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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6일 오전 05:59
solpee
2013. 1. 26. 06:06
오늘은 壬辰年(단기4346) 癸丑月(12) 十五日 土曜日 壬辰 大寒節(06:52) 中候 征鳥厲疾(새매가 왕성하게 활동한다) 첫날이다.
2009년이던가.
최영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에게
할머니의 시어머니의 시어머니에게
절한 뒤에
망자들이 손도 대지 않은
떡과 과일을 먹고
내가 물려받을 조상의 역사를 설명하는
아비의 입가에 접힌 팔자(八字) 주름.
쨍쨍한 가을볕을 피하려 나는 얼른 일어섰다
내가 물려받고 싶지 않은 유산을
비닐봉지에 싸서 버리고
당신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
맏딸인 내가 관리할 무덤들을 둘러본다
망해가는 후손의 발목을 잡고 번창하는
그악스런 잡초들.
비석 위에 살아있는
3대의 생몰연대를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언젠가 당신 없이,
내가 앞장서 올라가야 할 언덕.
길을 잃지 않으려,
묘지 번호를 수첩에 적고
산을 내려오는
아버지와 딸.
팔십 세의 아비는 어느덧
중년의 딸보다 걸음이 빠르지 않다