, 과연 삼년상까지 다 지내버린 후였다. 그가 현석의 집 사람들과 함께 현석의 무덤을 파고 棺을 열어보니 현석이 과연 죽지 않고 막 술에서 깨어났다는 고사이다.
☞.瓜遞 : 임기가 차서 벼슬이 갈림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