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당 김정희 선생께서는 조선조 최고의 서예가이며
금석문과 서지학 분야에서도 높은 경지를 개척하셨다.
선생께서는 종이와 비단에만 글을 남기신 것이 아니고
그 분의 금석학 취향에 걸맞게 목판에 직접 쓴 글을 새기시어
약 이백여점 가까이 목판을 남기셨다 전한다.
竹爐란 차를 다리는 화로를 칭하는말이다 .
차를 다릴때 솨아ㅡ솨아하는 소리가 대밭에서 들리는 댓바람 소리와 흡사해서
시(詩)적으로 운취있게 붙이는 말일것이다.
즉 죽로지실(竹爐之室)이란 차를 달여 마시어
늘 차향이 그윽한 문사(文士)의 서재를 지칭함이다.
흔히 목판 편액을 꾸밀때 글을 나무에 새긴 다음
흰색 호분으로 바탕을 칠하거나
아니면 청색이나 검정색 분을 칠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의 경우는 사뭇 보통의 경우와 다른 양상이다.
나무판에 직접 글씨를 쓰고 후에 자획 언저리 주변을 섬세하게 파냈다 .
아무런 채색도 하지 않고 괴목의 고유하고 순수한 자연 무늬를 그대로 살려서
품격이 더 한층 돋보이며 꾸밈 없는 선비의 방에 걸어 두기에 잘 어울리는
소박한 작품이며 나무결에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이 정감을 가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