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첫걸음 하심(下心,)
어떤 부자가 죽음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손을 관 밖으로 내 놓아 오가는
사람들이 내 손을 볼 수 있게 하라."
공수래 공수거!
만인의 부러움을 살만큼 많은 재산을 모았던
그의 마지막 메시지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 '공수래 공수거'란 말은 결코
물질만을 대상으로 한 경우는 아니다.
마음까지를 포섭한 말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수없이 많은
경전을 통해 '공(空)'을 강조하셨다.
나'라고 할 것이 본래 없고 (空),
따라서 내가 한 일이란 것 또한
없음(空)을 일깨워 주심으로써
무위와 삶 즉 자유인의 길을 가고 있다.
마음을 너무 좁게 쓰기 때문이다.
사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그로부터 비롯된다.
우리 모두는 본래 열린 마음, 빈 마음인데
'나'를 앞세우다 보니까 닫힌 마음으로 살게 된다.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중생의 자기 사랑이란 참다운 사랑이 아니다.
뒤집힌 꿈일 뿐이다.
그리고 그 꿈은 온갖 번뇌를
길러내는 자기 속박의 온상이다.
예컨대 아만과 아집이라는 것만 버려도,
소위 자존심이라는 것만 버려도 삶이 얼마나
홀가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짜증낼 일도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진정코 자기를 사랑하려거든 빈 마음이 되라.
열린 마음이 되라. 잘 안되거든 노력하라.
되는 것보고 잘 된다고 하는 것은 수행이 아니다.
마음공부가 아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수행이요, 공부다.
그것이 곧 하심(下心)이다.
빈 마음으로 상대를 받아들이고
상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울타리를 헐고 저 넓은
들판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다.
또한 허공 같은 마음이 되겠다는 것이다.
진정 자기를 사랑하려거든 아만·
아집·아상을 버려라.
그것이 참된 수행의 길이요, 불법공부의 길이다.
그렇게 해야 중생인 나로서가 아니라
참 나로서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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