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毅報燕王書
樂毅報燕王書 : 악의가 연나라 왕에게 보내는 서찰
-戰國策
昌國君樂毅 : 창국군 악의가,
為燕昭王合五國之兵而攻齊 : 연나라 소왕을 위해 다섯 나라 군대를 연합하여 제나라를 공격했다.
下七十餘城 : 70여 성을 점령하고,
盡郡縣之以屬燕 : 모두 군현으로 개편하여 연나라 부속 영지로 만들었다.
三城未下 : 아직 3 성을 점령하지 못했는데,
而燕昭王死 : 연나라 소왕이 죽었다.
惠王卽位 : 혜왕이 즉위한 후,
用齊人反閒 : 제나라의 이중간첩의 계략에 말려들어,
疑樂毅 : 악의를 의심하고,
而使騎刦代之將 : 그 대신 기겁을 장군으로 임명했다.
樂毅奔趙 : 악의가 조나라로 도망하자,
趙封以為望諸君 : 조나라에서 그를 망제군으로 봉했다.
齊田單詐騎刦 : 제나라의 전단이 기겁을 속여,
卒敗燕軍 : 연나라 군대를 격퇴시키고,
復收七十城以復齊 : 빼앗겼던 70여 성을 부복하여 제나라를 회복시켰다.
燕王悔 : 이에 혜왕이 후회하며,
懼趙用樂毅承燕之弊以伐燕 : 조나라가 악의를 이용해서 연나라의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공격할까 걱정을 했다.
燕王乃使人讓樂毅 : 혜왕이 사람을 보내 악의를 질책하고,
且謝之 : 한편으로는 사죄했다.
"先王舉國而委將軍 : 선왕께서 온 나라를 장군에게 맡겼소.
將軍為燕破齊 : 장군께서 연나라를 위해 제나라를 물리쳐,
報先王之讎 : 선왕의 원수를 갚고,
天下莫不振動 : 천하를 진동시켰소.
寡人豈敢一日而忘將軍之功哉 : 그러니 어찌 과인이 어찌 하루라도 장군의 공로를 잊을 수 있겠소.
會先王棄羣臣 : 그때 바로 선왕께서 돌아가시고,
寡人新卽位 : 과인이 왕위에 오르자,
左右誤寡人 : 측근 신하들이 과인을 속였소.
寡人之使騎刦代將軍 : 과인이 장군 대신에 기겁을 장군으로 임명한 것은,
為將軍久暴露於外 : 장군이 변경에서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리시어,
故召將軍 : 장군을 불러,
且休計事 : 쉬게 하면서 국사를 함께 의논하려고 함이었소.
將軍過聽 : 그런데 장군께서 오해하여,
以與寡人有隙 : 과인과 장군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고 생각하여,
遂捐燕而歸趙 : 마침내 연나라를 버리고 조나라로 가셨소.
將軍自為計則可矣 : 장군께서 자신을 위해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而亦何以報先王之所以遇將軍之意乎 : 선왕께서 장군에게 보이신 후의는 어떻게 보답하려오."라고 했다.
望諸君乃使人獻書報燕王 : 이에 망제군이 사람을 보내 연왕에게 답서를 올렸다.
『臣不佞 : 신은 재주가 없어,
不能奉承先王之教 : 선왕의 교훈을 받들 수가 없었습니다.
以順左右之心 : 임금님 측근의 뜻을 따르자니,
恐抵斧質之罪 : 사령죄에 해당되어,
以傷先王之明 : 선왕의 현명함에 누를 끼치고,
而又害於足下之義 : 임금님의 의로움에 손상을 끼칠까 두려웠습니다.
故遁逃奔趙 : 그래서 조나라로 도망쳤습니다.
自負以不肖之罪 : 제 자신이 좋지 않은 죄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故不敢為辭說 :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습니다.
今王使使者數之罪 : 지금 임금님께서 사자를 보내시어 저의 죄과를 문책하셨습니다.
臣恐侍御者之不察先王之所以畜幸臣之理 : 신은 임금님 측근들이 선왕께서 신을 사랑하신 도리와,
而又不白於臣之所以事先王之心 : 신이 선왕을 섬기던 마음을 모를까 걱정되어,
故敢以書對 : 서신으로 답해드립니다.
臣聞賢聖之君 : 신은 현명하고 성스러운 군주는,
不以祿私其親 : 친근한 사람에게 봉록을 사사로이 주지 않고,
功多者授之 : 공이 많은 사람에게 주며,
不以官隨其愛 :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대로 관직을 주지 않고,
能當者處之 : 유능한 사람에게 준다고 들었습니다.
故察能而授官者 : 능력을 잘 살펴서 관직에 임명하면,
成功之君也 : 성공한 군주가 되고,
論行而結交者 : 품행을 살펴 친구를 삼으면
立名之士也 : 입신양명한 선비가 됩니다.
臣以所學者觀之 : 신이 배운 것으로 보건대,
先王之舉錯 : 선왕의 행동은,
有高世之心 : 당시 제후를 능가하는 큰 마음속 뜻이 있어서,
故假節於魏王 : 위나라 임금의 사자가 되는 기회를 이용해서,
而以身得察於燕 : 자신이 연나라에 온 것입니다.
先王過舉 : 선왕께서 분에 넘치게도,
擢之乎賓客之中 : 저를 빈객 중에서 뽑으셔서,
而立之乎羣臣之上 : 군신의 윗 자리로 승진시켰습니다.
不謀於父兄 : 종실 대신들과 상의하시지도 않으시고,
而使臣為亞卿 : 신을 아경으로 삼으셨습니다.
臣自以為奉令承教 : 신은 스스로 임금의 명령과 교훈을 받들었다고 여기고,
可以幸無罪矣 : 또 요행히 죄를 짓지 않을 수 있어,
故受命而不辭 : 명령을 받고 감히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先王命之 : 선왕께서 신에게 명하시기를,
我有積怨深怒於齊 : '과인은 제나라에 대한 원한이 크게 있는데,
不量輕弱 : 과인의 역량이 미약하지만,
而欲以齊為事 : 제나라와 역량을 겨루어 보려 하오.'라고 하셨습니다.
臣對 : 신이 대답하건데,
夫齊霸國之餘教 : '제나라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패국의 여업을 이어받아,
而驟勝之遺事也 : 전쟁에서 항상 이기는 여력이 남아 있습니다.
閑於兵甲 : 용병에 뛰어나고,
習於戰攻 : 전쟁에 익숙합니다.
王若欲伐之 : 임금님께서 공격하시려면,
則必舉天下而圖之 : 천하 각국을 연합해서 도모하셔야 합니다.
舉天下而圖之 : 천하 각국을 연합하는데는,
莫徑於結趙矣 : 조나라과 결합하는 것이 가장 빠릅니다.
且又淮北宋地 : 게다가 회수 이북과 송나라 땅은,
楚魏之所同願也 : 초와 위 두 나라가 서로 차지하려고 합니다.
趙若許 : 조나라가 응낙하고,
約楚趙宋盡力 : 다시 초·위·송나라와 연합하여,
四國攻之 : 4 나라가 힘을 합쳐 공격한다면,
齊可大破也 : 제를 대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先王善臣乃口受令 : 신이 선왕께서 친히 말씀하신 명령을 받들어,
具符節 : 부절을 가지고,
南使臣於趙 : 남방 조나라에 사신으로 갔습니다.
顧反命 : 복명한 뒤에,
起兵隨而攻齊 : 곧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공격했습니다.
以天之道 : 천도와,
先王之靈 : 선왕의 신령함에 힘입어,
河北之地 : 황하 이북 지역이,
隨先王舉而有之於濟上 : 제상에서 승리로 선왕의 영토로 되었습니다.
濟上之軍 : 제상에 있던 군대가,
奉令擊齊 : 또 선왕의 영을 받들어 제나라를 공격하여,
大勝之 :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輕卒銳兵 : 가볍게 무장한 병정들과 정예부대가,
長驅至國 : 오랫동안 말을 달려 제나라 도성에 도착하자,
齊王逃遁走莒 : 제나라 임금은 거성으로 도망하여,
僅以身免 : 근근히 몸을 피했습니다.
珠玉財寶 : 이리하여 주옥·재물·,
車甲珍器 : 수레·갑옷·진귀한 그릇들이,
盡收入燕 : 모두 연으로 돌아왔습니다.
大呂陳於元英 : 대려를 원영궁에 진열하고,
故鼎反乎曆室 : 고정을 다시 역설궁으로 가져오고,
齊器設於寧臺 : 제나라 보물을 영대에 진령했습니다.
薊丘之植 : 게구에 심은 대나무는,
植於汶皇 : 제나라 문수변에서 옮겨 심은 것입니다.
自五伯以來 : 오패에서 지금까지,
功未有及先王者也 : 선왕께서 이룩하신 공만한 것이 없습니다.
先王以為順於其志 : 선왕께서 흡족해 하시며,
以臣為不頓命 : 신이 왕명을 욕되이 하지 않았다고 여기시고,
故裂地而封之 : 땅을 나누어 신을 그곳에 봉하셨습니다.
使之得比乎小國諸侯 : 신을 소국의 제후처럼 대접해 주셨습니다.
臣不佞 : 신은 재주가 없으면서도,
自以為奉令承教 : 명령과 교훈을 받들어,
可以幸無罪矣 : 요행히 죄를 짓지 않아서,
故受命而弗辭 : 명을 받고도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臣聞賢明之君 : 신이 듣건데 '현명한 군주는,
功立而不廢 : 공을 세우고서도 중도에서 그만두지 않아,
故著於春秋 : 역사에 기록되고,
蚤知之士 : 선견지명이 있는 선비는,
名成而不毀 : 명예를 세우고 훼손하지 않아,
故稱於後世 : 후세에 널리 알려진다고 들었습니다.
若先王之報怨雪恥 : 만약에 선왕의 원수를 갚고 치욕을 씻으시려면,
夷萬乘之強國 : 만승지국을 멸하시고,
收八百歲之蓄積 : 제의 800년 이어온 업적을 빼앗으셔야 합니다.
及至棄羣臣之日 : 돌아가실 때가 되어서는,
遺令詔後嗣之遺義 : 후손에게 정치의 도리를 남기시고,
執政任事之臣 : 정무를 담당하는 신하들에게는,
所以能循法令 : 법령에 따라,
順庶孽者 : 천한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고,
施及萌隸 :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풀도록 해야 합니다.
皆可以教於後世 : 이 모든 것들은 후세에 모범이 되는 것들입니다.
臣聞善作者 : 일을 잘 하는 사람이,
不必善成 : 반드시 성공하고,
善始者 : 일을 잘 시작하는 사람이,
不必善終 : 반드시 마무리도 잘 짓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昔者五子胥說聽乎闔閭 : 옛날에 오자서가 합려에게 유세하여,
故吳王遠跡至於郢 : 오왕 합려가 그의 자취를 영에까지 남길 수 있었습니다.
夫差弗是也 : 오왕 부차는 그렇게 하지 않고,
賜之鴟夷而浮之江 : 오히려 오자서를 가죽 부대에 넣어 강 속으로 던졌습니다.
故吳王夫差不悟先論之可以立功 : 오 왕 부차는 현인의 선견지면으로 공을 세운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故沈子胥而弗悔 : 오자서를 강에 던져 넣고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子胥不蚤見主之不同量 : 또 오자서는 두 군주의 도랑이 다르다는 것을 일찍 깨닫지 못했기에,
故入江而不改 : 강으로 던져졌어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夫免身全功 : 제가 죽음을 당하지 않고 제나라를 정벌한 공로를 보전하여,
以明先王之跡者 : 선왕의 위대한 업적을 나타내는 것이야말로,
臣之上計也 : 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책략입니다.
離毀辱之非 : 비난과 욕됨을 당하고,
墮先王之名者 : 선왕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臣之所大恐也 : 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바입니다.
臨不測之罪 : 신이 수없이 많은 죄를 짓고도,
以幸為利者 : 연이 약해진 기회를 이용해서 사리를 도모하는 것은,
義之所不敢出也 : 도의상 감히 할 수 없습니다.
臣聞古之君子 : 제가 듣기에는 '옛 군자는,
交絕不出惡聲 : 다른 사람과 절교를 해도 악평하지 않고,
忠臣之去也 :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도,
不潔其名 : 그 누명을 벗으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들었습니다.
臣雖不佞 : 신이 비록 재주는 없으나,
數奉教於君子矣 : 자주 군자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恐侍御者之親左右之說 : 왕께서 가까이 있는 측근의 말만 믿으시고,
而不察疏遠之行也 : 멀리 있는 신의 행동을 밝혀 보시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故敢以書報 : 감히 글을 올립니다.
唯君之留意焉 : 왕게서 유념하여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