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4일 오전 05:22
與隨將于仲文-乙支文德
神策究天文 / 그대의 신묘한 술책은 하늘에 다다르고
妙算窮地理 /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戰勝功旣高 / 싸우고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 / 만족함을 알고 이만 돌아가시라.
船上歎-朴仁老(1561~1642)
[1] 수군으로 종군함(전선에서 적진을 바라봄)
<현대어 풀이>
(임금께서) 늙고 병든 몸을 수군 통주사로 보내시므로 / 을사년(선조 38년, 1605) 여름에 부산진에 내려오니 / 국경의 요새지에서 병이 깊다고 앉아만 있겠는가? / 한 자루 긴 칼을 비스듬히 차고 병선에 구태여(=감히) 올라 / 기운을 떨치고 눈을 부릅떠 대마도를 굽어보니 / 바람을 따라 이동하는 누런 구름은 멀리 또는 가까이에 쌓여 있고(아직도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 / 아득한 푸른 바다는 긴 하늘과 한 빛이로다.
[2] 배 만든 이에 대한 원망
<현대어 풀이>
배 위를 왔다갔다 서성거리며 예와 오늘을 생각하며 / 어리석고 미친 듯한 마음에 헌원씨(중국의 전설상의 황제로, 배와 수레를 처음 만들었다 함)를 원망하노라. / 큰 바다가 끝없이 천지에 둘러 있으니 / 진실로 배가 없었으면 풍파가 이는 바다 만 리 밖에서 / 어느 사방의 오랑캐가 넘볼 것인가? / 무슨 일을 하려고 배 만들기를 비롯(시작)하였던가? / 오랜 세월에 무한한 큰 폐단이 되어 / 온 세상 만 백성의 원한을 키우는도다.
[3] 진시황과 서불로 인한 왜국 형성 개탄
<현대어 풀이>
아,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구나. / 배가 비록 있다고는 하나 왜국을 만들지 않았던들 / 일본 대마도로부터 빈 배가 저절로 나올 것인가? / 누구의 말을 믿어 듣고 사람들을 그토록 많이 들어가게 해서 / 바다 가운데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왜적)을 남기어 두어서, / 통분한 수치와 욕됨이 중국에까지 미치게 하는구나. / 장생불사한다는 약을 얼마나 얻어내어 만리장성 높이 쌓고 몇 만 년이나 살았던가? / (그러나 진시황도) 남들처럼 죽어가니, (사람들을 보낸 일이) 유익한 줄을 모르겠다. / 아, 돌이켜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들이 매우 심하였구나. / 신하가 되어서 남의 나라로 도망을 하는 것인가 / 신선을 만나지 못했거든 쉬 돌아왔더라면 / 수군인 나의 근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4] 배로 인한 풍류와 흥취(배의 유용성)
<현대어 풀이>
그만두어라, 이미 지난 일을 탓해서 무엇하겠는가? / 공연한 시비는 팽개쳐 던져 두자. / 곰곰히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지나친 고집이로구나. / 황제가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은 잘못이 아니로다. / 장한이 강동에서 가을 바람을 만났다고 해도 / 만일 작은 배를 타지 않았다면 / 하늘 넓고 바다 넓다 한들 무슨 흥이 저절로 났을 것이며 / 정승 자리와도 바꾸지 않을 경치 좋은 강산에 / 물 위에 떠다니는 부평초 같은 어부의 생애가 / 한 조각의 작은 배가 아니면 무엇에 의탁하여 다닐 것인가?
* 장한 → 중국 진나라 사람. 청재(淸才)가 있고 글을 잘해서 제(齊)왕이 대사마(大司馬)를 삼았더니, 가을 바람이 불자 고향의 순챗국과 농어회가 먹고 싶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한다.
[5] 평화와 전시의 배(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다름)
<현대어 풀이>
이런 일을 보면 / 배를 만든 제도야 지극히 묘한 듯하지만, / 어찌하여 우리 무리는 / 나는 듯한 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 풍월을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 (소동파가 적벽강 위에 띄운)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게 흩어졌더니, / 오늘 (우리가 탄)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뿐이로구나. / 같은 배이건만 가진 바가 다르니 / 그 사이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6] 해추흉모를 겪는 국운과 화자의 우국충정
<현대어 풀이>
때때로 머리 들어 임금이 계신 곳을 바라보며 / 때를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 모퉁이에 떨어뜨리도다. / 우리나라의 문물이 한나라 · 당나라 · 송나라에 뒤지랴마는 /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들의 흉악한 꾀에 빠져 / 만고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고서 / 백분의 일이라도 못 씻어 버렸거든……, / 이 몸이 변변하지 못하지만 신하로 있다가 / 곤궁과 영달(신하와 임금의 신분)이 서로 달라 못 모시고 늙은들 /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향한 충성스러운 마음이야 어느 때라고 잊을 수 있겠는가?
[7] 왜구를 무찌르고 말겠다는 무인다운 기개
<현대어 풀이>
불의를 보고 의기가 북받치고 분하게 여기는 마음을 이기지 못한 씩씩한 기운은 늙어가면서 더욱 커진다마는 / 조그마한 이 몸이 병중에 있어서 / 분함을 씻고 가슴에 맺힌 원한을 푸는 것이 어려울 듯하건마는 / 그러나 죽은 제갈도 살아있는 중달이를 멀리 쫓고, / 발이 없는 손빈도 그 발을 자른 방연을 잡았는데 /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갖추어 있고 목숨이 붙어 있으니 / 쥐나 개같은 도적(왜적)을 조금이라도 두려워 하겠는가? / 나는 듯이 달리는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잡으면 /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헤치리라. / 칠종칠금(마음대로 잡았다 놓아주었다 함을 일컬음)을 우린들 못할 것인가?
[8] 태평성대가 돌아오기를 바람.
<현대어 풀이>
꾸물거리는 섬나라 오랑캐들아! 빨리 항복하려무나. /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으니 너희를 구태여 섬멸하겠는가? / 나의 왕(=선조)의 성덕이 같이 살기를 원하시니라. / 태평천하에 요순의 군민처럼 되어 / 해와 달의 빛이 아침이 거듭되거든(태평세월이 계속 되거든) / 전투 배에 타던 우리 몸도 고기잡이 배에서 늦도록 노래하고 / 가을달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 있으면서 / 성군 치하의 태평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 일월광화 조부조 → 낮이면 햇빛으로 밤이면 달빛으로 항상 아침임. 여기서는 임금의 성덕
* 해불양파 → 태평성대
-<盧溪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