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許蘭雪軒 詩集

solpee 2009. 10. 16. 03:33

허난설헌 (許蘭雪軒)

  

추한(秋恨)-허난설헌(虛蘭雪軒)   : 가을의 정한

絳紗遙隔夜燈紅(강사요격야등홍) : 붉은 깁창 저 넘어 밤등불 붉은데
夢覺羅衾一半空(몽각나금일반공) : 비단 이부자리에서 잠 깨니 옅자리가 비었구나
霜冷玉籠鸚鵡語(상냉옥롱앵무어) : 서리기운 차가웁고 새장에는 앵무새 울고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락서풍) : 뜰에 가득한 오동나무 서풍에 잎이 지는구나

 

 

추야곡2(秋夜曲2)-허난설헌(虛蘭雪軒) : 가을밤의 노래

玉漏微微燈耿耿(옥루미미등경경) : 물시계 소리 희미하고 등잔불은 반짝거리는데
罹幃寒逼秋宵永(이위한핍추소영) : 휘장 안으로 추위 스며들고 가을밤은 길기만 하다
邊衣裁罷剪刀冷(변의재파전도냉) : 변방으로 보내는 옷 다 짓으니 가위는 차갑고
滿窓風動芭蕉影(만창풍동파초영) : 창에 가득 바람 불어오니 파초 그림자 어른거린다

 

 
추야곡1(秋夜曲1)-허난설헌(虛蘭雪軒) : 가을밤의 노래

蟪蛄切切風瀟瀟(혜고절절풍소소) : 쓰러라미 절절하고 바람은 소소한데
芙蓉香褪永輪高(부용향퇴영륜고) : 연꽃 향기 바래고 가을달은 높기만 하다
佳人手把金錯刀(가인수파금착도) : 가인이 금가위 손에 잡고
挑燈永夜縫征袍(도등영야봉정포) : 등불 돋운 기나긴 밤에 길 떠날 옷깁는다

 

 

송하곡적갑산(送荷谷謫甲山)-허난설헌(虛蘭雪軒) : 하곡 오빠가 갑산에 귀양가기에

遠謫甲山客(원적갑산객) : 멀리 갑산으로 귀양가는 나그네
咸原行色忙(함원행색망) : 함경도로 가는 행색 황망하기만 하다
臣同賈太傅(신동고태부) : 신하의 심정은 고태부나
主豈楚懷王(주기초회왕) : 임금은 어찌 초회왕이리오
河水平秋岸(하수평추안) : 강물은 가을 언덕에 평평히 흐르고
關雲欲夕陽(관운욕석양) : 변방의 구름에 석양이 물들려한다
霜風吹雁去(상풍취안거) : 서릿바람 불어와 기러기 날아가니
中斷不成行(중단불성행) : 마음이 아파서 더 이상 못쓰겠구나

 

 

감우2(感愚2)-허난설헌(許蘭雪軒) : 어리섞었어

古宅晝無人(고택주무인) : 고택에는 낮에도 사람이 없어
桑樹鳴鵂鶹(상수명휴류) : 뽕나무에는 부엉이와 올빼미만 운다
寒苔蔓玉砌(한태만옥체) : 옥돌 섬돌엔 차가운 이끼와 넝쿨만 무성하고
鳥雀棲空樓(조작서공루) : 빈 누각엔 새들만 깃들어 있구나
向來車馬地(향래거마지) : 지난 날 수레와 마차 오가던 곳
今成孤兎丘(금성고토구) : 지금은 토끼 언국이 되었구나
乃知達人言(내지달인언) : 이제야 알겠구나, 선인의 하신 말씀
富貴非吾求(부귀비오구) : 부귀는 내가 구할 바가 아니라

 

 

상봉행2(相逢行2)-허난설헌(虛蘭雪軒) : 만남의 노래

相逢靑樓下(상봉청루하) : 청루에서 서로 만나서
繫馬垂楊柳(계마수양류) : 수양버들 아래서 말 매놓고
笑脫錦貂裘(소탈금초구) : 웃으며 비단옷과 갓옷 벋어
留當新豊酒(유당신풍주) : 신풍주를 사서 같이 마셨다네

 

 

상봉행1(相逢行1)-허난설헌(虛蘭雪軒) : 만남의 노래

相逢長安陌(상봉장안맥) : 장안의 거리서 서로 만나
相向花間語(상향화간어) : 꽃밭 속 찾아가 속삭인다
遺却黃金鞭(유각황금편) : 황금 말채찍 흘려두고서
回鞍走馬去(회안주마거) : 안장에 앉혀 말 달려 돌아갔도다

 

 

감우1(感愚)-허난설헌(許蘭雪軒) : 어리섞었어

盈盈窓下蘭(영영창하란) : 하늘하늘 창 아래 난초잎
枝葉何芬芬(지엽하분분) : 가지와 잎이 어찌 그리도 향기로운가
西風一披拂(서풍일피불) : 하뉘바람이 한번 스치면
零落悲秋霜(영락비추상) : 시들어버리니 가을서리처럼 서글퍼라
秀色縱凋悴(수색종조췌) : 빼어난 고운 빛 시들어 버려도
淸香終不斃(청향종불폐) : 맑은 향기는 끝내 없어지니 않는구나
感物傷我心(감물상아심) : 느끼는 풍물마다 마음 아파서
涕淚沾衣袂(체루첨의몌) : 눈물을 흘러 옷깃을 적시는구나

 

 

추한(秋恨)-허난설헌(許蘭雪軒) : 가을날의 한

縫紗遙隔夜燈紅(봉사요격야등홍) : 비단 창문 저 멀리 등잔 불 밝은 밤
夢覺羅衾一半空(몽각나금일반공) : 꿈에서 깨어보니 비단 이불 한 곳이 텅비어있네
霜冷玉籠鸚鵡語(상냉옥롱앵무어) : 서릿발을 차고 옥초롱에는 앵무새 소리
滿階梧葉落西風(만계오엽락서풍) : 불어오는 서풍에 섬돌 가득 오동잎 떨어지네

 

 

기하곡(寄何谷)-허난설헌(許蘭雪軒) : 오빠 하곡에게

暗窓銀燭低(암창은촉저) : 어두운 창에 은촛불 나직하고
流螢度高閣(유형탁고각) : 반딧불은 높은 누각을 날아다닌다
悄悄深夜寒(초초심야한) : 근심스런 깊은 밤은 차가워지고
蕭蕭秋落葉(소소추낙엽) : 쓸쓸한 가을은 낙엽만 지는구나
關河音信稀(관하음신희) : 오라버니 계신 변방에서 소식 없어
端憂不可釋(단우불가석) : 근심스런 이 마음 풀 수가 없어요
遙想靑運宮(요상청운궁) : 아득히 오빠 계신 청운궁을 생각하니
山空蘿月白(산공나월백) : 산은 비어있고 담쟁이 덩굴에 달빛만 밝다

 

 
고객사(賈客詞)-허난설헌(許蘭雪軒) : 바다 상인의 노래

掛席隨風去(괘석수풍거) : 돛을 올리고 바람 따라 가다가
逢灘郞滯留(봉탄랑체류) : 여울 만나면 그곳에 머문다네
西江波浪惡(서강파랑오) : 서강의 풍량이 거세어지니
幾日到荊州(기일도형주) : 몇 일이 지나야 형주 땅에 닿을까

 

 
貧女吟(빈녀음)-許蘭雪軒(허난설헌) : 가난한 처녀의 노래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 손에 바늘을 잡고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 밤이 차가워 열 손가락 곧아온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 남을 위해 혼수 옷 지을 뿐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 해마다 독수공방 신세라네.

 

 

送荷谷謫甲山(송하곡적갑산)-許蘭雪軒(허난설헌) : 갑산으로 귀양가는 오빠 하곡에게)

遠謫甲山客(원적갑산객) : 멀리 갑산으로 귀양가는 나그네 우리 오빠
咸原行色忙(함원행색망) : 함경도 고원 길에 행차가 바쁘리라
臣同賈太傅(신동고태부) : 귀양가는 신하는 충신 가태부와 같다지만
主豈楚懷王(주기초회왕) : 귀양보내는 입금이야 어찌 어리석은 초회왕이랴
河水平秋岸(하수평추안) : 강물은 가을 강 언덕에 잔잔하고
關雲欲夕陽(관운욕석양) : 변방 함경도의 산 구름 석양에 물들겠지
霜楓吹雁去(상풍취안거) : 서릿발 찬 바람에 기러기 나는데
中斷不成行(중단불성행) : 중간에서 못가고 돌아 왔으면

 

 

閨情(규정)-許蘭雪軒(허난설헌) : 여자의 정

妾有黃金釵(첩유황금채) : 제에게 황금 비녀 하나 있는데
嫁時爲首飾(가시위수식) : 시집 올 때 머리에 꽂았던 것입니다
今日贈君行(금일증군행) : 오늘 그대의 행차에 드리오니
千里長相憶(천리장상억) : 천리 먼 길에 오래도록 기억해 주소서

 

 

채연곡(采蓮曲)-허난설헌(許蘭雪軒)  : 연꽃을 따며 부르는 노래

秋淨長湖碧玉流(추정장호벽옥류) : 가을은 맑고 긴 호수엔 벽옥 같은 물 흐르고
荷花深處繫蘭舟(하화심처계난주) : 연꽃 우거진 곳에 아름다운 목련배 매여 있어요
逢郞隔水投蓮子(봉랑격수투연자) : 임을 만나 물 사이로 연밥을 던지다가
遙被人知半日羞(요피인지반일수) : 멀리 사람들이 알아보아서 반나절이 부끄러웠소

 

 

야야곡(夜夜曲)-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 : 깊은 밤의 노래

玉淚微微燈耿耿(옥루미미등경경) : 옥 같은 눈물 찌금찌금 , 등잔불 깜박깜박
羅瑋寒幅秋宵永(라위한폭추소영) : 비단 휘장 싸늘하고 가을밤은 길기도 하다
邊衣裁罷剪刀冷(변의재파전도냉) : 변방에 보낼 옷 다 짓고 나니, 싸늘해진 가위
滿窓風動芭蕉影(만창풍동파초영) : 바람 따라 움직이는 파초 그림자만이 창을 채우네

 

 

규원( 閨怨)- 허난설헌( 許蘭雪軒;1563-1589) : 여자의 원망

月樓秋盡玉屛空(월루추진옥병공): 달 밝은 누각에 가을이 다 가는데 나 홀로 빈 방에 있고
霜打廬洲下暮鴻(상타여주하모홍): 서리 내린 갈대섬에는 저녁 기러기가 찾아듭니다
瑤琴一彈人不見(요금일탄인부견) : 예쁜 거문고 타보아도 임은 보이지 않고

 



강남곡(江南曲)-허난설헌(許蘭雪軒;1563-1589) : 강남에서

人言江南樂(인언강남낙) : 사람들 강남을 즐거운 곳이라 하지만
我見江南愁(아견강남수) : 나는 강남의 근심을 보았습니다
年年沙浦口(년년사포구) : 해마다 모래벌 포구에서
腸斷望歸舟(장단망귀주) : 단장의 이별하고 고향 가는 배를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